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여생(餘生)을 정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메일을 받고 보낸 답장

FERRIMAN 2012. 5. 24. 16:43

조형^^

일찍 일어나신 모양이군요.

전 원래 아침 잠이 많아서

대체로 늦잠 자는 편입니다.

학생시절에도

아예 안자고 공부하면 모르겠으나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많이 혼 났지요.

 

요즘은 좋아하는 아침 잠도 누리지 못합니다.

외손녀 첫째 여석이 꼭두 새벽에 일어나서

깨웁니다.

이제 막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한

둘째는 2시간마다 목청껏 웁니다.

솔직히 집사람이나 저나 힘들어 죽겠습니다.

밤에는 깊은 잠을 잘 수 없고

낮에는 내 바지 자랭이 잡고 붙어 다니고...

해서

저는 낮에 바깥으로 도망(?) 갑니다만

집사람은 종일 시달리니 위장병까지 

걸린 모양입니다.

 

이렇게 서서히 늙어간다고 생각하니

동물의 세계는 짐승이나 인간이나 다를바 없나 봅니다.

후손을 돌 볼 수 있는 능력마저 없이 식량이나 축내면

동물들은 무리에서 쫓겨날거고, 인간은 고려장 당하는 것 아니겠는지요.ㅎ ㅎ

 

저는 다행히 딸 하나였지만

조형은 둘이었으니 

저보다 제곱으로 고생하셨겠네요.ㅋ ㅋ ㅋ

아니 조형 부인께서 더 고생하셨겠지요.

 

딸하고 사위에게 당부했습니다.

둘 만 낳고 그만두라고...

따지고 보면 내 성(姓)가진 후손도 아닌데

내 딸이 낳은 자식을 위해서라고

이 고생하나 생각하면 억울한 구석도 있지요.

 

요즘 아이들은 체격이나 지능이 예전보다

일찍 성장하니

이제 25개월 째인 첫째는 무거워서 안을 수도 없고.

(이미 팔 어깨에 통증이 있음)

미운 짓은 골라가며 하고, 

PC로 문서 작업하면 마우스 낚아채고, 안경 가져가버리고,

스마트 폰 가져가서 숨겨두고...ㅎ ㅎ ㅎ

웃어야 하는데  웃음이 안나와요.

짜증내고 소리지르니 애 애미 눈치 살피게 되고....

이러다가 여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이나

있을 지 걱정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