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우주 항공

[사이언스타임즈] 지구 중력장

FERRIMAN 2011. 5. 2. 10:33


지구가 울퉁불퉁 감자 모양이라고? [항우연 공동] 중력장 지도로 보는 지구 2011년 05월 02일(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천리안 발사 등으로 항공우주과학이 전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항공우주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행중인 웹진 카리스쿨의 콘텐츠를 주 1회 제공한다. [편집자 註]

‘블루 마블(The Blue Marble)’.

▲ 위 사진은 1972년 NASA의 아폴로 17호가 촬영한 지구 모습이다. 일명 ‘블루 마블’(사진출처:NASA) 아래 사진은 2009년 발사된 고스 위성이 촬영한 지구 중력장 지도, 지오이드의 모습(사진출처:ESA) 
1972년 12월 7일 아폴로 17호의 승무원이 찍은 지구 사진의 이름이에요. 여기에는 동그란 지구와 구름에 덮인 아프리카 대륙과 대서양, 인도양이 또렷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 선명한 모습 때문에 ‘블루 마블’은 가장 유명한 지구 사진이 됐답니다. 50년 전에 유리 가가린이 봤던 ‘푸른빛의 지구’도 이런 모습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럽우주국(ESA)이 ‘실제 지구 모습에 가장 가까운 사진’이라고 밝힌 지구 사진은 ‘블루 마블’과 많이 다릅니다. 사진 속 지구는 매끄러운 공 모양도 아니고, 아름다운 푸른빛도 아닙니다. 전체적인 모양은 감자를 닮았고, 색깔도 알록달록합니다. 빨강, 노랑, 파랑색이 뒤섞여 울퉁불퉁한 표면을 장식하고 있죠. 이 사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이 충격적인 사진은 ‘지오이드(geoid)’라는 지구 중력장 지도입니다. 우리는 지구가 동그란 공 모양이라고 알고 있지만, 중력으로 나타낸 지구는 울퉁불퉁한 감자 모양입니다. 지구는 지역마다 질량이 조금씩 달라서 중력 차이가 최대 100만분의 1까지 나거든요.

히말라야 산맥처럼 암석이 많이 쌓이는 지역의 질량은 크기 때문에 이 지역의 중력은 다른 데보다 큽니다. 바다에서도 해류나 밀물과 썰물에 의해 생겨난 언덕과 계곡이 있어서 질량이 차이 납니다. 지형에 따라 달라지는 중력을 표시한 지도가 바로 ‘지오이드’라는 것입니다. 보통은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일수록 중력이 높고, 푸른색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중력이 낮습니다.

쌍둥이 위성 그레이스(GRACE), 거리 변화로 중력 측정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중력을 정확하게 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인공위성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2002년 3월에 쏘아올린 ‘그레이스(GRACE, 중력복원기후실험위성)’가 바로 그것입니다. NASA와 독일항공우주센터가 함께 만든 ‘그레이스’는 두 개가 똑같이 닮은 쌍둥이 위성인데요. 고도 450km 상공에서 220km 간격을 유지한 채 지구를 돌고 있습니다.

▲ 그레이스 위성의 모습, 똑같이 생긴 두 개의 위성이 서로간의 거리를 측정해 지구 중력의 크기를 알아낸다. (사진출처:NASA) 

‘그레이스’가 지구 중력을 측정하는 비밀은 ‘거리’에 있습니다. 두 개의 위성이 중력의 크기가 비슷한 바다 위를 지나간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우주선 간의 거리는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하지만 앞 위성이 바다보다 밀도가 높은 땅 위를 지나게 되면 중력이 달라집니다. 이때 뒤따르던 위성과의 간격은 좁아지게 되죠. 반대로 땅 위를 지나던 앞의 위성이 바다 위를 지나면 뒷 위성과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그레이스’는 이렇게 특정 부분을 지날 때마다 변하는 두 위성의 간격 변화를 측정합니다. 마이크로파를 감지해 서로의 거리를 재는 정확도는 100만분의 1cm 정도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는 없을 정도로 작은 부분까지 잡아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아진 자료는 2003년 7월에 ‘지오이드’ 형태로 발표됐습니다. 이후에도 ‘그레이스’는 한 달에 한 번씩 지각과 해양, 대기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지구 중력 변화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극에서 떠다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녹는 속도와 원인을 파악하는 데 이 위성은 크게 활약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우주화살 고스(GOCE), 가장 사실적인 지구 중력 표현

▲ 지구 저궤도에서 지구 중력장을 측정하는 고스 위성의 모습,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위성’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출처:ESA) 
ESA는 ‘그레이스’보다 더 정확한 ‘지오이드’를 얻기 위해 지구 가까이서 중력을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사용된 위성은 2009년 3월에 발사된 ‘고스(GOCE, 중력장 및 정상상태 해양 순환탐사)’입니다. 최근에 발표된 감자 모양의 지구사진도 ‘고스’가 만든 것입니다.

대부분의 인공위성은 지구 상공 600~800km 궤도를 지납니다. 하지만 ‘고스’ 위성은 이보다 훨씬 낮은 고도 270km 아래를 돕니다. 지구와 가까이에서 중력장과 해류 순환을 자세하게 측정하려는 거죠. 게다가 10조분의 1 정도의 중력 차이까지 감지하는 장치가 있어 정확한 ‘지오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 가까이에 머물다 보니 공기저항에 견뎌야 했습니다. 이 위성이 마치 화살처럼 날씬하고 매끄러운 데다 앞으로 뾰족하게 나온 핀 모양이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투박한 상자 모양의 다른 위성과 확실히 다르죠. 덕분에 이 위성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위성’으로 알려졌답니다.

울퉁불퉁한 감자처럼 생겨서 다소 충격적인 지구. 하지만 ‘지오이드’가 보여주는 지구 중력 정보는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빙하가 녹는 속도와 정도를 살펴서 지구 기후변화를 감시하거나 지각판의 이동도 예상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지난번 일본의 지진해일 같은 자연재해를 미리 예측할 수 있고, 바닷물의 움직임을 파악하면 기후변화도 살필 수 있습니다. 지구가 ‘블루 마블’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겠죠?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카리스쿨(www.karischool.re.kr) |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1.05.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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