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기적의 소재,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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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한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 할 수 있다. 사실 플라스틱 없이는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제품들을 제조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패턴 해상도를 가지는 반도체 소자, 얇고 화려한 색감의 LCD와 유기EL 디스플레이, 고성능 2차전지, 초극세사와 기능성 섬유, 자동차 내장재 등은 플라스틱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제품이다. 20세기를 주도한 기술 중 하나인 플라스틱의 합성과 진화는 오늘도 계속된다.
상아 당구공 대체품 찾다가 발명한 플라스틱
플라스틱의 역사는 독일인 크리스티안 쇤바인(Christian Friedrich Schonbein, 1799~1868)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스위스 바젤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1846년 폭발성이 강하고 탄성이 큰 질산섬유소(니트로셀룰로오스) 합성에 성공한다. 이어 1862년 영국의 알렉산더 파크스(Alexander Parkes, 1813~1890)가 질산섬유소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질산섬유소를 에테르와 알코올에 용해시킨 뒤 틀에 넣어 건조시키면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이 물질에 파크신이란 이름을 붙였다. 파크신은 단단했고, 탄성도 있어 성형하기 쉬웠다. 그러나 건조하면 줄어드는 결점이 있었다.
![]() 그림 1 당구공의 재료가 된 셀롤로이드. 사진 제공 : 동아일보 |
베이클라이트, 최초의 합성수지 플라스틱
![]() 그림 2 최초의 합성수지 플라스틱을 발명한 베이클랜드 |
또한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고 가공하면 다양한 특성의 복합재료가 만들어졌다. 열과 압력으로 성형한 뒤에는 다시 열을 가해도 물러지지 않는 열경화성 수지였고, 값싸고 내구성도 뛰어났다. 이런 특성 때문에 베이클라이트는 각종 전자제품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구리가 부족해지자 베이클라이트로 1센트 동전을 만드는 것까지 고려할 정도였다.
1922년에는 플라스틱이 서로 연결된 수천 개의 분자사슬, 즉 고분자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밝혀낸 사람은 독일의 화학자 헤르만 슈타우딩거(Hermann Staudinger, 1881~1965)로, 고분자화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발견 이후 플라스틱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폴리에틸렌, 가장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
![]() 그림 3 잡지에 실린 베이클라이트 광고(1925년) |
폴리에틸렌의 두 번째 발견 역시 우연한 기회에 나왔다. 1933년 영국 임페리얼화학공업사(ICI)의 에릭 포셋(Eric William Fawcett, 1927~2000)과 레지널드 깁슨(Reginald Gibson) 역시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이 물질을 발견했던 것이다. 에틸렌을 중합하면 폴리에틸렌이 만들어지는데, 그 밀도에 따라 저밀도 폴리에틸렌과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나뉜다.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독일의 칼 치글러(Karl Waldemar Ziegler, 1898~1973)가 1953년 발견했다.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저밀도 폴리에틸렌보다 단단하고 높은 온도에 강해 파이프나 연료탱크 같은 딱딱한 제품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 그림 4 생활주변의 다양한 플라스틱들. 사진제공 :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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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능성 플라스틱과 미래의 플라스틱
20세기 후반으로 들어오면서 고기능성 플라스틱의 개발 속도는 더욱 가속화됐다. 일본의 히데키 시라카와(Hideki Shirakawa, 1936~)는 앨런 맥더미드(Alan G. MacDiarmid, 1927~2007), 앨런 히거(Alan J. Heeger, 1936~)와 함께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개발해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전도성 플라스틱은 광학재료나 유기물질을 이용한 전기발광소자(OLED 디스플레이), 접거나 말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가볍고 투명한 태양전지의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인공피부나 연골 같은 인공장기 역시 플라스틱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생체재료로서 플라스틱은 의학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 그림 5 자연에서 분해되는 분해성 플라스틱 사진제공 : 동아일보 |
그러나 플라스틱은 환경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쓰고 버려지는 수많은 플라스틱으로 지구의 환경이 오염되고 있기 때문. 따라서 분해성 플라스틱의 개발은 앞으로 플라스틱 기술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또한 플라스틱의 원료로서 사용되는 원유의 고갈 역시 플라스틱 산업이 직면한 커다란 위기 가운데 하나다. 천연 소재 기반의 플라스틱을 서둘러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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