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우주 항공

[사이언스타임즈] 돛을 단 우주 비행체

FERRIMAN 2011. 12. 6. 17:10

 


나노세일-D, 미래 인공위성 모태 될까 정사각형 모양의 돛 달아 우주쓰레기 문제 해결 2011년 12월 06일(화)

지난주, 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은 소형 위성 ‘나노세일-D(NanoSail-D)’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위성은 ‘돛’을 장착하고 있다. ‘돛을 단 우주 비행체’라면 영화나 소설에만 등장할 것 같지만 이는 실제 약 8개월 동안 지구의 저궤도를 공전한 인공위성이다.

돛 단 위성 나노세일-D는 우주쓰레기의 해결책?

특이한 형태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던 나노세일-D는 자신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마쳤지만 시작은 불안했다. 나사는 지난 2010년 11월, 알래스카 코디악 섬에서 FASTSAT(Fast Affordable Science and Technology Satellite)라는 과학위성에 총 6개의 실험 장치를 실어 우주로 발사했다.

▲ NASA의 소형 위성 NanoSail-D. 넓고 얇은 돛을 달고 있다.  ⓒNASA
그 중엔 나노세일-D도 포함돼 있었다. 나노세일-D는 12월에 지구를 공전하도록 방출될 예정이었지만 작동에 오류가 발생해 실험 실패의 인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올해 1월 19일, 열려 있는 장치를 통해 나노세일-D가 스스로 튀어나가면서 그 특별한 돛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

나노세일-D의 돛은 한 변이 10m에 달하는 정사각형 모양이며, 특수폴리머 천으로 제작됐다. 면적은 넓지만 두께가 머리카락보다 얇기 때문에 무게는 수 그램밖에 나가지 않으며, 인공위성 전체의 질량도 4kg에 불과하다. 거대하지만 가벼운 돛이 우주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나노세일-D가 맡은 임무와 관련이 있다.

나노세일-D의 주요 임무는 현재 우주 개발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우주쓰레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일반적인 인공위성은 발사체에 실려 우주공간으로 보내진 뒤, 궤도에 올라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지구의 중력과 인공위성의 수평 방향 속력 때문에 지구로 떨어지지도, 우주 밖으로 날아가지도 않을 수 있는 것. 하지만 이는 이미 수명을 다 해 고철덩어리가 된 인공위성도 마찬가지다. 

기존 인공위성의 수거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인공위성이 발사되기 때문에 지구 상공은 폐 인공위성과 파편들로 가득하다. 이 파편들을 제거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들이 계속 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나사는 나노세일-D를 통해 한 가지 대책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복사압 이용한 궤도 수정으로 대기권 진입 후 불 타

기존의 인공위성은 궤도에 오른 후 경로를 수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나노세일-D는 자신의 궤도를 수정함으로써 우주쓰레기가 될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 이는 나노세일-D가 가진 특수 돛과,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으로 인해 가능한 일이다.

돛이 작동하는 원리는 바로 빛의 입자로 알려진 ‘광자’에 있다. 광자는 질량은 없지만 에너지는 가지고 있다. 빛이 물체에 닿을 때, 광자가 물체 표면에 부딪히면서 압력을 발생시키며, 이를 ‘복사압’이라 한다. 물론 우리 몸도 복사압을 받고 있지만 크기가 미미해 느끼지 못할 뿐이다.

나노세일-D의 돛은 복사압을 조정함으로써 궤도를 수정한다. 빛은 그것이 닿는 물체의 특성에 따라 흡수되기도 하며 반사되기도 하는데, 이때 물체가 받는 복사압에 차이가 발생한다. 이것을 조절하면 인공위성이 받는 힘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고, 궤도 또한 수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노세일-D는 이러한 원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발사된 것. 실제로 지난 9월 17일, 나노세일-D는 240일간의 비행을 마치고 스스로 지구 대기로 진입해 불타 사라졌다. 나사 연구진은 최근 플레어와 같은 태양 활동의 증가가 돛이 받는 복사압을 증가시킴으로써 나노세일-D의 궤도 수정과 지구로의 귀환, 그리고 최종 하강 속도 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외에도 나노세일-D는 박막 돛의 작동과 궤도 수정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를 남겼으며, 이는 앞으로 자체적인 궤도 수정이 가능한 기술과 그것이 적용된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실험과 연구는 별도의 수거가 필요하지 않은 인공위성을 제시함으로써 우주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비록 현존하는 파편들을 직접 제거하는 방법은 아닐지라도, 파편을 만드는 원인 자체를 제거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사압을 이용한 박막 돛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더 깊은 우주로 나아가는 탐사선에도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나노세일-D의 임무가 가진 의미는 크다.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1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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