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대의 개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 발광형 유기물질을 활용하는 OLED가 친환경·저전력·고효율을 무기로 조명과 디스플레이의 광원으로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에너지 자원 고갈과 생활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트렌드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빛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조명기기그룹 오스람에서 반도체 조명을 연구하고 있는 크리스토프 가디츠 박사는 최근 모기업 지멘스가 발행하는 ‘Pictures of the Future’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는 OLED가 기존 조명의 개념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며 인간 생활 전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가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OLED는 최근 차세대 조명 분야를 필두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조명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로서 온실가스 배출저감이라는 인류의 당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의 고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배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도 이를 위해 전기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조명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OLED를 비롯한 저전력, 고효율의 반도체 조명기술이 바로 이러한 친환경 기조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백열등, 형광등 대체할 미래형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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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ED는 LED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한 친환경ㆍ저전력ㆍ고효율 대체 광원이다. | 현재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조명은 백열등과 형광등이다. 이중 백열등은 태양광과 가장 비슷한 조명으로 지난 1880년대 에디슨이 발명한 이래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왔다. 그리고 아직도 전 세계 조명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백열등은 전기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변환하는 광원 효율이 1와트당 15루멘(㏐) 정도로 낮은 탓에 최근 사용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화력발전소가 전기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지구온난화의 위기에 봉착한 인류가 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유럽연합(EU), 미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 등 많은 국가들이 이미 백열등 생산·판매를 금지했거나 중지할 예정이며 다른 국가들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어 오는 2012년을 중심으로 백열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있다.
우리나라 또한 오는 2013년까지 조명기기의 최저효율 기준을 20루멘으로 상향 조정키로 하면서 백열등 퇴출을 천명한 상태다. 지난 1930년대 처음 등장한 형광등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광원 효율이 백열등의 7~8배에 달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수은, 납 등 형광등에 함유된 중금속이 발목을 잡고 있다. EU의 경우 오는 2012년부터 유해물질사용제 한 지침(RoHS), 재활용비용생산자부담정책(WEEE) 등의 규제를 통해 형광등 감산을 시도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조명을 대체할 차세대 조명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光)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빛을 이용, 적은 전기로 밝은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와 OLED가 친환경·저전력·고효율 대체 광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조명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LED는 광원 효율이 와트당 100루멘 정도로 형광등과 비슷하며 수명이 반영구적이라 할 수 있는 10만 시간에 달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비싼 가격과 고열 발생 등은 아직 극복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열 발생은 LED의 수명과 밝기를 저하하는데 다소자 파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LED보다 진보된 기술이라 일컬어지는 OLED는 어떨까. OLED의 최대 메리트는 점광원(點光源)이라는 한계를 가진 LED와 달리 면광원(面光源)이라는 점이다. 면광원은 작은 점으로 구성된 점광원에 대비되는 용어로 표면이 균일하게 빛나는 광원을 말한다.
점광원인 LED, 선광 원인 형광등, 원광원인 백열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고 고른 빛을 발산한다. 이에 OLED는 LED의 고효율과 장수명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고열 등의 단점은 극복할 수 있다. 균일한 빛 발산을 도와주는 도광판이나 열 방출을 위한 방열판도 필요 없다.
또 면광원의 특성상 얇고 가벼워 자유자재로 구부리는 것이 가능하며 색 구현 방식이 다양해 조명의 디자인 면에서 응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령 넓은 면적의 패널 조명을 구현하거나 두께 2~3㎜의 초슬림 제품도 제작할 수 있다.
적·녹·청(RGB) 3가지 색을 적절히 혼합하면 모든 색상을 표현할 수 있으며 눈부심이 거의 없어 은은하고 감성적인 실내 조명으로도 안성맞춤이다. LED에 비해 가격까지 저렴하다.
물론 OLED 조명은 아직 연구단계에 있는 만큼 현재는 광원 효율이 LED 의 절반 수준인 와트당 50루멘이고 수명도 2만 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OLED가 모든 면에서 LED 수준 이상으로 성능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LED 넘어 OLED로
국내에서 OLED 조명 기술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06년 말부터다. 이후 정부의 지원 하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생산기술 연구원(KITECH) 등을 중심으로 저가형, 감성형 광원 개발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다.
특히 ETRI의 경우 지난해 와트당 70루멘 이상의 광원 효율을 갖는 백색 OLED 광원 기술을 개발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정도 광원 효율이면 국내 최고 수준이자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도 대등한 기술력으로 평가된다.
국내외 50여 건의 특허를 출원한 이 기술로 인해 ETRI는 OLED 조명의 상용화 시기를 한 단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OLED 조명 분야에 진출하려는 산업체에 기술 이전 및 사업화 솔루션 제공 등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OLED 분야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서도 OLED 조명에 대해 다양한 응용 분야의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LG도 차세대 광원 사업으로 OLED를 선정한 상태다. LG의 계열사인 LG화학이 올해 OLED 광원 설비를 구축, 내년 중 양산에 나설 예정이며 LG 전자는 이를 가지고 OLED 조명을 제조·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지난 5월 정부는 오는 2013년까지 OLED 조명을 일반 가정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지식경제부에서 ‘OLED 조명 사업화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내년까지 OLED 조명용 패널 생산장비와 디자인 개발을 위해 민관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정부는 OLED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고 그 적용분야를 건축, 가구, 교통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오는 2015년부터 OLED를 조명시장의 주류로 정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ETRI의 추혜용 OLED 조명연구 팀장은 “오는 2012년 이후에는 전 세계적으로 OLED 조명이 본격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도 정부와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OLED 조명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할 것” 이라고 전했다. 몇몇 대기업을 넘어 여러 관련 중소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지금보다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추 팀장은 “OLED 조명 기술 역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핵심 소재와 부품, 원천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를 차츰 국산화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 세계 OLED 조명 기술 연구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