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매일경제] 무선 전력 전송

FERRIMAN 2009. 3. 15. 21:34

 

  매경 인터넷
확대 축소 프린트 닫기
[과학기술로 보는 미래] 전깃줄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을까?

성큼 다가온`무선 전력전송`시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추진 중인 우주공간 태양광발전소 건설 계획 `선 타워` 프로젝트.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전자제품을 떠나서는 한시도 살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 이렇게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전자제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들 제품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무선 영상통화를 하는 시대에 살면서도 약간의 불편이 있다. 전자제품을 옮길라치면 콘센트에 여유가 있는지, 전선 길이는 충분한지 등을 확인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사소한 불편을 더는 겪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조만간 '무선 전력 전송(Wireless Power Transmission)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무선 전력 전송 사례는 많다.

전동칫솔은 밑면에 금속선이 없기 때문에 물기가 많은 욕실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매일 출퇴근할 때 사용하는 교통카드도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별도의 건전지 없이 인식되는 것이다.

이 두 경우에 적용되는 원리가 패러데이의 전자기유도법칙이다. 패러데이의 전자기유도는 자기장이 변하면 코일에 전류가 생성되거나 이와 반대로 전류가 있는 곳에는 자기장이 형성된다는 물리법칙이다. 이 원리를 이용해 전동칫솔을 충전하기도 하고, 교통카드에 들어 있는 칩에 전기를 공급해 금액을 보충하거나 사용한 요금만큼 차감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해 영국 스플래시파워라는 회사는 마우스패드 크기의 무선충전 장치인 '스플래시 패드'를 선보였다. 이 패드 위에 휴대전화나 MP3플레이어, PDA를 올려 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된다. 따로 배터리를 뺐다 끼우거나 충전기를 꽂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일본 도쿄대 다카오 소메야 교수팀은 책상이나 바닥, 벽 등 넓고 평평한 곳에 전자제품을 설치만 하면 플러그를 꽂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에 발표했다.

아직은 40W 정도의 전력만 전송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구입한 가전제품을 원하는 위치에 갖다 놓기만 하면 될지도 모른다.

현재까지는 전자기유도법칙에 의한 무선 전력 전송은 매우 짧은 거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제대로 된 무선 전력 전송이 되기 위해서는 송ㆍ수신 측 사이 거리나 장애물과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 아직은 수십 m 떨어진 공간 사이로 전기를 전송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 제약이 있다. 그러나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가전쇼에서 파워캐스트는 마이크로파를 발사해 1m 정도 떨어진 자그만 수신 모듈에 전기를 공급하는 기술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파워캐스트처럼 마이크로파를 전송해 전기를 전송하는 방식은 무선 전력 전송에서는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다.

주파수가 높은 마이크로파는 파장이 짧아 빛처럼 일직선으로 가려는 성향 때문에 한곳으로 전기에너지를 보내기가 쉽다. 보통 무선 전력 전송에 이용되는 주파수 대역은 1~10㎓(기가헤르츠)인데 어떤 방식의 기술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전송효율은 확 달라진다. 이번에 파워캐스트가 개발한 것은 900㎒(메가헤르츠)의 주파수를 이용해 최대 70% 전송효율을 보인다. 이 기술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승인을 획득했기 때문에 올해 말이면 무선 전력 전송용 가전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마렌 솔야치 교수팀은 이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무선 전력 전송 실험에 성공했다. 솔야치 교수는 자기공명의 물리현상을 이용해 송ㆍ수신단 사이가 2.2m나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60W의 전구를 켜는 데 성공했다.

솔야치 교수팀이 이용한 공명 현상은 진동수가 같은 두 물체 중 어느 한쪽이 울리면 다른 쪽도 울리는 원리로, 가수가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를 때 와인잔이 깨지는 현상이 대표적인 공명의 사례다. MIT는 공명의 원리를 이용했지만 음파가 아닌 자기장을 활용해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구현했고 이를 '와이트리시티'라고 이름지었다. 와이트리시티는 1m 이내에서는 최대 90%, 2.2m에서는 40%의 전송 효율을 나타내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상태다.

이 밖에 무선으로 전기를 보내는 방법으로는 소리를 이용하는 것이 있다. 일본 NTT 연구소는 2003년에 전기를 초음파로 바꾼 뒤 이를 다시 전기로 환원해 모바일 기기를 동작시키는 데 성공했다. 무선으로 전기를 전송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무선으로 전기를 전송하면 인류의 오랜 숙원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은 1995년부터 항공우주국(NASA)을 통해 우주태양광발전소 추진 계획인 '선 타워'를 수립해 2025년까지 우주 공간에 10㎿짜리 모듈을 수십 개 설치해 최대 400㎿의 전력을 생산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400㎿는 작은 도시 하나쯤은 충분히 가동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다.

만약 우주태양광발전소 건립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인류는 날씨에 상관없이 무궁무진한 태양광에너지를 24시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는 머지않은 장래에 화석연료가 고갈된다는 공포에서도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30%도 안 되는 낮은 무선 전송의 효율과 전자파의 유해성 문제는 물론 우주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그래서 제안된 아이디어가 우주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지구에서 우주정거장까지 건설자재를 케이블로 옮기는 방안과 달 표면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인데 이것 역시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우주태양광발전소는 인류의 꿈으로만 그칠까. 답은 '아니요'이다. 19세기의 꿈이 20세기의 현실이 됐고, 20세기의 꿈은 21세기의 현실이 될 것이다. 무선 전력 전송 구현방법도 다양하지만 그 응용도 다양하다. 반도체칩 사이의 전력 전송도 무선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가 어느 정도 결실 단계에 있다는 이야기도 솔솔 들려오고 있다.

현대사회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화사회이면서, 유비쿼터스사회를 지향한다. 무선통신의 발달은 인류가 정보화사회를 앞당기는 데 원동력이 됐다.

모 통신회사의 영상전화 서비스 광고는 '쇼'를 넘어 그동안 이만큼 발전했노라는 통신업계의 강한 자부심이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정보든지 원하기만 하면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사회를 구현할 차례다.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그 중심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KISTI 박영욱 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7.10.16 16:08:06 입력

확대 축소 프린트 닫기
Copyright ⓒ 2007 매경인터넷(주)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