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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공계 기술 접목한 MBA 교육이필요하다.

FERRIMAN 2010. 1. 29. 23:23

기사 입력시간 : 2010-01-29 오전 1:04:50
[내 생각은…] 이공계 기술 접목한 MBA 교육 서둘러야






임채성 미 스탠퍼드대 객원 교수










신형 승용차 판매를 시작하는데 예약이 밀려 제비 뽑기로 일부 고객에게 차를 판매하고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한 300만원대의 인도 자동차 ‘나노’ 이야기다. 나노를 개발한 인도의 타타 자동차는 오토바이 구매 고객층을 목표로 ‘초저가 자동차’라고 하는 새로운 제품의 범주를 만들어 내 기존의 자동차 개념을 혁신적으로 바꿔 버렸다. 국내외 선도적인 기업과의 협력과 첨단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 접근을 통해 이뤄낸 성과다.

혹자는 나노의 혁신적인 면을 포드 자동차의 T 모델 출현에 준하는 것으로 평하기도 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비즈니스 위크 등 세계 저명 저널은 나노의 제품 혁신과 신(新)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을 논하기도 한다. 르노와 닛산 같은 선진국 기업이 타타와 같은 개도국 기업의 초저가 자동차 진입 전략을 모방하는 세계 자동차 역사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필자는 스탠퍼드대에서 나노 자동차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실리콘 밸리의 인도 기업인 및 전문가와 만나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이들의 상당수는 인도에서 태어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자국으로 돌아가 실리콘 밸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주역이 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세계의 하청기지로서의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게 되었을 뿐 아니라 타타와 같이 세계적인 신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기업을 배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기업은 인도와 중국의 싼 인력을 바탕으로 향후 저가형 제품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중국 등 다수의 개발도상국 기업이 약진하면서 한국은 이제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끼인 ‘너트 크래커의 호두’ 형국을 넘어 납작 눌려진 ‘팬케이크’가 될 가능성에 놓여 있는지 모른다.

나노 자동차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 타타 그룹의 회장인 라탄 타타, 실리콘 밸리의 신 비즈니스 모델 창출의 주역인 인텔의 앤디 그로브 등 경영자의 공통점은 경영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는 이공계 인력이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폭넓은 경영 교육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기술경영 교육이다. 스탠퍼드대 MBA(경영학 석사)의 경우 10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기술전략·기술경영 등의 과목이 다수 제공되고 있다. 이는 하버드·버클리대 등의 MBA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한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세계적인 신비즈니스 모델 창출의 기회를 탐색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런 인력이 많아질 때 세계적 신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이 많아질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이공계 인력에게 MBA와 결합된 기술경영 교육을 제공하는 데 있어 세계적 흐름에 뒤처진 감이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부응하여 폭넓은 경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기술경영 교육을 강화할 때다.

임채성 미 스탠퍼드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