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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고양이가 알몸인 나를 바라보면서 이상한 눈빛을 하고 있다. 고양이라면 알몸(nudity)에 대해 전혀 감각이 없다고 배웠다. 그런데 내가 그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것은 온당한 일일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과연 고양이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일까?” 그는 또 생각했다. “나는 고양이 앞에서 왜 수줍어하는 걸까? 인간인 나는 누구일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 걸까? 인간이 나는 누구일까 라는 질문을 고양이한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닐까? 동료들은 전부 인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없다” 데리다의 이러한 질문은 이상하고 황당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 질문은 자신(我)과 남(他)를 구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철학적인 의문이다. 꼭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그저 만만하게 지나쳐버릴 그런 질문은 아니다. “나의 존재는 타인의 존재 때문” 그렇다면 나는 누구이고 타인은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고,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타인은 무엇인가? 세상은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가? 내가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나를 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타인들 때문이 아닌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타인이 있어야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라면, 인간 역시 다른 동물들이 있어야 존재의 명분을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서 휴머니티(humanity)가 존재하려면 애니미니티(animinity)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이다. 동물과 달리 인간의 고유한 특질이 있다. 서방세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유럽에서 추진되고 있는 과학프로젝트(scientific project)를 보면 ‘인간의 특질(human specificity)’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고생물학자(paleontologist)나 품성학자(品性學者, ethologist, 생물의 본능이나 습성, 그리고 그 외에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행동과 외부환경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유인원과 비유인원과의 관계를 허물려고 한다. 심지어 인간에게만 고유한 ‘지능, 언어, 자아인식(自我認識, self-awareness)’을 비하하는가 하면 동물과 비교하면서 ‘사회적 관계, 개인성’ 그리고 인간의 ‘권리’마저도 부정하려는 연구 프로젝트가 많다. 또 유전학자들은 DNA 암호 분석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이 동물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진화론의 교훈, “인간과 동물은 같은 운명의 동반자” 어쨌든 이제 인간인 우리는 인간과 동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운명을 같이 해 왔고 앞으로도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때다. 우리는 이제 과거로 돌아가 거대한 문명을 이룩한 인간 역시 동물과 함께했던 원시시대를 기억해야 한다. 원시시대를 회상하는 일이야말로 인간과 동물이 함께 번성할 수 있다는 교훈을 깨닫게 해준다. 인간은 고귀한 존재다. 그러나 인간과 동물 간의 장벽을 깨는 일이 필요하다.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우리가 배워야 하는 교훈이 있다면 바로 그 벽을 허무는 일이다. 벽을 허물어야 미래가 있다. 멸종되는 동물이 부지기수로 등장하고 생물다양성이 위협을 받는다면 인간 역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윈의 교훈은 평등이다. 그리고 상생과 공존이며 화합이다. 그것이 바로 다윈의 걸작이자 ‘땅의 혁명’인 진화론의 교훈이다. (계속) |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3.06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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