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 창업] 경쟁사 지원했나, 노래 잘 하나?…대기업 면접 꼭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2016.03.24 00:01 수정 2016.03.24 00:25
취업계에서도 이제 ‘족보’가 흔해졌다. 시험봤던 선배들이 정리했던 시험지나 필기 노트를 일컫던 ‘족보’라는 신조어는 오늘날 각종 시험의 후기나 면접 기출문제까지 포괄하는 말로 확대됐다. 대기업 취업에서도 족보는 이제 기본이 됐다. 롯데그룹 같이 ‘기본 문항’을 정해놓고, 계열사별 추가 질문을 하는 경우에는 이를 파악하는 것은 필수다.
최근 공채시험에 나온 단골 질문
삼성 “전공과 다른 직무 왜 지원했나”
현대차 “팀워크 좋은가, 협업해봤나”
중앙일보는 취업포털 사람인과 지난 2014~15년 주요 대기업 기출 면접 중 자주 출제되는 문항을 분석해 30여 개로 추렸다. 사람인 ‘공채의 명가’ 게시판에 ‘복원’(인터넷 게시판 등에 시험 문제를 기억에 의존해 복원하는 것) 글을 올린 사용자 700여명의 면접 후기를 자주 출제되는 유형별로 나눴다.
분석 결과 취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삼성과 현대자동차에서는 역량과 팀워크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지방 근무 가능 여부 ▶팀워크가 좋은지 ▶교우관계 ▶협업 경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자를 평가했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라는 조직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지방 근무 질문은 입사 후 지방 공장 발령시 퇴사하는 경우가 있어 물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는 학교 생활에 대한 질문이 눈에 띄었다. 전공이 경영학이 아닌데 마케팅 직무에 지원하는 경우에는 ‘전공과 보직이 다른데 지원 이유는’이라는 질문에 대비해야 한다. 휴학을 했거나 졸업을 유예했을 때에는 그동안 뭘 했는지를 물었다.
지난 2014년 말 이른바 ‘빅딜’로 삼성에서 한화로 넘어간 테크윈·탈레스·종합화학·토탈 등 한화그룹 화학 4사에서는 예상대로 ‘삼성과 한화의 차이’를 묻는 질문이 많이 출제됐다. “한화와 삼성 두 기업의 문화 차이는 무엇인가”, “삼성전자의 품질 직무와 한화탈레스의 품질 직무의 차이는 무엇인가” 등 삼성에서 한화로 옮긴 변화상이 면접 질문에 반영됐다.
실제로 한화그룹 빅딜 4사에 재직 중인 현직자들도 이런 질문을 임원 등으로부터 많이 받는다. 빅딜 계열사에 재직 중인 한 관계자는 “삼성은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스템적으로 움직이지만 인간적인 면은 다소 떨어지는 반면, 한화는 ‘신용과 의리’를 강조하는 문화가 있다”면서 “달라진 기업문화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소 당황스러운 질문도 눈에 띄었다. 한화탈레스에서는 “노래를 잘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순발력·대처력 등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에서는 “삼성전자에는 지원했나”라는 질문도 있었다. 한 LG전자 전직 면접관은 “아무래도 합격 후 타사로 가기보다는 꼭 LG를 희망하는 친구들을 가려내려는 목적이 있다”고 봤다.
포스코는 한국사 능력을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제철보국(製鐵報國·양질의 철을 생산해 국가에 기여한다)’ 이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한국전쟁에 대해 설명하라” 같은 질문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하청업체에서 상생을 외치며 단가인상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도 취업가에서 끌었다.
롯데그룹처럼 ‘기본 면접 문항’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예컨대 롯데백화점을 지원하는 취업준비생이라면 “주말근무가 필수인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대비해야 한다. 백화점등 유통 현장은 1주일 매출의 50%가 토~일 이틀간 발생하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잘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의 답변을 한다면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롯데케미칼을 필두로 한 화학산업군에서는 빠르게 확장하는 사세를 감안해 신규 사업 군별 전망과 이에 따른 관심사를 준비해 가는 것이 필수다.
전문가들은 면접장에 들어서기 전 회사와 지원 직무, 본인의 자기소개서 내용 등에 대해 숙지해야 낭패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한항공의 한 차장급 간부는 “면접장에서 진에어가 대한항공 계열사인지 모르는 등 단 몇 시간만 신문기사를 찾아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것도 모르는 지원자가 수두룩하다” 고 꼬집었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면접에서 똑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마다 기업문화·경영전략의 차이로 인한 ‘가이드 라인’은 확실히 있다”면서 “지원 기업에 대한 언론 기사, 공시, 기출 면접 족보 등을 파악해 감(感)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택 기자, 강민경 인턴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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