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입력 2011.06.29 00:14 / 수정 2011.06.29 00:14
한국 오는 두 거인 … 도레이는 ‘사람’이 탐났고 듀폰은 ‘스피드’에 반했다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본사 사장
탄소섬유로 만드는 보잉 787 날개 도레이의 탄소섬유 플라스틱은 보잉787 항공기의 날개 소재로 사용된다. 사진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자들이 보잉787의 날개 부분을 완성하는 모습. [블룸버그]
“경북 구미에 탄소섬유 생산공장뿐 아니라 탄소섬유를 원료로 한 부품개발센터도 세우겠다. 탄소섬유와 관련된 모든 생산·개발 활동이 이뤄지는 ‘탄소섬유 클러스터’를 구미에 만드는 것이 도레이의 청사진이다.”
닛카쿠 아키히로 사장 일본 도레이 본사의 닛카쿠 아키히로(日覺昭廣) 사장은 28일 구미 탄소섬유 제1공장 기공식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공장만 짓는 게 아니라 탄소섬유를 원료로 한 자동차·조선 부품 개발도 한국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닛카쿠 사장은 “부품을 살 한국의 거대 기업들에 맞춤형 서비스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자동차·조선 산업의 경쟁력이 탄소섬유 공장뿐 아니라 연구개발(R&D)센터까지 한국에 들어오게끔 만든 셈이다. 개발센터는 탄소섬유 제1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2013년부터 지을 예정이라고 했다.
- 한국투자를 결정하게 된 요인은.
“어느 나라에 공장을 지어야 가격과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임금뿐 아니라 노동력의 질, 정부의 지원도 고려했다. 종합적으로 따진 결과 한국이 세계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에 자동차·조선 등 대형 탄소섬유 소비업체가 있다는 것이 투자결정에 영향을 줬나.
“대단히 매력적인 점이었다. 도레이는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탄소섬유를 만든다. 보잉(미국)과 에어버스(프랑스) 같은 거대 최종 수요 기업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에 더해 탄소섬유를 원료 삼아 부품 등으로 가공하는 중간재 산업 기술도 발달했다. 이런 기업들과 함께 사업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을 택했다. 이들이 있어 한국에 모든 것을 아우르는 탄소섬유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 한국이 미국·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것도 작용했는지.
“그렇다. FTA로 인해 (자동차 등) 탄소섬유를 쓰는 한국 제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봤다. 탄소섬유는 풍력발전기 날개에도 쓰인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녹색산업 발전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좋게 봤다.”
- 한국 투자결정에 영향을 준 또 다른 요인이 있다면.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여러 차례 일본 본사를 방문해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 일본의 전기요금이 비싸 일본 외 지역을 택한 것인가(일본 기자의 질문).
“도레이는 일본 기업이다. 당연히 일본도 투자 후보지에 올려놓고 경쟁력을 비교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각종 비용을 따졌을 때 한국이 나았다.”
-한국에서 만든 탄소섬유는 한국 기업에만 공급하는가.
“한국은 중국과 유럽·북미에도 공급하는, 글로벌 생산 거점의 핵심이 될 것이다. 탄소섬유 시장 자체는 한국보다 중국이 더 크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품질과 가격 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한국이라고 판단했다. 경북 구미는 전 세계 최대의 탄소섬유 생산처가 될 것이다.”
- 공장뿐 아니라 탄소섬유 기술도 들어오나.
“도레이첨단소재에 생산기술을 이전한다. 앞으로 구미에 부품개발센터를 짓게 되면 개발 관련 기술도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도레이가 한국에 탄소섬유 클러스터를 만들면 한국이 자랑하는 조선·자동차·녹색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도레이는 1963년 한국에 들어와 50년 가까이 한국 경제와 함께해 왔다. 앞으로도 한국 사회의 좋은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으로서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
구미=권혁주 기자
도레이
■ 본사 : 일본 도쿄
■ 주요 사업 분야
섬유·플라스틱, 정보통신 소재, 탄소섬유, 환경 엔지니어링
■ 2010년 글로벌 경영 현황
매출 20조6300억원
영업이익 1조3400억원
전 세계 직원 수 3만8740명
■ 2010년 한국법인 경영 현황
매출 1조1300억원
영업이익 1900억원
직원 수 1083명
토머스 코넬리 듀폰 부회장
토머스 코넬리 부회장28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듀폰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만난 토머스 M 코넬리 부회장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27일 오후 7시30분에 도착해 24시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빡빡한 일정 탓이었다. 그런데도 한국행을 고집한 것은 분당에 자리 잡은 듀폰의 ‘세계 1호 이노베이션 센터’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코넬리 부회장은 “이노베이션 센터는 전 세계에 있는 듀폰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연결해 가장 최근에 개발한 기술을 서로 공유하고, 고객이 필요한 것을 논의하는 협업 연구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듀폰의 사업영역은 자동차·반도체·공업용 부품 소재부터 대체에너지, 농업 분야까지 방대하다. 거의 모든 산업 제품에 듀폰이 개발한 소재가 들어간다. 그만큼 듀폰은 R&D에 힘을 쏟는다. 전 세계 75곳에 있는 듀폰의 R&D 센터에는 8000명(전 직원의 약 13%)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일하고 있다. R&D를 위해 연간 18억 달러를 쓴다. 다음은 코넬리 부회장과의 문답.
