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뛰는 D램 값, 넉달 새 77% 올라
경기 살아나는데다 성수기·공급 부족 겹쳐 삼성전자, 3분기 3조원 대 이익 기록 전망
바닥을 헤매던 D램 가격이 날개를 단 듯하다. 한 달 새 뚜렷한 상승세다. 3분기는 원래 12월 성탄절을 앞둔 PC 성수기다. 하지만 반도체 값 회복세가 그 수준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메모리 값 들썩여=21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대표적 D램 제품인 1기가비트(Gb) DDR2의 고정거래 가격은 1.41달러다. 한 달 전(1.22달러)보다 16% 뛴 것이다. 바닥이었던 올 1월 둘째 주(0.81달러)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고정거래가란 삼성전자 등 큰 메이커가 HP·델 등 큰 수요처에 대량 공급할 때 거래하는 가격이다. 현물시장의 시세는 1.54달러로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걸로 보인다.
차세대 D램 제품인 1Gb DDR3 D램의 고정거래가도 1.56달러로 이달 초(1.5달러)보다 4% 올랐다. 3∼4월 0.88달러로 바닥이던 것이 고성능 D램 수요가 늘어난 덕에 넉 달 만에 77% 뛰었다. 2달러 안팎이던 16Gb 낸드플래시 값도 2분기에 4달러 이상을 유지한다.
교보증권의 구자우 애널리스트는 “성수기인 영향도 있지만 위축된 D램 공급이 빠르게 늘지 못해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풀이했다. 그는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해외 업체들의 공장가동률이 여전히 낮은 데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가격이 좋은 DDR3 물량을 늘려 DDR2의 공급물량 감소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호전 기대감=D램 경기가 살아나면서 한국 업체들의 수익성이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공개석상에서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좋을 것 같다. 하반기에 반도체 투자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부문에서 1분기 6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DDR2 D램 가격이 1달러를 회복한 2분기에 240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하이닉스 또한 1분기에 5150억원이던 영업손실이 2분기에 2100억원으로 줄었다. D램 값이 계속 호조를 보일 경우 2분기에 전체적으로 2조5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가 3분기엔 3조원 대의 이익을 내고, 하이닉스는 오랜 적자의 종지부를 찍을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D램보다는 낸드플래시메모리가 2분기 수익성을 주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D램의 가격 상승만으로는 추가적인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D램 값이 단기간에 너무 빨리 오르면 해외 경쟁업체들의 투자 여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60나노 공정에 머물고 있는 일본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 등이 40, 50나노 공정에 조속히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분기에 각각 34.1%, 21.7%의 시장점유율로 메모리반도체 세계 1,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두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합한 것(55.8%)도 종전 최대였던 1분기(55.5%)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편 미국 법무부가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종료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심재우·김창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