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하는 법’을 강연하는 강사의 이야기 구조에 푹 빠졌던 전대리를 첫날 강의에서 상당히 많은 것을 느끼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음... 이번에 내가 갈 곳은 고등학교. 당장 다음 주에 여드름 나있는 청소년 고등학생에게 화장품의 역사와 화학 산업에 대해서 얘기해야 하는데, 무슨 이야기로 애들의 관심을 끌까? 여학생들이야 화장품에 관심이 있을테고 샘플도 나눠줄 테니 열심히 듣겠지만, 어디 남학생들이 관심이나 있겠나? 걱정이네.’
전대리는 인터넷을 통해 화장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검색하면서 강연을 맛깔나게 할 자료를 찾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화장품으로 인해서 나타난 각종 사회 사건들을 먼저 모으고, 관련된 영화도 찾아봐야겠다.”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한 사진과 동영상에 익숙한 비쥬얼 세대들이었다. 이들에게 글자로만 보여주는 텍스트 강의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전이공은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동영상 클립과 다양하고 화려한 자료를 찾아서 파워포인트를 마련해보기로 했다. 부장님이 제공한 거의 논문 형태의 기초 자료를 쉬운 용어로 바꾸어 가면서 가급적이면 이야기 형태로 편집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대중 강연의 기본 2. Practice makes PERFECT!
몇 차례 수업을 통해 강사로서의 자질을 갖춘 전대리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3일 뒷면 일일 교사로 서야한다.
“어머니, 저 오늘 처음 강의하러 가는데, 머리는 어떤 형태로 하는 게 좋겠어요? 넥타이 빨간색으로 매면 여학생들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전대리는 어머니 앞에서 재롱을 부리듯이 이옷저옷 입어가며 강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찬물을 끼얹는 말씀을 하셨다.
“별 걸 다 신경쓰네. 선생이 학생들한테 잘보이려고 강의한다든? 그런 시간 있으면 강연 연습을 한번이라도 더하지 그러냐!”
어머니는 약 올리듯이 ‘정 긴장되면 나한테 리허설이라도 해볼래?’라고 말씀하셨다. 리허설, 그건 좋지만 어머니 앞에서 하자니 어쩐지 쑥쓰럽다. 생각 끝에 전대리는 혼자서 리허설을 하기로 결정했다. 컴퓨터에 웹캠을 설치하고 자신의 강연 모습을 녹화하여 그 모습을 보기로 한 것이다.
1. 예행연습을 하자 초보 강연자라면 예행연습이 필요하다. 혼자 있을 때는 자신만만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마이크만 잡으면 손이 덜덜 떨리고, 목소리는 개미소리 만해지기 십상이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실제와 같이 연습을 해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나 친한 지인 등을 모셔놓고 같은 내용을 사전에 훈련을 해보자. 처음에는 어색하고 우습겠지만 한 5분만 지나면 실제 상황처럼 얼굴이 달아오르며 훈련을 하게 된다. 중간 중간에 강연이 끊기면서 수정할 부분이 눈에 띄게 된다. 그 때 그 때 수정을 하면서 고치게 되면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강연을 할 수 있다.
2. 웹캠이나 디카를 활용한다 가족이나 지인을 청중으로 모시기 어렵거나 너무 쑥스러울 때는 동영상 촬영을 활용하면 된다. 골프, 테니스 등을 연습할 때 자신의 동작을 촬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PC에 웹캠을 설치하거나 디카의 영상 촬영 기능을 이용해서 자신이 강연하는 내용을 녹화한다. 본인이 연설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 매우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청중들이 보는 모습은 바로 이처럼 어색한 모습들이다.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자신이 말할 때 과도하게 제스처를 쓴다든지, 어깨나 고개가 삐딱하다든지 등을 살펴보면서 수정할 수 있다.