- 왜 한국에 세계 1호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었나.
“한국 시장은 세계 어느 시장보다 기술을 빨리 도입하고 빠르게 변한다. 이런 한국 시장의 특성과 듀폰의 기술력을 접목해 협업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전자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이 있어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가능성도 풍부하다.”
- 협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더 경쟁력을 갖추고 싶어서다.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시장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시장의 요구가 있을 때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협업해 기술을 내놓는 게 빠르다.”
이날 둘러본 이노베이션 센터의 전시장에는 듀폰이 개발한 전자·자동차·에너지 산업 관련 최신 부품 소재 80여 개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 현재 국내 식품업체에서 생산하는 두유와 에너지 바가 눈길을 끌었다.
- 두유를 진열한 까닭은.
“진열된 두유에 우리가 만든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가 있다. 듀폰은 화학회사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종합과학회사가 됐다.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사업 분야가 농업이다. 최근에는 덴마크 식품원료 제조업체인 다니스코를 인수하기도 했다.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수가 90억 명이 된다. 인구는 느는데 농경지는 줄고 있다. 식량 부족으로 농업에서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관심이 쏠릴 거다.”
- 콩도 재배하나.
“직접 재배하진 않는다. 농부들이 심는 대두 종자를 생산하고, 음료에 들어가는 식물성 단백질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 트랜스지방이 적은 대두를 개발하기도 했다.”
-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하는 듀폰만의 비결이 있다면.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깊이 통찰하고 그에 따른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실패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불확실성이 큰 만큼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 혁신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니즈에 맞는 기술을 개발했을 때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려면 시장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 나갈 거다.”
-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는 까닭은.
“듀폰이 200여 년간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기업 시민’이 되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기업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환경 이슈가 중요하다.”
한은화 기자
듀폰
■ 본사 :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 주요 사업 분야
농업(바이오)·영양, 전자·통신, 자동차·전자·반도체 등
전 산업 분야용 소재,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 2010년 글로벌 경영 현황
매출 34조1300억원
전 세계 직원 수 6만 명
■ 2010년 한국법인 경영 현황
매출 7000억원
직원 수 450명
“경북 구미에 탄소섬유 생산공장뿐 아니라 탄소섬유를 원료로 한 부품개발센터도 세우겠다. 탄소섬유와 관련된 모든 생산·개발 활동이 이뤄지는 ‘탄소섬유 클러스터’를 구미에 만드는 것이 도레이의 청사진이다.”
- 한국투자를 결정하게 된 요인은.
“어느 나라에 공장을 지어야 가격과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임금뿐 아니라 노동력의 질, 정부의 지원도 고려했다. 종합적으로 따진 결과 한국이 세계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에 자동차·조선 등 대형 탄소섬유 소비업체가 있다는 것이 투자결정에 영향을 줬나.
“대단히 매력적인 점이었다. 도레이는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탄소섬유를 만든다. 보잉(미국)과 에어버스(프랑스) 같은 거대 최종 수요 기업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에 더해 탄소섬유를 원료 삼아 부품 등으로 가공하는 중간재 산업 기술도 발달했다. 이런 기업들과 함께 사업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을 택했다. 이들이 있어 한국에 모든 것을 아우르는 탄소섬유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 한국이 미국·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것도 작용했는지.
“그렇다. FTA로 인해 (자동차 등) 탄소섬유를 쓰는 한국 제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봤다. 탄소섬유는 풍력발전기 날개에도 쓰인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녹색산업 발전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좋게 봤다.”
