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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세계는 스마트 혁명 중-4세대 정보혁명

FERRIMAN 2010. 7. 1. 09:50

기사 입력시간 : 2010-07-01 오전 12:21:00
세계는 스마트 혁명 중 ② 시간을 초월하다
광속 소통시대 … 쇼핑서 산업까지 실시간 연결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4세대(4G) 기술로 시공간을 극복하길 꿈꾼다. 4세대가 무엇인가. 1세대가 아날로그 음성통화, 2세대가 문자와 간단한 사진, 3세대가 영상과 데이터 교류였다면 4세대의 특징은 대량 정보의 신속 정확한 전달이다. 음성→사진→영상에다 광속(光速)이 보태진 것이다. 기업들은 빛의 속도를 중시하는 4G 시대를 맞아 속도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골몰하고 있다.

지난달 초 일본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의 NTT도코모 본사 24층 ‘도코모 퓨처 스테이션’. 4G 이동통신이 바꿔 놓을 미래의 생활상을 표현한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었다. 스토리의 주인공은 부모와 딸 일가족 3명. 구매 담당 매니저인 어머니는 스마트폰으로 유럽의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 직원과 신제품 상담을 했다. 딸은 도쿄 중심가를 걸어 다니며 스마트폰의 증강현실(현실세계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 주는 기술)을 이용해 친구와 쇼핑을 한다. 스마트폰으로 점포를 비추면 세일 정보가 떴다. 가족 모두 저녁 약속 장소인 불꽃놀이 행사장에 모이면서 서로의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했다.

◆광속으로 소통=지난 6월 중순 중국 상하이(上海) 국제엑스포의 시스코관을 시찰했다. 3개의 대형 TV 화면에는 미국 새너제이 시스코의 귀도 주렛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최근 소프트웨어 공모전에서 수상한 호주 시드니의 마커스 스톡, 미국 올랜도의 산지 유로바 개발자와 얘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화상회의 솔루션을 통해 30여 명의 기자에게 시스코의 미래 기술전략을 밝혔다. 설명이 끝난 뒤 미국에 있는 주렛 CTO는 상하이 엑스포 행사장 구석에 앉아 있는 한 기자에게 “매우 화사한 색상의 옷을 입으셨네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나눴다. 마치 같은 장소에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지난 6월 17일 중국 상하이 국제엑스포 전시장의 시스코관에서 대형 화면을 통해 미국 새너제이와 올랜도, 호주 시드니 간 동영상 회의가 시연됐다. 귀도 주렛 시스코 최고기술책임자(CTO·가운데)는 새너제이 본사에서 호주 시드니 소재 개발자(오른쪽), 미국 올랜도 개발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시스코 제공]
인터넷 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최첨단 화상회의 시스템 ‘텔레프레즌스I’로 광속시대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 세계 70여 개국 300여 지사에서 일하는 6만5000여 명의 임직원이 실시간으로 화상회의를 한다. 2006년 4월 도입한 뒤 45개국 163개 도시에 텔레프레즌스 523대를 설치했다. 주렛 CTO는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임직원 간 협업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화상회의로 실시간 정보 교류를 하고 의사 결정을 앞당겨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스코는 4년간 6만3000건의 출장을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이를 통해 모든 정보를 광속으로 주고받으면서 업무를 빨리 처리하고, 비행기 값이나 숙박비 등 2억53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패드 공개 행사 때 뉴욕타임스 지면(PDF) 콘텐트를 열람하는 시연을 하고 있다. 아이패드는 4월 3일 미국에서부터 출시돼 80일 만에 몇몇 나라를 합쳐 300만 대 넘게 팔렸다. 월스트리트저널·유에스에이투데이 등 주요 일간지와 타임 등 유명 잡지가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한다. [블룸버그]
◆실시간 정보 교류=일본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50%인 NTT도코모는 요즘 ‘프런티어 사업부’를 만들어 통신 이외의 다양한 미래 융합서비스 전략을 짠다. 이 사업부 400여 명의 임직원은 의료 정보를 서비스하는 ‘메디컬 브레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고객의 동선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것이 키워드다. 전국 5만 개에 이르는 기지국을 이용해 꽃가루의 분포를 알려 주는, 톡톡 튀는 광속 정보서비스도 나왔다. 모리 겐이치 경영기획부 중기전략 담당 부장은 “2년 전 회사 로고까지 바꿨다. 이통 회사에서 정보서비스 회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회사는 광속 정보 교류가 가능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홈쇼핑·TV방송 등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하드웨어(HW) 위주의 제조업에서도 정보기술(IT) 활용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독일 BMW는 자동차 디자인 관련 부문을 실시간 정보 교류가 가능한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서로 다른 사업부에서 진행 중인 디자인 작업 과정을 공유하고 언제든지 수정·보완이 가능하도록 해 업무 효율을 높였다. 자동차산업은 핵심 부품의 대부분이 소프트웨어(SW)로 움직이는 IT 제품이다. HW에 SW를 달면서 효율과 정확성을 높이고 똑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서다.

스마트 혁명은 특정 회사 건물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바꾼다. 시스코는 중국·인도·중동 등에 ‘스마트(유비쿼터스) 시티’를 건설 중이다. 스마트 시티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돼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도시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미래의 정부나 기업은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며 “그 변화의 중심은 광속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IT”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이원호(미국), 박혜민(중국·일본), 심재우(영국·프랑스), 문병주(스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