3. 발표 장소에 미리 가본다 초보 강사의 기본적인 자세는 발표장에 가볼 필요가 있다. 현장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강연하는 모습을 연상하면서 대비하면 실제 상황에서 의연할 수 있다. 강연 전 1~2시간 전에 도착해서 여러 가지를 미리 준비해야한다. 컴퓨터에 따라 프로젝션이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파일도 프로그램의 버전에 따라 안 될 수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등을 사용했을 경우, 다른 PC에 파일을 옮겨서 하게 되면 그래픽이 깨지는 등의 난감한 현상을 겪기도 한다. 이에 대비해서 강의를 준비하는 측에 파일을 미리 보내서 시험 가동을 해보도록 하며, 현장에 미리 도착해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 그렇게 시작된 전대리의 나홀로 웹캠 강연. 전대리는 자신의 녹화 파일을 다시 돌려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먼저 발견한 것은 자신의 자세가 구부정하다는 것. 키가 큰 편이어서 항상 다른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다보니 몸을 굽혔던 것이 버릇이 되었는지 평소에도 구부정해 보였다. 저런 자세로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발음도 그닥 좋지 못했다. 웅얼거리는 말투가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몇몇 단어의 경우, 정확히 무엇을 말했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앞뒤 문맥을 통해 유추는 가능했지만 그래도 발음 교정이 필요해 보였다.
강연 내내 마네킹 팔처럼 너무 뻣뻣하게 늘어져 있는 손과 긴장한 얼굴 표정 역시 고쳐야 할 듯 했다. 파워포인트 각 장에 대한 설명이 일정하지 못하고, 길었다 짧았다 하는 것도 약간은 거슬렸다.
‘휘유.. 이렇게 고칠 게 많다니, 리허설 안 해봤으면 큰 일 날 뻔 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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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강연이라도 청중이 누구냐에 따라 전달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청중에 대한 인식은 강연 내내 계속되어야 하며, 청중을 보고 끊임없이 눈높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림:Rei) | * 대중 강연의 기본3 - 청중과 호흡 맞추기
드디어 그날이 왔다. 전대리는 보무도 당당하게 고등학교 교실로 들었다. 여러 반을 합반했는지 한 100여명의 학생들이 웅성웅성 떠들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네. 부장님 아들이 있는 반이라고 해서 한 30명 앞에서 하는 줄 알았는데!”
사전에 대본도 준비했고 예행연습도 했지만 가슴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사춘기 여고생들이 끼어있으니 오죽했을까.
'그래봤자 어린애들이잖아. 전이공. 연습한 대로 해보는 거야'
전대리는 우선 사람들을 훑어봤다. 그리고 얘기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전 XX 화장품 회사 연구원 전이공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남학생들은 화장품 이야기여서 예쁜 여자 강사님이 오실 거라고 기대했을텐데, 아저씨가 와서 실망했나요? 실망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의 이야기 들어가지요. 혹시 이 중에서 화장품 써본 꽃남 학생들 있는지 손들어 보세요.”
화장품에 대한 강의이니 만큼 주의를 환기 시키면서 준비한대로 얘기를 진행했다. 그는 청중들이 화장품에 대해서 얼마나 지식이 있는지, 실제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점검을 하면서 말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1. 청중의 이해도를 파악하라 누가 나의 강의를 들을 것인지는 강의를 요청한 기관이나 회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신입사원인지, 기존 직원의 재교육인지, 학교라면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물어볼 수 있다. 대체로 그러한 집단의 평균적인 지적 수준에 맞춰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유사한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강의 초반에 청중들의 이해도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강의가 한 10분 되었는데 벌써 조는 사람이 생긴다든지 웅성웅성 떠든다든지 하면 분명히 강의 진행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2. 질문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라 초보 강연자들은 강단에서 청중에게 질문을 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물어보면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는 등 '썰렁한 반응'이 오면 당황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체를 향한 질문이더라도 특정인의 눈을 바라보면서 질문을 하거나 또는 특정한 복장 및 위치 등을 지정하면서 하게 되면 청중의 목소리를 듣게 될 확률이 커진다. 청중 중에는 짓궂은 대답을 하거나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전체 강의 주제와 무관하더라도 일단은 들은 다음에, 다른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옮겨 가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청중을 긴장 시키며 강연자의 공간으로 마음을 이끌기 위해서는 질문을 종종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3. 강의 수준 '급변경'하기 같은 강의를 여러 번 하다보면 더러 청중이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강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청중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사례를 말한다. 이럴 경우 준비된 강의를 무리하게 진행하기 보다는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장표 중에 핵심적이고 사례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짚어줄 필요가 있다. 전부다 이해시키기 곤란하다면 일부라도 전해주는 것이 강사의 책임이다. 따라서 조금 천천히 진행하고, (비록 즉흥적일 수 있지만) 새롭게 더 쉬운 사례를 찾아서 연결시키다 보면 청중들이 더 편하게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후반부에 원래대로 진행할 수 있다. | 처음에는 심드렁했던 학생들은 점차 강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꽂히는 것을 느끼자, 전대리에게 갑자기 용기가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