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18일 국내 연구진 주도로 기체·액체·고체를 뛰어넘는 초고체(supersolid) 존재에 대한 증거를 밝혀내 초고체가 실존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KAIST 김은성 교수와 최형순 박사의 주도 하에,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직무대행 김병국)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것이다. 연구결과는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Science)의 온라인 판인 ‘사이언스 익스프레스(Science Express)’ 11월 19일자에 게재됐다.
초고체 현상 존재 놓고 갑론을박
김은성 교수는 2004년 고체 헬륨을 극저온(영하 273도)으로 냉각시키면, 고체임에도 불구하고 그 일부가 별다른 저항 없이 자유롭게 흐르는 독특한 물질 상태(초고체)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초고체 연구의 선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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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성 교수(좌)와 최형순 박사의 실험 장면. | 고체 헬륨은 약 0.2K (-273 ℃) 아래에서 고체의 성질을 가지면서 동시에 초유체의 성질을 갖는 아주 독특한 상태를 보이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초고체라고 불린다. 초고체는 회전시키거나 진동시킬 수 없는데 이것은 초고체가 점성이 없는 초유체의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점성이 없으면 회전하는 용기를 따라 유체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유체는 용기의 운동에서부터 분리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비고전적 회전관성이라 부른다. 비고전적 회전관성의 존재는 그 물질의 초유체성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고체이면서 초유체인 초고체 현상은 신기한 과학적 현상으로 학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난 6월 김 교수가 관측한 현상을 초고체 현상이 아닌, 온도에 따른 고체 헬륨의 고전적·일반적 물성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됨에 따라, 초고체가 과연 존재하는지 여부가 학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고체 헬륨 빠르게 회전시켜 초고체 존재 증명
김은성 교수와 최형순 박사 연구팀은 매우 빠른 속도로 고체 헬륨을 회전시켜 초고체 상태가 파괴되는 현상을 직접 관측함으로써 초고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초고체가 담겨 있는 용기를 회전시킬 때 초고체는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기 때문에 용기를 따라 돌지 않는다. 그러나 매우 빠른 속도로 용기를 회전시키면, 초고체 내부에 양자 소용돌이가 발생하고, 이것은 초고체 현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초고체 현상을 파괴하게 된다. 이에 반해 고전적 고체는 회전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김은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카이스트 연구팀의 초고체 연구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일본 연구팀의 첨단 회전식 희석냉각장치를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거둔 결과”라고 밝히며 “이번 연구는 단순히 초고체 존재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고체 헬륨이 실제 초고체임을 규명해 새로운 물질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순수과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