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유기고분자로 된 인공근육 개발
[인터뷰] 오일권 카이스트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
최근 웨어러블 컴퓨터와 유연한 디스플레이, 스마트 모바일 폰 등 차세대 능동형의 인간 친화형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분야가 발전하면서 유연하고 투명한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와 소자에 대한 원천 기술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간을 절약하고 저전력, 자가 발전, 지능형·생체 모사형 액추에이션 기능 구현이 가능한 유연 고분자 액추에이터(soft polymer actuator) 개발이 요구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소프트 고분자 액추에이터인 이온성 금속 복합체(IPMC, Ionic Polymer-Metal Composite)는 이온성 고분자와 금속 전극이 샌드위치 형태로 적층된 구조를 갖는다. 이들 액추에이터의 작동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이온성 고분자 내부의 단순한 채널 형상과 고가의 복잡한 제작 과정, 높은 강성과 낮은 유연성을 갖는 금속 전극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므로 현 국내 과학계는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쉽고 빠른 자기조립형 인공근육
국내 연구진이 완전 유기고분자로 이뤄진 인공근육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오일권 카이스트 기계항공시스템공학부 교수팀이 쉽고 빠르게 자기조립이 가능한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인공근육은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시켜 실제 근육의 움직임과 유사하게 원하는 움직임을 만드는 구동기(액추에이터)로, 오일권 연구팀은 이를 완전 유기고분자로 이뤄냈다. 유기고분자란 탄소를 포함하는 가볍고 유연한 고분자 재료를 일컫는다. 이를 적용한 전자소자는 충격에 강하고 종이처럼 얇고 유연한 데다 제작공정이 매우 간단하다.
단순한 구조의 이온성 고분자와 딱딱한 금속전극 대신 유연한 자기조립성 고분자와 전도성 고분자전극을 적용해 유연성을 높인 연구. 유연성이 높아진 만큼 추후 인체 친화성이 중요한 핵심으로 자리잡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전자소자를 개발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웨어러블 컴퓨터와 유연 디스플레이, 스마트 모바일 폰 등 차세대 유연 전자 소자에 사용자의 편의성과 기기 및 인간의 소통, 이용자 간의 감성 전달 등이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에 소형화, 집적화, 저전력 소모 및 생체모사형 작동 기능을 갖춘 액추에이팅 소재 및 소자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 모터 기반의 구동기와 달리 유연 고분자 기반의 인공근육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지능 소재 중 하나로 가볍고 유연하며 분포형 작동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간단한 근육의 움직임 원리와 유사한 인공근육형 메커니즘의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유연 고분자 액추에이터인 이온성 고분자 액추에이터는 외부 전기 자극에 의한 이온성 고분자 내부에서 이온 이동에 의해 작동합니다. 때문에 이온성 고분자 내부의 이온 이동 채널의 형성이 매우 중요해요. 본 연구에서는 이들 이온성 고분자의 이온 전도성 내부 채널을 형성하는 데 있어 분자간 상호인력에 의해 자발적으로 나노구조를 형성하는 자기 조립 기법을 이용해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3차원의 네트워크형 그물처럼 촘촘히 만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기존의 비싸고 딱딱한 금속전극 대신 유연한 전도성 고분자 전극을 사용함으로써 유연성을 극대화한 생체 모사형 액추에이터를 개발했죠.”
기존 인공근육용 이온성 고분자 액추에이터는 이온이 이동하는 내부 나노 채널의 크기나 형상을 제어하기 어려워 성능향상이 어려운 한편 딱딱한 금속전극을 사용해 유연성을 갖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존의 인공근육은 이온성 고분자와 금속 전극이 샌드위치 형태로 적층된 형태였어요. 기본적으로 이온성 고분자와 전극이 요구되죠. 기존 액추에이터의 이온성 고분자는 술폰산 기능가를 지닌 플루오르 계열의 과불소화 술폰산기 함유 고분자인 나피온(Nafion)이 주로 이용됐는데 매우 비싸고 친환경적이지 못합니다. 특히 이온이 이동하는 내부 나노채널의 크기나 형상을 제어하기 어려워 성능향상을 꽤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죠. 전극 측면에서는 고가의 딱딱한 귀금속전극을 사용해 유연성에 한계가 있고 이들 금속 전극을 제작하는 방법이 복잡해 재현성을 지닌 작동성능을 얻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오일권 교수팀은 3차원 채널형태로 조립되는 이온성 고분자에서 나아가 금속전극 대신 유연한 전도성 고분자 전극을 적용해 완전 유기고분자로 된 유연한 인공근육을 만들었다.
“앞서도 언급했듯 기존 이온성 고분자 기반의 인공근육은 고가이며 친환경적이지 않은 플루오르 계열의 고분자를 사용했습니다. 더불어 고가의 귀금속 전극을 사용해왔죠. 때문에 제작 단가가 높고 고가의 딱딱한 금속 전극 크랙 구조로 인해 작동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저희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손쉽게 합성이 가능하고 우수한 이온 전도성 채널을 갖는 탄화수소 계열의 이온성 유기고분자를 꾸준히 연구해 왔습니다.”
오일권 교수팀은 지난 5월에도 물에 뜨고 오래가는 인공근육을 개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는 딱딱하며 가격이 높은 금속 전극을 대체하기 위해 저가의 탄소계열 전극을 이용한 결과다.
