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지키기

[중앙일보] 은퇴 후 건강지키기

FERRIMAN 2011. 2. 21. 19:52

[은퇴 스트레스 줄이려면] ‘인생 3모작’ 눈높이 낮추고 준비하기 나름이지요  
[중앙일보] 2011년 02월 21일(월) 오전 00:15
[중앙일보 이주연]


서울대 제3기 인생대학 학생들이 지난 학기 ‘고령화 사회와 제3기 인생’ 수업을 듣고 있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제공]

굴지의 증권회사에 근무하다 55세에 정년퇴직한 김태준(62·서울 서대문구)씨. 그에게 ‘은퇴 후 건강 위기’는 딴 나라 얘기다. 퇴직 전 그는 스케줄이 빡빡할 만큼 바쁜 일상을 보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수영과 에어로빅을 했다. 주말이면 아내와 마라톤·등산을 즐겼고, 각종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나갔다. 부지런한 일상은 은퇴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6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회사 다닐 때처럼 바쁘게 보낸다. 퇴직하자마자 아내와 4개월간 아시아 8개국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색소폰도 시작해 고교동창들과 오케스트라 동호회를 결성해 자선공연을 한다. 김씨는 “색소폰을 잘 불기 위해 30년 넘게 피운 담배도 끊었다. 이것저것 도전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은퇴 후 스트레스나 건강위기를 모르고 살았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받고 위험요소 지속 관리

은퇴는 정신과 신체에 엄청난 스트레스 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박상철 교수는 “은퇴하면 건강을 지지하던 4개 기둥인 규칙적인 신체활동·영양상태·인간관계·사회참여가 무너져 건강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퇴 후 쓰나미처럼 밀려올 변화에 미리 대비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50~60대는 노화·스트레스·운동부족이 겹쳐 질병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은퇴 전 건강검진으로 건강 위험요인을 파악·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인생좌표도 새롭게 잡자. 은퇴 후에도 수십 년의 삶이 남아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 교수는 “퇴직 후는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 본인의 적성과 재능을 찾고 성취하는 시기”라며 “목표를 정해놓고 노력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장수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어떤 종류든 계속 ‘일’ 하는게 중요

은퇴자들이 안전하게 연착륙하고 재도약하려면 사회와 가족의 지지도 중요하다. 최근엔 은퇴자들을 위해 퇴직 전·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직장과 기관이 늘고 있다.

포스코는 2001년부터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직원을 대상으로 제2의 진로개척 과정을 운영한다. 이 과정을 수료한 사람 중 65%가 재취업에 성공했고 12%가 창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150명의 임금피크 대상자에게 재취업과 창업·귀농과 귀촌·건강관리법·재테크를 교육했다. 하나은행도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경력전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서울대는 퇴직자들의 노후 준비와 적응을 위해 ‘제3기 인생대학’을 개설했다. 이곳에선 노후의 심리·신체적 변화, 여가활동, 시간관리, 연금제도와 자산관리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중소기업청·국민연금공단·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도 은퇴 후 생애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 사회철학자 피터 라스렛은 직장에서 물러나 건강하게 생활하는 20~30년간을 제3기 인생(the third age) ‘자기 성취의 시기’라고 했다. 다른 직업에 도전하거나 취미활동·자원봉사처럼 가치 있는 활동으로 성취감과 정체성을 찾는다. 어떤 종류든 일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자극제이자 운동이다.

스트레스 관리하는 나만의 비법 찾도록

은퇴 준비는 100점인데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친다. 이 시기에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스트레스 관리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인생의 활력소다. 하지만 단기간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을 옥죈다. 강북삼성병원 종합검진센터 신호철 교수는 “스트레스는 심혈관질환·근골격질환·암·정신질환 위험을 높인다”며 “나이들수록 그 위험이 배가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스는 성격·인간관계·생활환경에 따라 줄일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음주와 흡연에 기대기도 하는데, 이것만큼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도 없다.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난관에 부딪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주변에 털어놓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울백병원 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야외에서 하루 30분 산책·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고, 심폐기능이 좋아진다”며 “춤과 요리처럼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하루하루를 최대한 즐겁게 보내면 장수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주연 기자

은퇴 후 건강 지키는 습관

●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식사한다

● 낙천적인 사람과 어울리고 남의 비난에 위축되지 않는다

● 자신이 성취한 일을 떳떳이 자랑한다

● 야외 신체활동을 늘리고 근력운동을 꾸준히 한다

● 가족·친구와 자주 대화하고 새로운 모임에 적극 참여한다

● 창업·부동산 구입·이혼 등 스트레스 유발요인을 미루거나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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