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자석 핵심소재의 발판 마련
[인터뷰] 최세용 기초지원연 박사
이붕소마그네슘(MgB2) 초전도체는 고온초전도체를 제외한 물질 중 가장 높은 초전도체로, 약 40 K (영하 233도) 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 2001년 초전도 특성이 발견된 해당 물질은 고온에서 붕소와 마그네슘 분말을 합성시켜 비교적 저렴하고 단순한 공정으로 초전도선을 제조 할 수 있기에 각광을 받고 있다.
2001년에 초전도 특성이 발견됐다고 하지만, 해당 물질이 최초로 합성된 시기는 1953년이다. 비교적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주요한 성질과 특성이 발견된 것인데, 현재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 지면서 순수 이붕소마그네슘 재료가 갖는 한계를 높이기 위해 과학자들이 더욱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도핑방법을 통해 전자기적 특성도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붕소마그네슘 특성 향상시키는 신공정
이붕소마그네슘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같은 진단용 의료기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이붕소마그네슘 초전도 선재(線材)의 특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정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는데, 국내 연구진이 이에 대한 연구결과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세용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산센터 박사와 김성준 박사 연구팀은 호주 울런공 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 김정호 교수팀과 국제공동연구를 진행, 초전도 재료물질인 이붕소마그네슘에 탄소나노튜브를 첨가함으로써 초전도선재의 전기적·기계적 그리고 열적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붕소마그네슘은 상용화된 저온 초전도 재료물질과 비교해 임계온도가 약 39K (-234 ℃)로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선재형태로 제조가 용이해 MRI 용 강자기장 발생장치의 핵심 소재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최세용 박사와 김정호 교수 공동연구팀은 초선도 선재의 기계적·열적 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탄소물질 대신 탄소나노튜브를 이붕소마그네슘 원료분말과 혼합한 후 기계적인 공정을 통해 차세대 이붕소마그네슘 초선도 선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붕소마그네슘 초전도체의 높은 임계온도는 엄청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MRI 같은 의료용 영상장치의 자기장 발생을 위해 쓰이는 초전도 자석은 액체 헬륨을 이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액체헬륨은 가격이 매우 비쌀 뿐 아니라 최근에는 원활한 공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이붕소마그네슘으로 초전도 자석을 만든다면 굳이 액체헬륨을 사용하지 않고도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자석을 운영할 수 있어 매우 매력적이에요. 최근에는 높은 사양의 냉각장치가 발전하면서 이에 힘입어 10~20 K 대역까지 충분한 냉동능력을 보이는 냉동기를 이용해서 MgB2 초전도 자석의 개발이 가능해 질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기존 MRI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NbTi(9.8 K) 초전도선의 대체제로 사용할 수 있고 차세대 MRI용 초전도 전자석의 주요 핵심 소재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상용되는 초전도 선재는 주요 냉매제로 사용되는 액체 헬륨의 확보와 함께 저온·고자기장 환경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초전도 재료의 열적 안전성과 기계적 강도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존에는 선재의 기계적 특성을 확보하기 위해 와이어 형태로 만들었고, 이처럼 와이어 형태로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외부 피복금속재의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초전도 전력기기 및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안전장치를 이용해 외부적인 제어 장치를 사용하는 것은 거의 필수였어요. 특히 이붕소마그네슘의 경우 기계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죠. 자석은 만드는 과정에서 크기나 권선과정에서 초전도선을 당기는 힘이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때문에 초전도 자석을 먼저 만들고 그 후에 열처리 반응을 통해 초전도체로 만들어 주는 ‘권선 후 반응(R&W: react and wind)’ 공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만약 기계적으로 충분히 강인한 초전도 재료의 제공이 가능하다면 초전도선을 먼저 만들고 그 후에 권선하는 공법(W&R: wind and react)으로 이붕소마그네슘 초전도 마그네트의 개발이 가능해지죠.”
현재 이붕소마그네슘을 이용하는 초전도선은 주로 탄소를 혼합하는 도핑기법을 통해 전자기적인 특성을 향상시키는 연구가 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세용 박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탄소나노튜브를 도핑재로 이붕소마그네슘과 반응시킴으로써 단순하고 손쉬운 방법으로도 초전도선재의 열적·기계적 안정성을 높이고 전기적 특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최세용 박사팀은 이붕소마그네슘과 탄소나노튜브를 혼합할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최세용 박사는 “이붕소마그네슘 초선도 선재의 전기적 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탄소물질만이 유일한 도핑재료로 사용 되고 있었다”며 “이 경우 전기적 특성을 향상시키지만 반대로 도핑 후에 잔존하는 탄소 불순물들이 선재 내부에 존재해 열적·기계적 안정성은 퇴색하게 된다”고 운을 뗐다.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계 물질인 탄소나노튜브를 대체제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탄소나노튜브는 지름이 수~수십 나노미터(nm)에 불과한 미세한 대롱 형태의 튜브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열적·기계적 특성이 매우 우수한 탄소나노튜브 본연의 특성을 그대로 초전도 선재 개발에 적용해서 전기적 특성이 향상되고 더불어 우수한 기계적 특성과 열적 특성을 복합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아이디어를 두고 연구를 시작하게 됐죠.”
