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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탄소섬유- 항공기의 경량화

FERRIMAN 2015. 9. 21. 14:07

중앙일보

탄소섬유로 다이어트한 에어버스 … 이산화탄소 배출 줄였다

[중앙일보] 입력 2015.09.14 00:01 수정 2015.09.14 00:01

에어버스 프랑스 툴루즈 본사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A380 날개를 조립하고 있다. 초록빛을 띄는 날개는 복합 섬유를 적용해 연료 효율성을 높였다. [사진 에어버스]

작업자들이 조각조각 붙이는 대신 최대한 통으로 만든 A380 날개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에어버스]
‘AIRBUS Campus 1’(에어버스 캠퍼스 1).

프랑스 툴루즈 본사 공장 가보니
강철보다 강해 연료 효율 25% 향상
로봇이 이음새 용접, 나사 사용 줄여
짐칸 넓히려 앞바퀴 접힘은 앞 방향
작년 1456대 수주 … 2년 째 1위 지켜


 입구에 크게 씐 간판이 공장의 성격을 보여주는 듯했다. 실제 둘러보니 그동안 취재했던 현대차·BMW 자동차 공장이나 현대중공업 조선소, 포스코 제철소, LG전자 가전공장과 가장 큰 차이가 공장이 대학 캠퍼스처럼 조용하고 깨끗하다는 점이었다. 지난 3~4일 들른 글로벌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의 프랑스 툴루즈 본사 공장에서 받은 느낌이었다.

 3일 오후 이 회사의 최신 중대형 항공기인 A350 XWB(eXtra Wide Body) 공장에 들어서자 제작 중인 항공기가 ‘민낯’을 드러냈다. 언뜻 보기에도 항공기 몸통의 절반 이상은 강철의 은색 대신 초록빛을 띄었다. 마리 랄로 마케팅 담당은 “A350은 에어버스의 친환경·고효율 기술을 집약한 항공기”라며 “초록빛을 띄는 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같은 특수섬유를 53%이상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철보다 강하지만 무게는 가벼운 특수섬유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기존보다 연료 효율울 25% 이상 높였다고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그만큼 줄였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무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공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작업자들은 조각조각 이어 붙인 대신 통으로 만든 A350 날개 아래서 작업 중이었다. 이음매를 용접하는 대신 로봇이 레이저를 쏘아 붙였다. 나사 무게까지 줄이기 위해서다.

 다음날 오후엔 ‘하늘 위의 호텔’ ‘수퍼 점보’로 불리는 초대형 항공기 A380 제작 공장을 둘러봤다. 큰 몸집과 달리 동체 내부는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세심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꼬리 방향으로 접히는 랜딩기어 바퀴가 앞코 쪽으로 접히는 게 생소해 동행한 알란 파르도 마케팅 총괄 이사에게 물었더니 뜻밖에 답이 돌아왔다.

 “기존 항공기와 다른 점입니다. 항공기 바퀴를 뒤로 접으면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뒷 공간을 버려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짐을 많이 싣기 위해 동체 설계를 다시해 바퀴를 앞으로 접어 넣었습니다.”

 한 작업자가 날개 아래 두꺼운 철판에 구멍을 뚫는데 ‘윙’ 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 소음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그런 작업을 할 때마다 드릴에 덮개를 씌운다고 했다.

 제작 공장은 바닥이 온통 하얀 색이었다. 창문으로 뚫린 벽은 자연 채광을 한껏 받아 말그대로 캠퍼스 같이 넓고 쾌적했다. 무거운 부품이 많은 만큼 작업자 피로도를 줄이고 오류를 높이기 위해 로봇이 부품 대부분을 운반했다. 파르도 이사는 “여기서 쓰는 전력의 절반은 공장 지붕에 붙인 태양광 패널에서 만든다”며 “좋은 작업 환경 덕분에 노조는 있지만 파업은 없다”고 소개했다.

 스마트·친환경 공장에서 만든 항공기를 잘 팔기 위한 노력은 이어 들른 ‘목 업(mock-up)센터’에서 이뤄졌다. 목 업 센터는 ‘항공기 쇼룸’이다. 고객사가 인테리어 숍처럼 전시한 항공기 모형 객실에 들어가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 승무원 침실에 앉거나 통로를 거닐며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곳이다. 고객은 여기서 각종 좌석의 배열과 간격, 소재와 색상, 조명·디자인까지 고를 수 있다.

 안토니오 다 코스타 마케팅 부사장은 “항공기야말로 B2B(기업간 거래)가 아닌 B2C(소비자 거래) 사업이다. 목 업 센터에서 제작 전부터 고객사와 끊임없이 협의한다”며 “항공기를 판 뒤에도 전담 AS팀을 고객사에 상주시켜 문제 발생시는 물론 항시 정비·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에어버스는 지난해 1456대의 항공기를 수주했다. 시장을 양분하는 경쟁업체인 보잉(1432대)을 제치고 2년째 1위를 지켰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15%였던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파르도 이사는 “향후 9년 간 밀린 주문량(6400대)만 처리해도 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툴루즈(프랑스)=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