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7일
노모의 허리에 통증이 심하다 하시기에
부산을 다녀 왔습니다.
아픔을 대신할 수도 없으니
도움이 돼드리지도 못했지요.
내가 올라가고 안사람이 내려와야
식사라도 챙겨드릴 수 있겠다싶어
다음 날 올라왔습니다.
부산역으로 오든 중에 불현듯 생각나서
고관입구에서 내렸습니다.
산복도로 올라가는 긴 계단을 하나 하나
밟을 때 마다
어린 시절 이 계단을 밟으며 숨차했던 기억이
바로 어제 일이었던 것처럼
눈 앞에서 피어오르더군요.
그 옛날 옛집 앞을 지나서
대문 맞은 편 좁은 골목을 내려오면서 보니
오론쪽 일본인 철도청장 관사는 아파트 단지로 변한지 오래되었고,
반대편 외떨어져 있었던 정난각(貞蘭閣)은
난개발 주택지에 둘러싸여
예전의 고고한 자태를 잃었습니다.
어린시절 내 눈에는
그 건물이 동화에 나오는 궁전 같아서
예쁜 공주가 살고 있을 것이라 상상했지요.
실제로 그랬습니다.
해방 후 그 건물은
해방 전과 마찬가지로 요정(料亭)으로
쓰이고 있었지만
주인이 한국 사람이고
출입하는 고관대작들이 한국인으로 바꿨겠지요.
주변에 공사하는 흔적이 많아서
물어 보았더니
근대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시 예산으로 보수를 한다더군요.
그 건물의 역사를 알면
창피스러운 일이고
감추고 싶은 온갖 일들이 그 속에서 이루어졌겠지만
아름다운 건물이 부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지요.
어릴 적에 보았던
그 집 앞 길을 메운 수많은 검정색 세단차와
문 앞을 들락거리며
손님 마중 배웅하던 형형색색 한복입은 여인들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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