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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유령입자-중성미자

FERRIMAN 2010. 7. 2. 10:23

유령입자, 정체 드러낼까 중성미자 진동변환상수 연구 경쟁 치열해 2010년 07월 02일(금)

사타 라운지 매우 작고 가벼워 무슨 물질이든 빛처럼 빠른 속도로 통과해버리는 유령입자의 질량이 마침내 밝혀졌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팀이 3D 우주 은하계 지도를 통해 중성미자 질량을 분석한 결과 0.28전자볼트(eV) 이내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최근 외신이 보도했다. 전자볼트는 전자가 진공 가운데 1볼트의 전위차를 가진 두 점 사이를 횡단할 때마다 얻는 운동에너지의 단위로서, 소립자의 질량을 에너지로 환산해 나타낼 때도 사용된다. 0.28eV라면 수소 원자의 10억분의 1보다 작은 질량이다.

▲ 일본의 슈퍼카미오칸데 중성미자 검출기 
1930년 볼프강 파울리가 방사능 물질의 붕괴 과정에서 에너지 보존 법칙이 깨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해낸 작은 입자가 중성미자의 시초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파울리가 주장한 입자에 ‘뉴트리노(neutrino)’라는 이탈리아식 이름을 붙였다.

‘작은 중성적인 입자(little neural one)’란 의미인데, 이탈리아에서는 작은 것이란 의미를 부여할 때 어미에 ‘리노(-ino)’를 붙인다. 이것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중성미자(中性微子)이다.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표준모형’이라는 이론에 의하면 모든 물질은 12개의 입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성미자는 그 중 3개를 차지하고 있다. 중입자인 쿼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렙톤(경입자)에 속하는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가 그것이다.

핵융합이나 핵분열 반응 때 발생하는데, 지금 우주에 가득한 대부분의 중성미자는 우주대폭발(빅뱅) 때 생겼다. 우리의 엄지손가락 하나에 1초 동안 태양에서 발생한 중성미자 수백억 개가 통과할 만큼 많은 양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고 통과해 버리기 때문에 ‘유령입자’로 불려 왔다.

처음엔 질량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성미자의 특성이 정말 유령처럼 달라진다는 게 밝혀지면서 질량이 존재한다는 게 증명됐다. 즉, 인위적으로 만든 뮤온중성미자의 경우 진동변환을 일으켜 타우중성미자 등의 다른 형태로 바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입자가 다른 입자로 바뀌기 위해서는 질량이 있어야 하므로 자연스레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유령입자답게 그동안 중성미자는 소립자 중 유일하게 무게가 측정되지 않았었다. 그럼 중성미자의 질량을 과학자들은 왜 그처럼 궁금해 했을까?

유령처럼 서로 다른 종류로 변환 거듭해

▲ 김수봉 교수팀이 개발한 중성미자 검출기 
미항공우주국(NASA)이 쏘아올린 윌킨슨 극초단파 탐사선(WMAP)이 우주 전역에 대해 수년간 관측한 내용을 종합한 결과 우리 눈에 보이는 별·행성·가스 등 우주의 보통 물질은 우주 전체 질량의 4%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머지 23%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이며, 73%는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보다 더 센 힘으로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고 있는 암흑에너지라는 미지의 힘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빛을 내지 않아서 관측되지는 않지만 질량을 갖는 물질인 암흑물질의 후보 중 하나로 중성미자를 주목하고 있다. 또 지난 연말에는 인도와 미국 연구팀에 의해 암흑에너지가 빅뱅 직후 응축 상태의 중성미자로부터 순식간에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질량도 중요하지만 세 종류의 중성미자가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종류로 변환을 거듭하는 정도인 진동변환상수를 구하기 위해 지금 과학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진동변환상수를 구하면 초기 우주의 상태를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성미자의 진동변환상수는 세 가지 상수로 표현되는데, 현재 두 가지 상수는 이미 측정됐다. 나머지 한 상수만 알아내면 유령입자의 정체와 우주 생성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서울대 김수봉 교수팀도 영광원전 인근에 중성자 검출기를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며 나머지 하나의 진동변환상수를 구하는 경쟁에 뛰어든다. 원자로는 우라늄이 핵분열하면서 중성미자를 방출하게 되는데, 영광원자력발전소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출력이 큰 원전이다.

또 영광원전은 주변에 작은 산들이 있는 기막힌 지형조건을 갖고 있어서 검출기 설치가 수월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올 연말쯤 이곳에 검출기 설치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는 이제껏 노벨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물리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마지막 진동변환상수를 찾아내는 연구팀에게도 노벨상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중성미자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이성규 기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0.07.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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