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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자폐증 치료하는 휴머노이드 로봇(하)

FERRIMAN 2010. 7. 6. 09:45

자폐증 치료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하) [파퓰러사이언스] 인간과 기계의 차이 2010년 07월 06일(화)

▲ USC 연구팀은 밴디트가 자폐아들과 함께 다양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로봇은 환자의 필요나 불안 수준에 맞춰 표정 및 행동을 조절, 편안함을 극대화시키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점진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행동들의 빈도와 강도를 높여감으로서 장기적으로 자폐아들이 실제 사회의 불확실성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로봇이 인간 치료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봇을 이용하면 부모나 간병인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자폐아를 관리할 수 있으며 치료 효율을 배가할 수 있다.

MIT 미디어랩의 감성적 컴퓨팅 그룹 책임자인 로잘린드 피카드 박사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리고 작년 4월 어펙티바(Affectiva)라는 기업을 공동설립하고 자폐아의 움직임과 체온, 땀 발생량 등을 기록해주는 손목밴드형 센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센서는 자폐아 치료 로봇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아동의 신체징후를 파악, 불안이 고조되면 이를 해소하도록 로봇에게 알려준다. 아동의 심박수가 변할 경우에도 자동적으로 영상과 음향을 녹화해 분석한다. 부모와 인간 치료사는 향후 이 분석결과와 녹화자료를 통해 아동이 어떤 점에서 불편을 느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마타릭 박사의 밴디트를 보면 일견 만화캐릭터처럼 귀여운 느낌이 든다. 머리카락이 없는 머리는 마네킹이 연상되며 양 팔에는 꽤 울퉁불퉁한 근육도 갖고 있다. 이것이 작은 키와 익살스러운 얼굴, 밝은 주황색의 고무 입술 등이 어우러져 친근한 이미지를 풍긴다. 연구팀은 또 밴디트의 친근성 강화를 위해 진단검사에 쓰이는 비눗방울 발생기를 하단에 설치했고 많은 자폐아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 딸깍이는 소리도 낼 수 있도록 했다.

로봇에 대한 호의와 기피

하지만 밴디트를 활용한 몇몇 실험에서는 이렇게 친근한 외모와는 달리 예기치 못한 결과도 발견됐다. 저기능 자폐아들의 경우 밴디트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마타릭 박사에 따르면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의 반응은 크게 3부류로 구분된다. 밴디트에 큰 흥미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아이, 밴디트를 확인한 후 매우 천천히 다가서는 아이, 그리고 아예 밴디트의 근처에도 가지 않는 아이가 그것이다. 연구팀의 보관 중인 영상자료에는 이러한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영상을 보면 자폐아동이 밴디트를 보자마자 가까이 다가선다. 이 아이는 밴디트 앞에 무릎을 꿇고는 하체에 부착된 버튼을 눌러 밴디트가 기차 기적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이를 본 아이는 손으로 기적을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로봇아. 기적 소리를 내줄 수 있니? 기차 소리 낼 수 있냐구? 칙칙폭폭 하고 소리 내봐!”

이 아이는 분명 밴디트를 좋아했다. 또한 자신의 어머니에게 계속 고개를 돌리며 밴디트와 함께 어머니에게도 신경을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USC 연구팀의 데이비드 페일 세이퍼 박사는 이처럼 동시에 여러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공동관심(joint attention)’이라 불리는 중요한 사교 기술이라 설명했다.

공동관심의 결여는 자폐증의 초기 징후 중 하나로서 이 아이가 보여준 공동관심은 자신과 어머니가 로봇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아이가 밴디트를 통해 공동관심을 배운 것은 아닐 지라도 밴디트가 잠재돼 있던 공동관심을 끌어낸 것만은 분명 해 보인다. 밴디트가 아이의 사회성 증진에 기여한 것이다.

반면 또다른 동영상에서는 밴디트를 기피하는 금발의 소년이 등장했다. 소년은 로봇을 필사적으로 피하려 애썼으며 아버지가 같은 방안에 있었지만 전혀 편안해하지 못했다. 또한 밴디트가 소년과 놀기 위해 가까이 다가서자 벽으로 몸을 붙이며 외쳤다.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야”


완벽을 위한 도전

만일 인간 치료사였다면 소년의 저항에 대응해 더 부드럽게 말을 걸거나, 접근속도를 더욱 천천히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밴디트는 그러지 못했다. 밴디트가 자신의 역할에 부합하는 완벽한 능력을 가지려면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개선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번은 밴디트를 기피하는 아이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 아이가 놀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연구팀은 환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끊어졌을 때 밴디트가 이를 인지하게 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그 방안의 하나로 USC의 신호처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폐아의 표정, 제스처, 목소리의 톤 변화를 해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아이가 행복한지, 화가 났는지, 놀랐는지를 밴디트가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연구팀은 밴디트의 구동력을 제공하는 모터의 회전음이 일부 자폐아들을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연구 끝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소음을 낮춰 이를 해결했다.

세이퍼 박사는 “아이의 행동을 인식하는 것만큼 그에 맞춰 로봇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움직임을 멈추거나, 소음 발생을 중단하는 등 상황별로 환자를 진정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행동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목표는 10년 후쯤 밴디트의 상용모델을 내놓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속도를 감안하면 이 시간동안 자폐아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밴디트의 능력을 완벽히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마타릭 박사는 또 필요할 경우 출시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고가의 부품이나 기술들을 채용해야 해 밴디트의 공급가격이 수천 달러에 이른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연구팀의 지향점과 상반된다. 밴디트는 저렴해야 하며 최대 1,000달러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게 연구팀의 목표다. 자폐아의 부모들은 밴디트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위해 너무나 많은 돈을 썼으며 앞으로도 그래야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 대규모 임상연구 돌입

사실 이러한 가격 목표는 밴디트의 설계과정에 상당한 제한을 가했다. 앞서 언급한 모터의 소음 문제가 그 실례다. 연구팀은 무소음모터라는 손쉬운 해결책이 있었지만 비용 상승탓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현재 연구팀은 밴디트의 사교능력 개선과 자폐아 심리분석 능력 확보에 주력하면서 자폐아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실험하고 있다. 이 작업을 거쳐 밴디트가 자폐아의 치료에 얼마나 효과적인지가 객관적 데이터로 검증되면 올 여름께 대규모 임상연구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마타릭 박사는 밴디트의 미래에 신중한 낙관론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밴디트의 효용가치를 믿고 있지만 연구라는 것이 지닌 원천적 불확실성을 감안, 자폐아의 부모들에게 과도한 희망을 주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

그녀는 밴디트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대신 한 9살짜리 고기능 자폐아의 실험에 대해 말했다. 그 아이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마타릭 박사는 밴디트가 이를 개선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실험 초반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로봇과 함께 놀면서 아이는 점점 말이 많아졌으며 어머니와의 교류도 늘어났다.

하지만 아이는 밴디트와 술래잡기 놀이를 시도하다가 절망에 빠졌다. 밴디트가 술래잡기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지 못해 아이가 아무리 게임을 설명해줘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밴디트와의 술래잡기를 포기한 아이는 이런 말을 내뱉었다. “이제야 선생님들이 나한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것 같네”

이 말에 마타릭 박사와 어머니는 크게 놀랐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자폐아들은 대개 다른 사람이나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타릭 박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것은 실로 깊은 자기이해와 성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사람이 아닌 상호작용에 의해 얻어진 것이었습니다. 로봇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로봇은 자폐아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열쇠가 될 것입니다”

제공 파퓰러사이언스 |

저작권자 2010.07.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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