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투명전극 기술로 고효율 LED 개발
[인터뷰] 김태근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질화물(GaN) 기반의 발광다이오드(LED)는 최근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는 범위가 점차 넓혀지는 추세에 있다. 디스플레이 백라이트 유닛과 자동차, 신호등, 전광판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될 뿐 아니라 실내외 일반조명으로까지 그 응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차세대 조명용 광원의 핵심요소인 고효율, 고출력 특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극을 수직구조로 배치한 대면적의 질화물(GaN) 기반 수직형 구조의 LED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수직형 LED의 경우 소자가 대면적화 되고 있으므로 효과적인 전류 주입과 분산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수직형 LED의 경우 ‘n-GaN’에 전극이 직접 접촉함으로써 전류주입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대면적화 할수록 발광분포를 균일하게 만들기 어렵고 높은 광출력 특성을 얻기 힘들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력 동작시 불균일한 전류분포로 인해 열이 발생함으로써 광출력의 조기 포화나 소자의 수명이 단축할 우려가 있었다.
유리 투명성 살리고, 광원 효율은 높이고
앞서 언급한 이유로 연구자들은 n-GaN 위에 산화인듐주석(ITO)이나 산화아연(ZnO), 그래핀 등 투명전극을 이용해 전류분산과 전류주입 효율을 개선하고자 했다. 하지만 ITO는 상대적으로 큰 광흡수가 문제로 작용했고, ZnO와 그래핀은 전기적 특성저하 문제로 사용이 제한돼 왔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투명한 부도체에 전도성 채널을 만들어 고효율 LED를 구현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태근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팀이 연구를 진행, 유리의 투명성은 살리되 전류주입 방식을 바꿔 유리 같은 부도체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 유리투명전극 기술을 조명용 발광다이오드에 적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지 에 게재됐으며 향후 차세대 조명 및 디스플레이 광원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투명전극이라고 하면 높은 투과도와 전기전도도를 동시에 요구합니다. 하지만 물질의 일반적인 성질에 의하면 투과도와 전기전도도 사이에는 상충관계(Trade-off)가 존재합니다. 즉, 투과도가 개선되면 전기전도도가 나빠지고 전기전도도가 좋아지면 투과도가 나빠지는 것이죠. 그러나 저희 연구실에서는 높은 투과도를 갖는 부도체에 전도성 채널을 형성함으로써 투과도와 전기전도도간의 상충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로 실현된 해당 기술의 실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LED소자에 직접 적용했고, 그 결과 고효율 LED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죠.”
김태근 교수팀은 가시영역에서 98%의 투과도를 갖는 질화규소(SiNx) 박막을 수직형 LED의 질화물 반도체 표면에 증착하고 외부전압을 가해 전도성 채널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고효율 LED를 구현했다. 이는 금속 전극을 사용한 종래의 수직형 LED보다 우수한 특성을 나타냈다.
“기존의 투명전극 연구에서는 저희팀의 이와 같은 기술을 적용한 바가 없습니다. 이는 LED뿐만 아니라 그 어떤 투명전극에서도 적용된 적이 없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기존 투명전극의 경우 투과도와 전기전도도를 동시에 잡기 힘든 한계점을 갖고 있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나노기반 기술들도 실용적인 측면이나 물질의 안정성 측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은 실정이었어요. 이런 가운데 저희 연구실에서 유리투명 전극기술을 개발했고 이것이 투명전극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데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거죠.”
김태근 교수팀의 연구결과 유리 투명전극을 적용한 경우 금속전극을 사용한 LED에 비해 동작전압(동작을 위해 필요한 전압. 동작전압이 낮을수록 전력소모가 낮아진다)이 약 0.5 볼트(V) 정도 감소했고 같은 1 암페어(A)의 전류를 방출했을 때 광출력은 9% 가량 향상됐다. 누설전류 등 신뢰성 테스트에서도 매우 양호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던 것은 전도성 채널이 전극에서 반도체로 전류를 효과적으로 주입하고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얇은 박막이 전류를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비교적 균일한 발광특성을 나타낸다는 게 김태근 교수의 설명이었다.
“투명전극의 한계점, 극복해보고 싶었죠”
김태근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평소 저항변화 메모리 기술에 대한 관심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김 교수는 “우리 연구실은 광소자 뿐 아니라 비휘발성 메모리와 관련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며 “특히 저항변화 메모리 기술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저항변화 메모리에서 사용되는 기술을 투명전극에 적용한 후 융합을 통해 투명전극의 한계점을 극복해보면 어떨까하는 고민이 들었다. 고민 끝에 결국 이와 같은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연구계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았어요. 무엇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술의 융합이 과연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과 의심이 많았습니다. 저희 연구가 융합 연구거든요.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들어오게 되는데 각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융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기술의 융합과정을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들이 나타나곤 했습니다.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이전에는 해당기술이 투명전극에 사용됐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함께 토론하고 연구 방향을 설정할 연구자가 없었다는 점도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지만 주변지인들의 한마디가 생각지 못한 성과를 줄 때가 있거든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실 학생들과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지도 어느덧 2년이 돼 가고 있네요.”
김태근 교수의 이번 연구는 기존 투명전극에 존재하던 투과도와 전기전도도의 상충관계(Trade-off)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더 나아가 이를 실제 광소자에 성공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기술의 실용화 및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우수성을 입증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투명전극이 특정 소자에서 동작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전류주입이 이뤄져야만 합니다. 기존 투명전극의 경우는 원활한 전류주입을 위해 오믹형성 조건(물질 및 기판의 일함수, 기판의 전도도 정도), 열처리 조건, 물질의 증착 조건 등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팀이 개발한 이번 기술을 사용할 경우 기판 상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원활한 전류 주입이 가능합니다. 높은 투과도의 장점을 지닌 큰 밴드갭을 갖는 물질에 전도성 채널 형성해주기 때문에 높은 투과성을 가지는 동시에 높은 전기전도를 갖는 투명전극을 구현할 수 있던 거죠. 이러한 기술을 태양전지나 발광다이오드 같은 여러 광전소자에 적용할 경우 효율을 증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더불어 이는 곧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된 기술은 투명전극을 사용하는 수많은 분야에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근 교수는 “특히 다양한 광전소자에 직접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디스플레이 광원 및 조명용 광원, 자외선 LED, 유․무기 태양전지, (유기)발광다이오드, 터치패널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용화 및 양산을 위한 장시간 신뢰성 테스트 및 자동화 기술 등에 대해 관련 기업과 협력을 통한 충분한 검토와 연구가 진행 된다면 고부가가치의 주요산업으로 분류되는 투명전극 분야에서 기술적 독립과 국가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부상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금부터는 연구를 더욱 진행하는 것에 대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연구실의 기술을 여러 분야에 적용해 더욱 큰 가능성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9.0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