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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바이오화학산업

FERRIMAN 2010. 2. 5. 19:37

 
화학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바이오화학산업’
등록일 : 2010년 02월 02일(화) 14시 39분
http://online.kofst.or.kr/Board/?acts=BoardPrint&bbid=1002&nums=7748
 


현재 인류는 화석연료의 고갈과 기후온난화라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반영되어 국제 환경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으며 모든 나라들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11월 국무회의에서 2020년 국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하였고, 그에 따라 산업 및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화학산업, 패러다임 전환 필요

이러한 환경변화는 원료를 대부분 원유에 의존하는 화학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즉 화석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원료의 발굴과 그를 활용한 환경친화적 화학공정의 개발이 화학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열쇠로 떠오른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등장한 것이 ‘바이오화학산업’이다. 바이오화학산업은 식물이나 미생물 등의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여 친환경 에너지 및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 바이오매스는 재생 가능할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이기 때문에 화학산업이 직면한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 바이오화학의 화학산업 내 비중은 2%(2005)에 불과하지만, 2025년까지 22%대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등 신성장동력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분야이다. 이러한 ‘바이오화학산업’의 연구개발과 상업화를 위하여 이미 선진국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미국의 경우 화학원료의 20%(2020) 및 50%(2050)를 바이오매스에서 생산하려는 목표를 설정하고 미국 에너지국과 농무부 등을 중심으로 석유대체 에너지 및 화학제품생산 연구 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생물산업협회를 통하여 유럽 전체 ‘바이오화학산업’의 육성방안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2002년부터 ‘바이오매스 종합전략’을 추진하는 등 경제산업성이 중심이 되어 바이오프로세스 실용화사업과 바이오플라스틱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수립된 제2차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의 산업공정․환경해양수산부문에 바이오화학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전반적으로 ‘바이오화학산업’에 대한 연구나 기술개발 수준은 아직 초기단계로 육성전략 기획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일부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발효기술을 활용한 라이신, 핵산 등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라이신의 경우 세계시장의 약 30%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발효부문을 제외한 바이오화학산업기술 및 인프라의 국제경쟁력은 취약한 실정이다.

바이오화학산업 R&D, 정책 지원이 중요

바이오화학산업의 핵심기술 개발에는 초기투자 부담, 장시간의 기술개발기간, 결과의 불확실성 등이 존재하여 개별기업이 기술개발을 수행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 따라서 바이오화학산업이 국가 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전략 수립과 정책적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바이오화학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법․제도적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미국의 경우 2000년 바이오매스R&D육성법을 통해 다양한 바이오화학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법체계가 미비되어 정부부처간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고,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바이오화학산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법․제도적 체계 수립과 국가차원에서 지속적인 전략수립을 담당할 전담조직의 강화가 필요하다.

그와 더불어 효율적 R&D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산학연 공동연구, 화학회사와 바이오회사의 제휴 등 다양한 형태의 R&D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R&D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의 정책 및 R&D사업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선도기업들과의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내 바이오화학R&D역량 향상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산업화를 위해서 원료 확보 등 고민해야

기업의 초기 투자부담을 줄여주고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취해야 할 전략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현실적인 산업육성 모델은 정부가 투자 부담이 큰 R&D 기본 장비나 공공 인프라 등을 구축하고, 산학연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후,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기업이 주도하여 생산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도 기업의 위험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초기 단계에는 정부 주도 하에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도 바이오화학펀드 조성 등을 통한 자금 지원 및 세제 지원 등을 통해 화학기업들의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유도하는 전략도 병행되어야 하겠다.

다음으로 기술개발 후 산업화를 위해 충분한 바이오매스 확보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국내 바이오매스 보유량은 급격히 증가할 바이오화학산업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수입을 할 경우에는 운송비 등 각종 비용요인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으로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바이오화학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기술을 동남아시아 등 자원이 풍부한 국가로 이전하여 자원을 확보하는 전략이나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전략을 편다면 원료의 안정적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바이오화학사업 집적화 산업단지의 조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과제이다. 현재 바이오화학관련 투자는 전국에 걸쳐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역량이 분산되고 기업간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화학기업들이 밀집해있는 울산이나 여수 등의 지역에 바이오화학기업이 집적된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면, 수직계열화 등을 통한 시너지 창출 및 전후방산업과의 긴밀한 연계가 가능할 수 있어 바이오화학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바이오화학제품의 수요 기반 확대를 지원하는 등 바이오화학산업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 바이오화학산업 발전의 기폭제

비록 선진국에 비해 그 시작은 늦었지만 국내 화학산업의 메카인 울산에 산학연 공동 R&D 및 실증화 연구를 통한 기술이전 촉진 등의 목적으로 총 사업비 300억 원 규모의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가 건립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구축이 아닌 국내 바이오화학산업 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가 국내 바이오화학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되어 훗날 신성장산업 육성의 좋은 역할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헌승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ohs@krict.re.kr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화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맥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주)LG화학 기술연구원 정밀화학연구소 소장, (주)삼양사 중앙연구소 소장, 제주대학교 화학과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