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사이언스타임즈] 이상적인 부부와 불행한 부부

FERRIMAN 2011. 11. 29. 13:30


이상적인 부부 vs 불행한 부부 얀 호사르트와 월리엄 윈더스의 '부부' 2011년 11월 29일(화)

보통, 사랑으로 모든 것을 덮어주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랑 때문에 더 트러블이 생기는 것이 부부다. 부부는 살면 살수록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에 있다.

어떤 부부라도 끊임없이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긴 과정을 거친다. 그 싸움의 과정이 없이 평생 행복하게 사는 부부는 없다. 어떤 식으로든 싸움을 하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부부일수록 서로에 대해 이해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펼쳤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부부는 생존을 위한 전투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평생 사랑 싸움을 하면서 보낸다. 타인하고의 트러블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부부 간의 트러블은 인내하면 할수록 더 인내를 필요로 한다.

부부는 사랑의 믿음 때문인지 건방지고 탐욕스러워지며 소유하고픈 욕망이 크다. 그래서인지 사랑만 믿고 팽팽한 신경전에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하는 부부가 많다.

부부는 사랑하면 할수록 인내를 주춧돌 삼아 서로에게 적당한 희생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적당한 희생은 자신의 몫이다. 어느 누구도 희생의 선을 가리켜주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묻고 판단해야 한다.

헤라클레스의 이상적인 부부상

그렇기에 이상적으로 보이는 부부는 많아도 사실 이상적인 부부는 현실에서 존재하기 힘들다. 사랑으로 충만해 보이는 부부도 실상은 많은 싸움 끝에 얻어진 결과다. 사랑의 유통기간을 지나 미움, 무관심 그리고 측은지심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서로 희생하고 양보해 이상적인 부부라는 달콤한 결과를 얻은 것이다. 백조가 수면 위에서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수면 아래에서 끊임없이 자맥질을 하고 있어서다. 아름다운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백조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1517년, 목판에 유채, 37*27, 버밍엄 바버 예술 박물관 소장 

이상적인 부부를 그린 작품이 호사르트의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이다. 헤라클레스는 광기에 사로잡혀 친구 이피토스를 죽인 죄로 3년 동안 여왕 옴팔레의 노예가 된다. 벌을 받고 나온 헤라클레스는 데이아네이라와 두 번째 결혼을 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여러 곳을 여행 다니다가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 족의 네소스가 삯을 받고 건네주는 나루터에 이르렀다.

데이아네이라에게 반한 네소스는 그녀를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네소스에게 납치당하는 순간 데이아네이라는 비명을 지르고 비명소리를 들은 헤라클레스는 독화살로 쏘아 죽인다. 하지만 네소스는 헤라클레스를 죽일 방법을 꾸며놓고 죽었다.

네소스는 죽기 직전 데이아네이라에게 남편을 사랑으로 묶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헤라클레스 옷을 자신의 피에 적셔 입히라고 했다. 남편을 사랑한 그녀는 네소스의 피가 묻은 옷을 헤라클레스에게 준다. 그 옷을 입자마자 헤라클레스는 고통의 몸부림을 친다. 그는 극심한 고통을 겪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다.

이 작품에서 헤라클레스는 쇠망치를 놓고 아내를 바라보고 있다. 데이아네이라도 금으로 장식한 옷을 벗고 남편 옆에 앉아 있다. 두 사람의 팔과 다리는 얽혀 있지만 그 사이의 공간은 비어 있다.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표정은 강한 남성이라기보다는 사랑에 빠져 있는 남자의 모습이다.

이 작품에서 헤라클레스의 쇠망치가 놓여져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기가 필요치 않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으면 두 사람이 벗고 있는 것은 사랑 앞에서는 어떤 허울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두 사람의 다리가 얽혀 있는 것은 서로 사랑하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은 부부 사이에도 서로의 영역은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얀 호사르트(1478~1533)는 이 작품에서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의 행복한 순간을 표현했지만 그들 부부에게 앞으로 다가올 고통스러운 일들을 암시하기 위해 그들이 있는 공간은 마치 무덤 안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부부는 밥상이 풍성하면 사랑을 찾고 사랑이 넘쳐흐르면 진수성찬을 기대한다. 부부는 아름다운 관계라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끝없는 기대와 욕심 때문에 절대 품 안의 만족을 모르는 사이다.

불행한 부부의 전형적 모습

▲ <너무 늦었어요>--1858년, 캔버스에 유채, 95*76, 런던 테이트 갤러리 소장 

불행한 부부의 전형적인 모습을 표현한 작품은 윈더스의 '너무 늦었어요'이다. 남편의 귀가를 묘사한 이 작품은 1859년 테니슨의 '내가 죽거든 오지 마세요'라는 시와 함께 처음 전시되었다. 화면 오른쪽에 얼굴을 가리고 있는 남자가 남편이다. 왼쪽에 휑한 얼굴로 무표정하게 남자를 쳐다보고 있는 여인이 아내다. 남자의 옆 어린 딸은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고 아내의 옆에는 큰 딸이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안고 있다.

초췌한 여인의 손에는 농기구가 들려 있다. 남편의 가출로 인해 가장이 된 여인은 생계를 위해 노동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을 암시한다. 인물 뒤로 보이는 황폐한 배경은 이들의 애정이 없는 부부 관계를 암시한다. 남자는 방탕한 생활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지만 아내의 얼굴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는지 팔로 얼굴을 가리고 서 있다.

윌리엄 윈더스(1822~1907)가 그린 이 작품은 인물과 배경이 따로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악평을 받았다.

박희숙 미술칼럼니스트 | bluep60@hanmail.net

저작권자 2011.11.29 ⓒ ScienceTimes
Copyright(c) 2011 Korea Science Foundation. All Right Reserved.
E-mail : ScienceTimes@scienc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