이렇게 두 물질을 혼합한 결과 최세용 박사팀의 논문이 발표한 대로 물질의 전기적·기계적 특성이 향상되고, 동시에 카본나노튜브의 특성인 열적 안정성 및 기계적 특성이 향상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단순 공정으로 세 가지 특성을 복합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의료영상기기의 새 길을 열다
최세용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MRI 등 초전도 응용기기에 바로 적용이 가능하고 냉각장치에 의한 저온냉각만으로도 초전도 현상이 나타남으로써 에너지 절감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개발된 이붕소마그네슘 초전도 선재를 통해 여러 가지 장점을 한 번에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붕소마그네슘 초전도 선재의 경우 인식되고 있는 주요 사용처는 바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의료용 초전도 응용기기 분야입니다. 연구결과에서 제시된 초전도 특성을 더욱 향상 시킨다면 보다 안정적인 조건에서 초전도 응용분야에 적용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붕소마그네슘 초전도 선재는 냉각장치에 의한 저온냉각만으로도 초전도 현상을 얻을 수 있어요. 최근 MRI 등의 주요 냉매로 사용되는 액체헬륨 공급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의료용 영상기기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GE, 지멘스(Simens), 필립스(Phillips) 등 다국적 기업들이 이붕소마그네슘 초전도선재의 MRI 적용가능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시점에서 본 연구 결과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많은 의미를 갖는 연구결과지만, 진행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특히 먼 미국에서 한국까지, 두 기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이번 국제공동연구를 진행한 김정호 호주 울런공 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 교수와는 성균관대학교 석사·박사 시절 동고동락 해온 동료 사이입니다. 대학에서 김정호 교수는 금속공학, 저는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두 실험실 모두 초전도를 대상으로 공부 하고 있어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했죠. 과학기술 분야에 융합연구가 큰 흐름인 요즘 이미 저희는 90년대 후반부터 다른 학문 분야에서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학생시절부터 많은 연구를 진행했어요. 초전도 실험은 차가운 냉매를 사용하든지 냉동장치를 사용하든지 해야 해요. 실험을 위해 추운 겨울날에도 불구하고 항상 더 추훈 환경을 찾아야 하죠. 이 때 함께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20대, 젊은 시절부터 우정과 학구열을 함께 나눠온 두 교수는 많은 추억을 갖고 있다. 추운 날 뿐 아니라 더운 여름날에는 냉매로 주로 사용하던 액체질소로 음료수를 차갑게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었다면 결코 생각해낼 수 없는 아이디어(?) 였다.
“함께 공부하며 많은 추억을 갖고 있어요. 그랬던 저희가 이제는 각각 교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공동연구를 더욱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네요.(웃음) 같은 해에 저희는 학위를 마쳤습니다. 이후 김정호 교수는 호주의 울런공 대학으로, 저는 일본의 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Materials Science)로 옮겨가 박사 후 연구원으로 지냈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붕소마그네슘 초전도에 관한 연구를 함께 했습니다. 2010년 하반기에 저는 기초지원연구원에 자리를 잡았고 김정호 교수는 호주의 대학교에서 직위를 받았죠. 각자의 자리에서 연구를 진행하면서 근래에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지, ‘NPG 아시아 머티리얼즈(NPG Asia Materials)’ 지 등 주요 저널에 여러 편의 연구결과를 함께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두 교수의 연구는 초창기 까지만 해도 이붕소마그네슘 초전도 분야에 대한 인식이나 발전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였다. 최세용 박사는 “요즘도 그렇긴 하다”며 “나는 현재 기초지원연에서 개발 중인 첨단 28 GHz 초전도 ECR 이온원이나 중이온 가속기에 들어가는 대형 초전도 자석 개발에 관한 연구가 주요 주제고 김정호 교수의 경우도 초전도로부터 배터리, 수퍼캐패시터,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친 연구성과를 배출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저희는 초전도 분야, 특히 이붕소마그네슘 초전도 분야에 관해서는 연구를 계속 함께 해갈 예정입니다. 초기 어려움에도 수년간 함께 격려해 가며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 온 것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최근에는 더욱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세용 박사는 이번 연구가 차세대 연구 아이템의 핵심기술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근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의 브릭스(BRICS) 신흥국들의 경제성장과 전 세계 인구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의료시장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표적 의료기기인 MRI 등 주요 냉매로 사용되는 액체헬륨의 공급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의료용 영상기기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기존에 사용되고 있던 Nb-Ti의 선재를 이붕소마그네슘 초전도선재의 MRI 적용가능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시점에서 본 연구 결과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어요. 세계 의료기 시장을 경쟁하기 위해 국내 기술로 개발된 이번 연구는 차세대 연구 아이템의 핵심기술로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8.2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