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입력 2011.10.12 00:26 / 수정 2011.10.12 01:03
올 노벨물리학상 ‘우주 가속 팽창’
[J 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있긴 있지만 뭔지 모르는 ‘우주 암흑’
올 노벨물리학상 ‘우주 가속 팽창’
과학자들이 박수 치기 주저한 이유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솔 펄머터(52·UC버클리), 애덤 리스(42·존스홉킨스대), 브라이언 슈밋(44·호주국립대)에게 돌아갔다. 초신성(超新星·supernova)을 관측,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천문학자들이다. 노벨상위원회가 이들의 이름을 호명하던 순간(한국시간 4일 저녁) 공교롭게도 한국 천문학자 대부분은 제주도에 있었다. 한국천문학회 가을 총회(5~7일) 때문이었다. 당연히 노벨상 소식이 큰 화제가 됐다. 동료 학자들의 수상 소식에 다들 기뻐했을까. “그렇지 않았다”는 게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석영 교수의 전언이다. 이 교수는 “‘과연 박수 받을 상황인가. 노벨위가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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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머터 등은 별의 밝기 변화를 추적해 우주의 팽창도를 연구했다. 가령 100W짜리 전구가 있다고 치자. 이 전구의 ‘원래 밝기’는 일정하지만 ‘겉보기 밝기’는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히 멀리 떨어질수록 더 어두워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왜 가속 팽창을 하는가’다. 과거 우주의 팽창이 점점 느려질 것이라고 생각한 근거는 중력 때문이었다. 중력은 끌어당기는 힘(인력·引力)이다. 만약 우주가 정말 가속 팽창하고 있다면, 이 중력보다 센 미는 힘(척력·斥力)이 있어야 한다. 펄머터 등은 그런 힘의 정체를 규명하지 못했다. 단지 “미지(未知)의 힘(암흑 에너지·dark energy)이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이 같은 논문이 발표된 게 1998년이다. 이후 10년 넘도록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암흑 에너지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등이 수상자 발표 직후 “‘우리가 여전히 모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상을 줬다”고 한 것이나, 제주도에 모여 있던 유수의 학자들이 스웨덴에서 날아온 소식에 당혹스러워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암흑 물질 발견자는=이번 노벨상 선정에 참여한 스웨덴 웁살라대 물리학과 올가 보트너 교수는 기자회견 때 “베라 루빈(Vera Rubin)에겐 상을 안 주느냐”는 질문에 시달렸다.
루빈은 은하 안에 암흑 물질(dark matter)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힌 미국 천문학자다. 암흑 물질의 작명 근거도 암흑 에너지와 같다. ‘정체를 모르는 물질’이란 뜻이다. 루빈은 1970년대 회전하는 나선은하를 연구하다, 별들의 회전 속도가 중심부로부터의 거리에 상관 없이 일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별이 더 빨리 회전하는 경우도 찾아냈다.
이는 중력장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공전 속도가 느려진다는 ‘케플러(Kepler)의 법칙’에 어긋나는 현상이다. 가령 태양계를 생각해 보자. 수성의 공전 주기는 88일, 해왕성은 165년이다. 각각의 별들이 태양으로 끌려들어가지 않고 공전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태양에 가까울 수록(태양의 중력이 셀수록) 빨리 돌기(원심력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멀리 떨어진 별이 중심에 가까이 있는 별보다 더 빨리 돈다면, 원심력이 중력보다 커져 해당 은하계 밖으로 튕겨 나가게 된다. 루빈은 이에 대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암흑 물질)이 존재하며, 이들의 중력이 (더해져) 별들의 원심력과 평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암흑 물질의 존재는 중력렌즈효과(큰 질량을 가진 물체의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휘어져 그곳을 통과하는 빛이 휘어져 보이는 현상) 등 후속 연구를 통해 재차 확인됐다. 하지만 그 ‘실체’ 자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암흑 에너지와 마찬가지다. 결국 노벨위에 쏟아진 질문은 ‘다 마찬가지 미스터리인데 무슨 근거로 암흑 에너지 발견자에게만 상을 주느냐’는 지적이었다. 말인즉슨 맞는 말이다.
김한별 기자
◆우주 에너지=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우주 전체의 에너지 가운데 별·은하 등 우리가 정체를 알고 있는 물질은 4%에 불과하다(물질의 질량과 에너지는 상호 변환 가능한 물리 값). 나머지 전부가 암흑 물질(24%)과 암흑 에너지(72%)다.
