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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원자 1개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상상하다

FERRIMAN 2009. 3. 10. 23:02

원자 1개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상상하다 금요일에 과학터치, 고려대 황성우 교수 강연 2009년 03월 10일(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접하는 휴대전화, PC, TV, MP3 등 수많은 전자기기들에는 모두 반도체 칩들이 핵심적인 두뇌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속에는 낮은 주파수의 음성 신호를 높은 주파수의 무선통신 신호로 바꾸어 주는 반도체 칩이 항상 작동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관찰해 보면 매번 크기가 작아지면서도 그 기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PC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매년 새로 출시되는 PC들은 그 속도와 메모리의 크기가 점점 향상되고 있다. 이것은 PC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이 더욱 빨라지고, 메모리 칩의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 기술에 있어 반도체가 가지는 용량과 계산 기능의 중요성은 이미 엄청난 수준이다.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에너지, 환경 문제에서도 반도체의 역할은 중요하다. 태양전지는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어 주는 반도체 트랜지스터이다. 이러한 반도체 칩의 동작원리와 성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빠르게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진행된 금요일에 과학터치 강연에서 고려대학교 황성우 교수는 ‘99개의 전자를 거느린 사나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비어 있는 트랜지스터에 전자를 1개씩 원하는 개수만큼 채워서 여러 가지 성능을 보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에 관해 설명했다.

99개의 전자를 거느린 사나이

반도체 칩 내의 각종 회로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트랜지스터이다. 트랜지스터는 한마디로 전자들의 흐름을 제어하는 작은 스위치라 생각하면 된다. 이들 스위치를 여러 형태로 배열하고 연결하면 ‘1’과 ‘0’으로 표시되는 정보를 처리하는 모든 전자 회로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황 교수에 따르면 반도체 칩이 지난 수십 년간 세상을 크게 바꾸어 놓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작아져서 한 개의 칩에 들어갈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개수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트랜지스터의 개수 증가로 인해 우리는 훨씬 더 복잡한 기능을 가지는 전자 시스템을 작은 공간에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트랜지스터의 크기 감소를 체계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바로 무어의 법칙이다. 무어는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매년 두 배씩 감소해 왔고, 한 개의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개수 또한 그만큼씩 증가해 왔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초에 판매된 인텔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에 들어 있었던 트랜지스터의 수는 수천 개였으나, 최근의 펜티엄 프로세서 속에는 1억개 이상의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다. 손톱 크기의 공간에 들어 있는 이들 1억 개의 트랜지스터는 그 크기가 이미 60 나노미터 정도이며, 놀랍게도 모두 똑같은 모양과 크기를 가지고 있다.

▲ 고려대학교 황성우교수팀이 제작한 여러 나노트랜지스터 (황성우 교수팀 제공) 

최종 단계의 트랜지스터는?

황 교수는 강연에서 “그렇다면 지난 50년 동안 성공적으로 지켜져 왔던 무어의 법칙은 얼마나 더 지켜질 수 있을까?” 하고 질문을 던졌다. 지금과 같은 트랜지스터의 크기 감소가 계속된다면 2025년 경에는 트랜지스터 한 개의 크기가 원자 한 개의 크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칩과 관련된 또 다른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메모리는 전자들을 저장하는 작은 반도체 조각들로 만들어지는데 한 비트의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전자의 개수도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후에는 전자 1개가 1비트를 표시해야 한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황 교수에 따르면 결론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원자 1개, 전자 1개로 구성되는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실험실 환경이기는 하지만 이미 증명돼 있다. 황 교수는 “10년, 20년 뒤에 이러한 트랜지스터를 현재의 반도체 칩처럼 대량 생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이러한 트랜지스터가 가지는 가능성은 항상 열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연구팀과 함께 지난 20여 년간 전자를 한 개씩 제어하고 가두는 반도체 트랜지스터 (단일전자 트랜지스터)를 연구해 왔다. 강연의 제목인 ‘99개의 전자를 거느린 사나이’는 비어 있는 아주 작은 트랜지스터에 전자를 1개씩 원하는 개수만큼 채워서 여러 가지 성능을 보일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다.

황 교수 연구팀은 나노와이어라 불리는 길이 수십 나노미터 이하의 실모양의 실리콘 반도체로 트랜지스터를 만들고, 표면에 분자를 붙인 새로운 형태의 트랜지스터를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10억분의 1초 이하의 빠른 전기 신호를 이용하여 나노와이어 표면에 붙은 분자를 자극하고 그에 따른 분자 상태의 시간 변화를 전류의 변화로 모니터하는 개념의 트랜지스터이다.

이러한 트랜지스터는 분자 1개의 시간 거동을 컴퓨팅에 사용할 수 있어 무어의 법칙이 말하는 최종 단계의 트랜지스터에 해당된다. 분자가 가지는 여러 가지 새로운 기능들을 트랜지스터와 회로의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반도체, DNA와 같은 여러 가지 생체 물질을 나노와이어 표면에 붙여 시간 모니터할 경우 생명공학 및 화학분야에서 중요한 화학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는 것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청한 기자 | chkim@kofac.or.kr

저작권자 2009.03.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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