“지난 번 연구보다 액추에이터의 유연성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전도성이 뛰어난 유기고분자 전극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완전 유기고분자로 인공근육을 만든다는 것은 비용과 제작 방법, 유연성과 작동 성능 측면에서 많은 이점을 갖고 있어요. 실제로 근육과 유사하도록 매우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생체 모사형 액추에이터가 필요한 차세대 유연 전자 소자 등 각종 기기에 응용될 수 있습니다.”
대체 전극 개발로 극복한 한계
연구를 진행한 결과 오일권 교수팀은 3차원 채널형태로 조립되는 이온성 고분자에서 나아가 금속전극 대신 유연한 전도성 고분자 전극을 적용해 완전 유기고분자로 된 유연한 인공근육을 만들어 냈다. 개발된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기존과 비교해 2.7배 이상의 이온전도도와 3배 이상의 큰 굽힘 성능을 나타냈으며, 집적화나 저전력화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신규 이온성 고분자 내부의 채널 형상 설계와 대체 전극을 개발했습니다. 저희는 분자들 간 상호 인력을 이용하는 자기 조립 방법으로 친수 및 소수성 블록으로 이뤄진 블록 공중합체 고분자와 친수-소수성 이온들로 구성된 이온성 액체 간의 상호 이온성 결합을 유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형 이온채널을 갖는 구조체와 함께 전도성 고분자 상호간의 이온 결합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죠. SPI 블록 공중합체의 소수성 블록간의 π-π 적층 결합과 SPI의 친수성-소수성 블록과 이온성 액체의 친수-소수성 이온들 간의 이온성 결합을 유도한 자기 조립 방법으로 3차원 채널형태로 자기 조립되는 이온성 고분자를 합성했고 나아가 금속전극 대신 유연한 전도성 고분자 전극을 적용해 완전 유기고분자로 된 유연한 인공근육을 만들 수 있었어요.”
연구팀은 친수성 양이온과 소수성 음이온으로 구성된 IL(Ionic Liquid)과 친수성 블록과 소수성 블록으로 구성된 술폰화된 폴리이미드(SPI, Sulfonated Polyimide) 블록 공중합체 고분자 용액을 섞어SPI-IL 용액을 합성했다.
이후 캐스팅 공정을 거쳐 쉽고 빠르게 각 블록들과 이온들 상호간 결합과 함께 소수성 블록들 간 π-π 층간 결합이 유도된 3차원 네트워크형 나노 채널을 갖는 이온성 고분자를 합성했다. 먼저 제작된 이온성 고분자막 양면에 고전도성과 유연성을 지닌 전도성 고분자를 드롭캐스팅 함으로써 완전유기고분자로 이뤄진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매우 쉽게 개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나피온을 대체할 수 있는 이온성 고분자 액추에이터의 고분자 멤브레인 소재로서 다양한 탄화수소계열의 이온성 고분자를 개발해 왔습니다. 액추에이터 제작 공정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제작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했죠. 그 결과 2011년에는 술폰화된 폴리이미드(SPI, Sulfonated Polyimide)의 액추에이터 적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발표했습니다. 특히 SPI는 열에 매우 강한 고분자로 당시에는 기존의 금속 전극 제작 방법인 무전해 도금 방법을 대체할 수 있는 자기 금속화 공정을 개발해 매우 빠르고 쉽게 액추에이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그러던 중 SPI 블록과 이온성 액체의 조합에 의해 이온성 고분자 내부의 특정 채널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본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이죠.
SPI가 친수-소수 블록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블록을 조절할 수 있고, 이온성 액체 역시 친수-소수성을 지닌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구성돼 있어서 이들 간 상호 분자 결합에 의한 자기 조립에 의해 3차원 내부 채널이 만들어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에 저희 연구팀은 이들 자기 조립 특성과 유기고분자로만 구성된 액추에이터 특성을 매우 유연한 인공근육형 액추에이터에 응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실제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구상부터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총 1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자기금속화 된 SPI 연구를 포함하면 2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첫 1년은 SPI 라는 재료의 우수한 열적 안정성과 이미드화 반응에 초점을 맞춰 자기금속화 된 액추에이터를 만드는데 집중했고 SPI 내부의 블록들 간 결합 등에 대해서는 간과했다. 그러다 이듬해 SPI 블록과 이온성 액체의 조합에 의해 이온성 고분자 내부에 특정 채널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본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SPI 고분자에 기존의 금속 전극을 제작하는 방법으로 전극을 적층하려고 했지만 실험 중 거듭 실패하면서 낙담하고 있었어요. 그 때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해 잉크젯 프린팅으로 전극 패터닝 연구를 하는 동료의 조언을 얻었죠. 그 결과 유연한 전도성 고분자를 액추에이터의 전극으로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일권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자기조립 방법으로 빠르고 쉽게 제작된 고성능의 소프트 고분자 액추에이터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햅틱 유연 전자소자, 차세대 디스플레이, 스마트 모바일 폰 등 차세대 전자 소자로부터 요구되는 생체 모사형 액추에이션 원천 소재와 소자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공근육 연구가 상용화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이슈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이번 결과는 이온성 고분자의 핵심 문제였던 오랜 제작시간과 유연성에 한계가 있는 금속전극 문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저희팀의 연구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미래에 사용될 전자소자가 친환경적이고 휴대와 사용이 편리한 인간친화형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인공 근육의 실용화를 위해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실제 공학과 산업에 응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실제 능동형 유연 전자 소자에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된 연구팀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해 실제 적용 가능한 시제품을 제안해보고자 합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8.20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