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사이언스타임즈] 합성섬유의 발명

FERRIMAN 2016. 5. 24. 20:35

- Sciencetimes - http://www.sciencetimes.co.kr -

‘석유가 만든 비단’ 혁명을 일으키다

김형근의 유레카(12) 나일론의 발견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의 대부분은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추출해 낸 원료를 화학 처리해 만든 섬유재료로 옷을 만든다. 하지만 합성섬유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모든 원료를 자연에서 구했다.

북극의 추운 지방에서는 곰과 같은 동물의 가죽을 이용했고 서양인들이라면 겨울이면 양털을 이용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조상들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 사람들은 목화와 누에고치로 면과 비단을, 그리고 삼베옷을 만들어 입었다. 오늘날 각종 다양한 옷을 입게 된 것은 합성섬유가 개발되면서부터다.

나일론 스타킹은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초판 제품은 나오마 마자 매진돼버렸다.  탄력성이 좋고 강해 다리의 각선미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나일론은 여성의 모든 의류로 번지기 시작하면서 여성 패션시대의 초석을 마련했다. 사진은 나일론 스타킹을 만든 듀퐁사가 한 신문에 낸 광고. ⓒ home.bt.com

나일론 스타킹은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초판 제품은 나오마 마자 매진돼버렸다. 탄력성이 좋고 강해 다리의 각선미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나일론은 여성의 모든 의류로 번지기 시작하면서 여성 패션시대의 초석을 마련했다. 사진은 나일론 스타킹을 만든 듀퐁사가 한 신문에 낸 광고. ⓒ home.bt.com

 

“20세기가 이룩한 기적 가운데 하나다!”

“이 섬유는 20세기의 기적 가운데 하나다!” 1936년 세계적인 화학 기업 듀퐁이 내놓은 나일론 스타킹을 본 뉴욕 박람회장에서 참여했던 관람객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감탄이었다. 누에가 아니라 “석유가 만든 비단의” 첫 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하나도 신기할 것이 없는 나일론 스타킹이 그 때에는 이처럼 혁명적인 평가를 받았다. 나일론은 비단의 명주실처럼 가늘면서 훨씬 가벼웠다. 또한 표면에서 광택이 났고 물에 잘 젖지도 않았다. 또한 누에 비단과는 전혀 달리 공장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훨씬 저렴했다. 듀퐁을 세계적인 화학기업의 대열에 이끌었다.

이러한 진귀한 섬유 개발에는 한 화학자의 끈질긴 집념과 우연히 찾아온 유레카가 숨겨 있다. 최초의 인공 합성섬유인 나일론은 1935년 듀퐁의 연구원이었던 윌리스 캐러더즈(Wallace H. Carothers 1896~1937)가 개발했다.

미국 출신의 화학자 캐러더스는 당시 미국 동부의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 있는 듀퐁 실험연구실에 다니고 있다. 합성섬유의 소재인 폴리머(중합체) 연구 담당 책임자인 그는 줄리안 힐(Julian Hill)을 비롯한 연구원들과 함께 3-16 폴리머(3-16 Polymer)라는 함성고무를 연구하고 있었다.

“위대한 발명은 사소한 실수에서” 나온다고?

“위대한 발명은 사소한 실수에서 탄생한다”는 말은 캐러더스에게도 유효했다. 어느 날 그의 연구원 가운데 한 명이 실수로 유리 막대를 폴리머에 빠트리고 말았다. 연구원은 깜짝 놀라 막대를 다시 꺼냈다. 20세기의 기적인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유리 막대를 끌어올리자 여기에 묻힌 폴리머에서 가느다란 실과 같은 섬유가 뽑혀 올라왔다. 중요한 것은 캐러더스가 이 정체불명의 물질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젖어 있는 이것을 말리자 원래 길이의 네 배까지 늘어나는 엄청난 탄성력을 볼 수 있었다.

이 새로운 폴리머 물질은 대단히 만족할 정도의 길이를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유연성과 강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단한 섬유였다. 연구원들은 환호했다. 피땀 어린 노력이 비로소 결실로 나타났다.

