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내년 4대강 사업 예산이면 할 수 있었던 일
지난주 인류는 또 하나의 역사를 새로 썼다. 마하 53의 속도로 움직이는 직경 4㎞의 혜성에 세탁기만 한 탐사로봇을
착륙시켰다. 그날 기사 제목을 뽑는데 지구상엔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어 난감했다. ‘베르사유 궁전에 세탁기를 던져 넣는 격’이란 첫 아이디어는
낭만적이기만 했다. ‘시속 100마일로 던진 야구공에 파리가 내려앉는’ 건 “너무 쉬운 일”, 야구공을 총알로 바꿔도 역시 “평범한
수준”이었다. 결국 ‘눈 가린 채 말 달리며 총알을 맞히는 격’이란 제목이 나왔지만 이 또한 오롯한 표현은 못 됐다.
혜성의 속도도 속도지만 지구에서 5억㎞ 이상 떨어진 곳에서 벌인 일이라는 게 더 놀랍다. 지구에서 보낸 착륙 명령이 무인우주선 로제타호에 도달하는 데 30분이다. 탐사로봇 파일리가 7시간을 날아 착륙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듣기까지 8시간 이상을 과학자들은 가슴 졸여야 했을 터다.
‘일각이 여삼추’였겠지만 준비기간에 비하면 그 8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선 유럽 과학자들은 혜성에 다가가기 위해 10년5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로제타가 항해한 거리는 65억㎞. 지구에서 혜성까지 한 번에 날려보낼 로켓이 없기에 여러 차례 태양 궤도를 돌며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어야 했다.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3년 동안 동면 모드로 항해를 계속하기도 했다.
그 오랜 여정을 오차 없이 계산해내는 과학기술도 그렇지만, 목표를 향해 서두르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과학자들의 인내력에 더욱 찬사를 보내고 싶다. 기획 단계에서 보자면 기다린 세월이 20년이다. 착륙 위치가 어긋나 파일리의 동력이 끊기고 말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해도 대성공이 아닐 수 없다. 들어간 돈 1조7000억원도 말 많고 탈 많은 4대 강 후속 사업으로 내년에 쓸 예산만큼이란 걸 보면 ‘껌값’인 셈이다.
모두 많은 이가 머리를 맞대고 오랜 숙고를 한 뒤 실행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즉흥적이고 주먹구구식인가. 백년대계란 말이 무색하게 매년 수능 오류 해프닝을 반복하고, 감당도 못 할 수천억원대 청사를 지자체장 공덕비처럼 지으며, 임기 내 재건해 보이겠다고 서두르다 누더기 국보 1호를 갖고야 말았다.
처음부터 내 자식, 내 돈, 내 집처럼 생각했다면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파일리가 찍은 혜성 사진을 바라보면서 우리네 위정자들이 과학자들의 책임의식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봤는지 사뭇 궁금하다.
이훈범 국제부장
혜성의 속도도 속도지만 지구에서 5억㎞ 이상 떨어진 곳에서 벌인 일이라는 게 더 놀랍다. 지구에서 보낸 착륙 명령이 무인우주선 로제타호에 도달하는 데 30분이다. 탐사로봇 파일리가 7시간을 날아 착륙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듣기까지 8시간 이상을 과학자들은 가슴 졸여야 했을 터다.
‘일각이 여삼추’였겠지만 준비기간에 비하면 그 8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선 유럽 과학자들은 혜성에 다가가기 위해 10년5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로제타가 항해한 거리는 65억㎞. 지구에서 혜성까지 한 번에 날려보낼 로켓이 없기에 여러 차례 태양 궤도를 돌며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어야 했다.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3년 동안 동면 모드로 항해를 계속하기도 했다.
그 오랜 여정을 오차 없이 계산해내는 과학기술도 그렇지만, 목표를 향해 서두르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과학자들의 인내력에 더욱 찬사를 보내고 싶다. 기획 단계에서 보자면 기다린 세월이 20년이다. 착륙 위치가 어긋나 파일리의 동력이 끊기고 말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해도 대성공이 아닐 수 없다. 들어간 돈 1조7000억원도 말 많고 탈 많은 4대 강 후속 사업으로 내년에 쓸 예산만큼이란 걸 보면 ‘껌값’인 셈이다.
모두 많은 이가 머리를 맞대고 오랜 숙고를 한 뒤 실행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즉흥적이고 주먹구구식인가. 백년대계란 말이 무색하게 매년 수능 오류 해프닝을 반복하고, 감당도 못 할 수천억원대 청사를 지자체장 공덕비처럼 지으며, 임기 내 재건해 보이겠다고 서두르다 누더기 국보 1호를 갖고야 말았다.
처음부터 내 자식, 내 돈, 내 집처럼 생각했다면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파일리가 찍은 혜성 사진을 바라보면서 우리네 위정자들이 과학자들의 책임의식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봤는지 사뭇 궁금하다.
이훈범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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