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착륙의 꿈 이뤄지나
로제타, 내달 16일 착륙 앞두고 있어
우리말로 ‘살별’이라고 부르는 혜성은 원래 흉조의 상징이었다. 하늘의 모든 천체를 통틀어 혜성만큼 극적이면서도 인간에게 두려움과 경이의 대상이 된 천체는 일찍이 없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날 갑자기 긴 꼬리를 드리우고 나타나는 혜성은 사람들에게 재난과 재앙의 전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혜성이 나타나는 것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었으나, 혜성이 태양계 천체 중 하나로 인식된 것은 비교적 근대의 일이다. 16세기 말 티코 브라헤가 처음으로 혜상의 시차를 이용하여 천체임을 밝혀낸 이후, 에드먼드 핼리가 혜성이 태양계 천체임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바야흐로 몇천년동안 사람에게 두려운 대상이자 미신의 존재였던 혜성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할 수 있는 하나의 대상이 되었다. 혜성의 고향은 오르트구름(Oort cloud)으로 알려져있는데, 아직까지도 오르트구름에 대한 직접적인 관측 증거는 없다.
과학기술이 대단히 발달한 현재에도 혜성은 미스테리한 존재로 남아있다. 혜성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호기심은 혜성 탐사선으로 이어지는데, 1999년 2월 처음으로 스타더스트(Stardust)가 혜성 탐사선으로서 혜성에 보내졌다.
![과거 혜성은 인류에게 있어 '재앙'의 아이콘이었다. 우연이었는지 혜성이 지나고 난 후, 가뭄과 태풍 등 재난이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16세기말 혜성이 천체임이 밝혀진 이후, 혜성은 재앙의 아이콘이 아닌 우주의 비밀을 품은 중요한 열쇠로 평가받고 있다.](http://www.sciencetimes.co.kr/wp-content/uploads/2014/10/MIX261001.jpg)
과거 혜성은 인류에게 있어 ‘재앙’의 아이콘이었다. 우연이었는지 혜성이 지나고 난 후, 가뭄과 태풍 등 재난이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16세기말 혜성이 천체임이 밝혀진 이후, 혜성은 재앙의 아이콘이 아닌 우주의 비밀을 품은 중요한 열쇠로 평가받고 있다. ⓒ ScienceTimes
다만 이때의 혜성 탐사선은 혜성에 직접 내려앉기 보다는 혜성의 궤도에서 머물며 혜성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는 역할을 했다. 혜성에 착륙하고자 하는 인류의 시도는 오는 11월 12일 시작된다. 바로 유럽우주기구(ESA, The European Space Agency)에서 보내는 로제타(Rosetta) 탐사선이 10년만에 혜성에 도착하는 날이다. (관련링크)
로제타가 머물게 될 혜성은 그동안 눈으로만 바라보던 혜성으로,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Churyumov-Gerasimenko)라는 이름의 혜성이다. (이하 67P 혜성) 마치 머리와 몸으로 나눠져 있고 그 부분을 좁은 목이 결합시키고 있는 기묘한 모습을 가진 혜성이다.
사실 로제타는 2004년 발사된 이후 7년만인 2011년 6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전력 공급이 꼭 필요한 일부 장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전원을 끄고 약 31개월간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이 혜성에 접근하기 위해 전원을 재가동했으며, 오는 11월 67P 혜성에 도착하게 된다.
67P 혜성이 다른 혜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확한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돌고 있기 때문에, 태양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탐사 가치가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46억년 전 우주의 비밀을 그대로 간직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로제타는 단순히 혜성을 탐사하는 탐사선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각국의 행성과 혜성 탐사 경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미 탐사가 이뤄지고 있는 달이나 화성을 넘어,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까지 포획하겠다는 계획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로제타가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인류 기원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혜성에 ‘직접’ 착륙한 첫 번째 우주탐사선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혜성에 대한 미신과 막연한 두려움이 지배하던 시대를 지나 과학의 시대로 왔고, 이제는 혜성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인류의 호기심이 주를 이루는 시대가 되었다.
로제타, 피라미드 형태의 거대바위 포착
착륙을 앞둔 로제타는 꾸준히 혜성 탐사선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착실히 해내고 있다. 최근 67P 혜성 표면에서 촬영한 바위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케옵스’(Cheops)라는 이름의 바위인데, 로제타는 혜성 표면에서 불과 15킬로미터(km) 상공에서 이 바위를 촬영하였다. (관련링크)
사진 상으로는 작은 돌처럼 보이지만 실제 케옵스의 크기는 무려 25미터(m)에 달한다. 케옵스는 이집트 고왕국 쿠푸왕의 그리스식 이름인데, 기자 지구에 위치한 쿠푸왕의 피라미드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케옵스는 표면이 울퉁불퉁하며 특이한 형태의 바위이다. 그래서 이 바위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는지 알아내는 것은 혜성을 연구하는데 있어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로제타는 해야 할 일을 착실히 해내며 점차 67P 혜성에 다다르고 있다.
로제타가 보내오는 정보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혜성에 대한 정밀하고 섬세한 표면들이 대부분이다. 전례 없는 일이었기에 혜성 지도를 만드는데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실제로 로제타가 보내온 이미지를 확인해보면 67P 혜성은 절벽으로 이뤄진 곳, 크레이터 지역, 바위지역 등 굉장히 다양하다.
착륙 후보지 중 낙점된 곳은 ‘J’지역으로, 약 4킬로미터(km) 넓이로 평탄한 지형이라 로제타호에 탑재된 탐사로봇 파일리(Philae)가 착륙하기에 적당하다. 물론 미지의 혜성이기 때문에 유럽우주기구에서는 성공을 마냥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중력은 지구의 10만 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위험성이 크고 성공률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혜성 착륙에 대한 도전을 하는 이유는 혜성의 구성 물질이 처음으로 인류의 품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는 우주 탐험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 세계가 ‘혜성’에 주목하는 이유
그렇다면 각국은 왜 혜성에 주목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혜성이 일종의 ‘타임캡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만약 혜성을 연구하게 되면 태양계의 구성은 물론, 우주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 늘 같은 곳을 공전하는 태양계 행성과는 다르게 혜성은 불규칙한 궤도를 보인다.
그래서 우주과학자들은 혜성에 관심을 집중한다. 특히나 이번 로제타의 혜성 착륙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이다. 하루 6시간 동안의 낮 기간을 보여주는 혜성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관찰할 수 있는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혜성에 대해 밝혀진 것은 몇가지 특징들이다. 아주 작은 크기이면서 암석과 먼지로 구성돼 있고, 태양 가까이 접근하면 뜨거워지면서 수증기를 만들고 가스를 방출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긴 꼬리가 만들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끔씩만 태양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혜성은 태양계 탄생의 비밀은 물론이고 우주 탄생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단서로 꼽히고 있다. 화성에 접근했던 혜성 ‘사이딩 스프링’에 전 세계 우주기구의 관측 장비가 총동원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10.2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