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서 불붙은 1등 자신감…‘매출 100조, 이익 10조’ 우뚝
삼성전자 힘의 원천은… 1. 오너 추진력 2. 과감한 투자 3. 인재 제일주의
1969년 말 임직원 36명에 매출 3700만원을 기록한 중소업체 삼성전자. 다음 달 1일로 불혹을 맞는 이 회사는 이제 한국의 간판 글로벌 기업이 됐다. 우선 몸집을 보면 종업원은 16만7000여 명,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1조원, 6조원(지난해)에 달한다. 올해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 매출과 10조원 영업이익을 동시에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GE와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처럼 창사 100년을 넘나드는 구미·일본의 전통 강호가 우글거리는 글로벌 무대에서 불과 40년 만에 성공신화를 일군 삼성전자의 힘에 국내외의 이목이 쏠린다. 반도체와 TV·액정화면(LCD) 등 현대의 주요 정보기술(IT) 제품 분야에서 두루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전자의 경쟁력 원천은 무얼까.
가장 먼저 세계 1위 품목이 된 건 메모리반도체다. 경기도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의 김우승 산학기획처장은 “반도체 1등의 경험이 자신감으로 승화하면서 다른 분야의 1등까지 연결됐다. 1등의 추억이 전 분야에서 상승 효과를 냈다”고 풀이했다.
사실 불과 30여 년 전인 1975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허울뿐인 전자회사였다. 금성사(현 LG전자)와 대한전선이 양분한 국내 가전시장에서 명함 내밀기도 벅찼다. 오일 쇼크가 지나간 75년 4월 삼성은 ‘이코노 TV’라는 신제품을 내세워 처음으로 국내 TV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여기서 거둔 1위의 추억이 향후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의 원동력이 됐는지 모른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엔 오너의 강력한 추진력을 뺄 수 없다. 고 이병철 창업자는 83년 2월 도쿄에서 ‘왜 우리는 반도체 산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본격 시설투자에 나섰다. 미국과 일본 업체가 선점한 반도체 시장에 뛰어드는 데 대해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우려가 컸지만 밀어붙였다. 84년 개발된 256KD램은 선진 제품과 3년의 기술 격차가 있었지만 점차 좁혀져 6년 뒤인 90년 16MD램을 선두업체와 동시에 발표했다. 92년 64MD램을 세계 처음 발표한 이후 93년 메모리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열매를 맺은 ‘노마드(유목민) 신화’였다.
어려울 때일수록 시설투자에 나선 것도 경쟁사를 따돌리는 원동력이었다. 창업 초기인 84년에 공교롭게 D램 값이 폭락해 4년간 1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당시론 엄청난 규모였다. 이병철 회장은 호황기에 대비해 3억4000만 달러가 들어가는 제3 생산라인 증설을 지시했다. 재원 확보에 관계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다. “반도체 때문에 삼성그룹이 위험하다”는 말까지 돌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88년 삼성은 3600억원의 흑자를 올리며 글로벌 선두권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영지도부의 강력한 추진력은 삼성의 전 조직으로 스며들었다. 71년부터 삼성전자에 금형·프레스 제품을 납품해 온 신흥정밀의 정순상 부회장은 “한번 목표를 정하면 협력업체가 따라올 때까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과감한 투자가 뒤따랐기에 여기까지 따라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삼성 특유의 인재 제일주의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신입사원 공채 때 몸소 면접을 볼 정도로 인재 끌어 모으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80년대만 해도 전자공학 특히 반도체 분야의 인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해외에서 좋은 시설과 교육 여건 속에서 근무하던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 나중에 스타 최고경영자(CEO) 소리를 들은 진대제·황창규 같은 이들이 이때 들어왔다. 핵심 인재에겐 엄청난 연봉과 성과급을 지급한 것도 국내 업계의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이었다.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임원 간담회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이건희 전 회장의 발언 이후 삼성의 신경영이 시작됐다. 95년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선 직원 2000명이 전국에서 수거한 무선전화기 150억원어치에 대한 화형식을 했다. ‘불량은 암이다’라는 품질혁신 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서울대 한민구(전기공학) 교수는 “삼성전자는 시장이 두터운 범용 제품의 원가와 품질, 디자인 혁신을 통해 탁월한 경쟁력을 키워왔다”며 “애플의 아이팟, 소니의 워크맨처럼 좀 더 새롭고 창의적인 제품을 주도적으로 개발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실적을 확정, 발표하는 30일 역대 사장 등 전·현직 최고경영진이 두루 참석한 가운데 창립 40주년 기념식을 연다.
심재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