※참고=『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이석영 저, 사이언스북스 간), 『암흑우주』(다니구치 요시아키 저, 바다출판사 간)
펄머터 등은 별의 밝기 변화를 추적해 우주의 팽창도를 연구했다. 가령 100W짜리 전구가 있다고 치자. 이 전구의 ‘원래 밝기’는 일정하지만 ‘겉보기 밝기’는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히 멀리 떨어질수록 더 어두워 보인다.
1970년대에 암흑 물질을 발견한 베라 루빈.
펄머터 등이 착안한 것도 같은 원리다. 최대 밝기(원래 밝기)가 일정한 1a형 초신성의 ‘겉보기 밝기’가 어떻게 달라지나 관찰한 후, 이를 토대로 해당 별까지의 거리를 역산(逆算)한 것이다. 결과는 초신성들이 점점 빨리 어두워진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이들이 지구로부터 점점 빨리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137억 년 전 빅뱅(big bang·대폭발) 이래 우주의 팽창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고 생각해 온 기존 우주론을 뒤집는 혁명적 결과였다.하지만 문제는 ‘왜 가속 팽창을 하는가’다. 과거 우주의 팽창이 점점 느려질 것이라고 생각한 근거는 중력 때문이었다. 중력은 끌어당기는 힘(인력·引力)이다. 만약 우주가 정말 가속 팽창하고 있다면, 이 중력보다 센 미는 힘(척력·斥力)이 있어야 한다. 펄머터 등은 그런 힘의 정체를 규명하지 못했다. 단지 “미지(未知)의 힘(암흑 에너지·dark energy)이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이 같은 논문이 발표된 게 1998년이다. 이후 10년 넘도록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암흑 에너지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등이 수상자 발표 직후 “‘우리가 여전히 모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상을 줬다”고 한 것이나, 제주도에 모여 있던 유수의 학자들이 스웨덴에서 날아온 소식에 당혹스러워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암흑 물질 발견자는=이번 노벨상 선정에 참여한 스웨덴 웁살라대 물리학과 올가 보트너 교수는 기자회견 때 “베라 루빈(Vera Rubin)에겐 상을 안 주느냐”는 질문에 시달렸다.
루빈은 은하 안에 암흑 물질(dark matter)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힌 미국 천문학자다. 암흑 물질의 작명 근거도 암흑 에너지와 같다. ‘정체를 모르는 물질’이란 뜻이다. 루빈은 1970년대 회전하는 나선은하를 연구하다, 별들의 회전 속도가 중심부로부터의 거리에 상관 없이 일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별이 더 빨리 회전하는 경우도 찾아냈다.
이는 중력장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공전 속도가 느려진다는 ‘케플러(Kepler)의 법칙’에 어긋나는 현상이다. 가령 태양계를 생각해 보자. 수성의 공전 주기는 88일, 해왕성은 165년이다. 각각의 별들이 태양으로 끌려들어가지 않고 공전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태양에 가까울 수록(태양의 중력이 셀수록) 빨리 돌기(원심력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멀리 떨어진 별이 중심에 가까이 있는 별보다 더 빨리 돈다면, 원심력이 중력보다 커져 해당 은하계 밖으로 튕겨 나가게 된다. 루빈은 이에 대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암흑 물질)이 존재하며, 이들의 중력이 (더해져) 별들의 원심력과 평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암흑 물질의 존재는 중력렌즈효과(큰 질량을 가진 물체의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휘어져 그곳을 통과하는 빛이 휘어져 보이는 현상) 등 후속 연구를 통해 재차 확인됐다. 하지만 그 ‘실체’ 자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암흑 에너지와 마찬가지다. 결국 노벨위에 쏟아진 질문은 ‘다 마찬가지 미스터리인데 무슨 근거로 암흑 에너지 발견자에게만 상을 주느냐’는 지적이었다. 말인즉슨 맞는 말이다.
김한별 기자
◆우주 에너지=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우주 전체의 에너지 가운데 별·은하 등 우리가 정체를 알고 있는 물질은 4%에 불과하다(물질의 질량과 에너지는 상호 변환 가능한 물리 값). 나머지 전부가 암흑 물질(24%)과 암흑 에너지(72%)다.
※참고=『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이석영 저, 사이언스북스 간), 『암흑우주』(다니구치 요시아키 저, 바다출판사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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