- 한국 투자결정에 영향을 준 또 다른 요인이 있다면.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여러 차례 일본 본사를 방문해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 일본의 전기요금이 비싸 일본 외 지역을 택한 것인가(일본 기자의 질문).
“도레이는 일본 기업이다. 당연히 일본도 투자 후보지에 올려놓고 경쟁력을 비교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각종 비용을 따졌을 때 한국이 나았다.”
-한국에서 만든 탄소섬유는 한국 기업에만 공급하는가.
“한국은 중국과 유럽·북미에도 공급하는, 글로벌 생산 거점의 핵심이 될 것이다. 탄소섬유 시장 자체는 한국보다 중국이 더 크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품질과 가격 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한국이라고 판단했다. 경북 구미는 전 세계 최대의 탄소섬유 생산처가 될 것이다.”
- 공장뿐 아니라 탄소섬유 기술도 들어오나.
“도레이첨단소재에 생산기술을 이전한다. 앞으로 구미에 부품개발센터를 짓게 되면 개발 관련 기술도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도레이가 한국에 탄소섬유 클러스터를 만들면 한국이 자랑하는 조선·자동차·녹색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도레이는 1963년 한국에 들어와 50년 가까이 한국 경제와 함께해 왔다. 앞으로도 한국 사회의 좋은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으로서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
구미=권혁주 기자
도레이
■ 본사 : 일본 도쿄
■ 주요 사업 분야
섬유·플라스틱, 정보통신 소재, 탄소섬유, 환경 엔지니어링
■ 2010년 글로벌 경영 현황
매출 20조6300억원
영업이익 1조3400억원
전 세계 직원 수 3만8740명
■ 2010년 한국법인 경영 현황
매출 1조1300억원
영업이익 1900억원
직원 수 1083명
토머스 코넬리 듀폰 부회장
- 왜 한국에 세계 1호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었나.
“한국 시장은 세계 어느 시장보다 기술을 빨리 도입하고 빠르게 변한다. 이런 한국 시장의 특성과 듀폰의 기술력을 접목해 협업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전자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이 있어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가능성도 풍부하다.”
- 협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더 경쟁력을 갖추고 싶어서다.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시장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시장의 요구가 있을 때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협업해 기술을 내놓는 게 빠르다.”
이날 둘러본 이노베이션 센터의 전시장에는 듀폰이 개발한 전자·자동차·에너지 산업 관련 최신 부품 소재 80여 개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 현재 국내 식품업체에서 생산하는 두유와 에너지 바가 눈길을 끌었다.
- 두유를 진열한 까닭은.
“진열된 두유에 우리가 만든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가 있다. 듀폰은 화학회사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종합과학회사가 됐다.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사업 분야가 농업이다. 최근에는 덴마크 식품원료 제조업체인 다니스코를 인수하기도 했다.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수가 90억 명이 된다. 인구는 느는데 농경지는 줄고 있다. 식량 부족으로 농업에서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관심이 쏠릴 거다.”
- 콩도 재배하나.
“직접 재배하진 않는다. 농부들이 심는 대두 종자를 생산하고, 음료에 들어가는 식물성 단백질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 트랜스지방이 적은 대두를 개발하기도 했다.”
-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하는 듀폰만의 비결이 있다면.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깊이 통찰하고 그에 따른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실패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불확실성이 큰 만큼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 혁신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니즈에 맞는 기술을 개발했을 때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려면 시장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 나갈 거다.”
-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는 까닭은.
“듀폰이 200여 년간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기업 시민’이 되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기업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환경 이슈가 중요하다.”
한은화 기자
듀폰
■ 본사 :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 주요 사업 분야
농업(바이오)·영양, 전자·통신, 자동차·전자·반도체 등
전 산업 분야용 소재,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 2010년 글로벌 경영 현황
매출 34조1300억원
전 세계 직원 수 6만 명
■ 2010년 한국법인 경영 현황
매출 7000억원
직원 수 450명
'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앙일보] 스파이 곤충-초소형 정찰기 (0) | 2011.07.14 |
---|---|
[사이언스타임즈] 그래핀의 실용화 (0) | 2011.07.04 |
[중앙일보] 반물질(antimatter)을 찾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0) | 2011.06.15 |
[중앙일보] 스마트폰의 두께의 비밀 (0) | 2011.06.10 |
[사이언스타임즈] 전자종이 (0) | 201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