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옷을 입은 예술
‘춤추는 정원’,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려
과학의 옷을 입은 예술. 미디어아트.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런데 8월 22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춤추는 정원’은 미디어아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종교성이다.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작품에서 경건함이 묻어나는 것은 물론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게 한다.
‘춤추는 정원’은 심영철 작가의 전시이다. 그는 1980년대 유학을 하면서 홀로그램, 비디오, 키네틱 아트, 라이트 아트 등 새로운 장르에 관심을 갖고 이를 자신의 작품에 내면화 시켰다. 특히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일렉트로닉 가든’ 전시에서 국내 최초로 터치스크린을 도입하여 관객과의 인터랙티브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2000년대 ‘모뉴멘탈 가든’, ‘시크릿가든’에 이어 2010년대에는 ‘매트릭스 가든’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작품이 망라되어 있어 작가의 전반적인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다.
사이버공간과 인간이라는 소우주
전시는 3개의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첫 번째 공간인 특별전시실에 들어서면 스테인레스 재질의 구슬을 주 모티브로 한 작품이 천장에 하나씩 매달아 대형 활판으로 군집을 이루게 한 작품이 보인다. 바로 ‘매트릭스가든-비상’이다.
‘매트릭스’는 사이버 공간이다. 이 작품에서도 그 의미를 담았다. 종축과 횡축의 무수한 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구슬들이 무한가능 복제의 공간으로 탄생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주변에는 하얀 천들이 늘어뜨려져 있는데, 관람객이 이 천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카메라가 인식해 그 천에 영상을 뿌려준다. 하지만 온전한 우리의 모습이 아니다. 무수한 점으로 이루어진 형태이다. 마치 픽셀 같다. 이는 구슬 하나하나가 결국 픽셀이라는 사실을 인지시키려는 작가의 의도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도 픽셀로 이루어진 매트릭스로 또 다른 소우주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혜의 눈’이라는 작품은 특별전시실 벽과 제1기획전시실 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특별전시실 벽에 붙어 있는 작품은 정말 눈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역시 스테인레스 재질인데, 다른 부분이라면 눈동자 부분에 홀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바닥에 설치된 작품은 언뜻 평면 둥근 의자와 같다. 그런데 여기에 빛을 쏘면 달라진다. 눈동자에는 플래시 대신 손바닥을 대는 것만으로도 시시각각 다른 형상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이 보는 위치에 따라 여러 형태를 만날 수 있다.
사실 홀로(holo)란 그리스 어로 전체를, 그램(gram)은 그리스 어로 ‘메시지’ 또는 ‘정보’란 뜻으로 ‘완전한 사진’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홀로그램은 어떤 대상 물체의 3차원 입체상을 재생한다. 이는 여러 각도에서 물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바로 이를 응용해 세상의 존재하는 것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의 다양성을 말하고 있다. 흔히 우리가 ‘여러 각도로 살펴봐라’라는 말의 의미를 시각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테크놀로지가 만든 에덴동산
제1기획전시실에서는 ‘매트릭스가든-빛의 꽃Ⅱ’라는 웅대한 작품과도 조우하게 된다. 이 역시 스테인레스 구슬로 하나씩 연결시킨 작품인데, 7미터 천장으로부터 아래쪽으로 폭포처럼 흘러내리도록 구현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구슬 사이사이에서 촉수처럼 뻗어 나온 광섬유이다. 현란한 빛과 투명한 빛을 번갈아 발산하는데, 광섬유가 만든 세상의 변화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모두 알다시피 광섬유라는 것이 빛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섬유 모양의 전선이다. 데이터를 전송할 때 빛의 속도로 보내므로 전달 속도가 매우 빠르다. 현재 인터넷 혁명을 이루게 한 주역이자 상상 이상의 세상을 만든 조력이자기도 하다. 그래서 광섬유가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이 아이티(IT)가 바꾸어 놓을 테크놀로지 천국을 상징하는 듯 해 보인다.
제2기획전시실은 ‘일렉트로닉 가든’, ‘모뉴멘탈 가든’, ‘시크릿 가든’ 시리즈가 모두 모아진 공간이다. 이 전시실을 들어서는 순간 에덴동산이 연상된다.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작품들이 형형색색이 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모뉴멘탈 가든’ 작품은 정통적 회화, 조각, 유리 특수컬러가 등의 하나의 작품에 응집되어 있다. 특히 조명은 네온 싸인 불빛과 같은 느낌을 만들어 내며 몽환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시크릿 가든’은 조형성이 더 강조되어 있다. 크리스탈, 유리, 스틸 등을 이용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과 식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관람객들을 경건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계단 벽에 걸린 천 뒷면에 비친 예수형상이다. 천이 하나의 스크린이 되어있다. 그런데 색깔이 노르스름하다. 게다가 흔들리기까지 한다. 촛불처럼 인식되는 이유이다. 흡사 기도실 입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천국의 문 같다는 착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렉트로닉 가든’에는 모니터 주변을 스틸 소재로 조형미를 더한 작품이 눈에 띈다. 해바라기가 서 있는 모습이 연상되는 이 작품 아래에는 조명이 있어 모니터 안의 모습을 매번 달라지게 한다. 플라즈마와 유리로 만들어진 작품은 버섯 형상을 하고 있다. 기둥을 손으로 잡으면 사람의 열에 의해 색깔이 변하는 것을 감상할 수 있다. 전기적인 방전으로 인해 생기는 전하를 띤 양이온과 전자들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무리지어 살아가는 버섯을 통해 그리고 플라즈마를 이용해 각각 달리 보이는 색깔을 통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해내고 있다.
- 김연희 객원기자iini0318@hanmail.net
- 저작권자 2014.07.1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