그들은 이 폴리머를 사용하면 아주 우수한 섬유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3-16 폴리머 만으로는 옷을 만들 수가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약한 열에도 금방 녹아버려서 다림질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리머의 성질을 안 이상 그만 포기할 수 없었다.

(이 부분에서 참고로 부연 설명할 것이 있다. 위대한 첫 발명과 발견에는 항상 그 발견자를 놓고 많은 논쟁들이 벌어진다. 나일론의 발견 과정에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캐러더스가 최초로 이 물질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실용성을 위해노력했다는 점이다. 이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이 그리 많지 않다)

이쯤 되자 듀퐁도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 후 연구팀은 캐러더스의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오늘날의 나일론, 즉 인조 비단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1938년 캐러더스의 그 연구팀은 나일론을 발표하였다. “공기와 석탄과 물에서 만들어내며, 강철보다 강하다”라는 주장과 함께 주목 받았다. 그러나 완전한 제품으로 탄생한 것은 1939년의 일로 ’나일론 6′라고 이름 붙인 섬유가 대량 생산되면서다. 캐러더스가 우울증에 시달리다 세상을 뜬 지 2년 후의 일이다.

다리 털을 제거하기 위한 면도기 산업도 호황을 이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나일론의 특성을 활용한 제품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가 시작했다. 나일론을 응용한 제품들이 개발되고 듀퐁은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게 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38년 10월 완제품의 형태로 세상에 공개된 나일론 스타킹을 접한 언론과 대중들의 충격은 대단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 신비로운 제품을 다루었고 나일론 기술을 연금술에 까지 비유하기도 했다. 대중들의 관심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초판 제품은 단시간에 매진돼버렸다.

특히 여성들이 나일론 스타킹에 대해 느끼는 매력은 절대적이었다. 기존의 스타킹들은 울퉁불퉁하거나 두꺼웠다. 스타킹으로 아름다운 각선미를 뽐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나일론이 탄생하면서 일반 의류에까지 확산됐다. 여성 패션의 시작은 몸매를 그대로 내보일 수 있는 나일론의 탄생과 함께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여성의 각선미를 살려주고 착용감까지 환상적인 나일론 스타킹은 다리가 비치는 관계로 다리 털을 제거하는 관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면도기 산업이 갑자기 호황을 맞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탄성이 강한 이 나일론은 이후 사용 범위가 더욱 확대되어 낙하산을 비롯한 특수 섬유 개발에까지 그 소재로 이용되었으며 섬유기술에 있어서 커다란 혁신을 가져왔다. 이것이 현재 우리 생활에 친숙한 섬유인 나일론의 개발 과정이다.

 

미국 출신의 화학자 윌리스 캐러더즈가 발명한 나일론은 세계 섬유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우울증으로 거의 평생을 살았던 천재 과학자인 그는 이러한 영광을 누리지 못한 채 자살로 일생을 마쳤다. ⓒ 위키피디아

미국 출신의 화학자 윌리스 캐러더즈가 발명한 나일론은 세계 섬유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우울증으로 거의 평생을 살았던 천재 과학자인 그는 이러한 영광을 누리지 못한 채 자살로 일생을 마쳤다. ⓒ 위키피디아

 

우울증으로 자살한 천재 화학자

한팬 캐러더스는 그야말로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던 것으로 간주된다. 자신의 주 전공인 화학뿐만 아니라 영화를 비롯해, 정치, 스포츠, 예술 분야에서도 대단한 지식과 재능을 갖고 있었다. 일리노이스 대학에서 예술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데서도 그 것을 알 수 있다.

인생 말년에 듀퐁에 입사하게 된 동기는 그의 고질적인 우울증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우울증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연구는 캐러더스에게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 교수로 강단에서 매일 꼭 같은 내용으로 강의하며 지루하던 생활에 매달린 것과 달리 새로운 환경에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일론 스타킹을 발명해 여성들에게 새로운 행복과 기쁨을 안겨준 캐러더스는 결코 그만한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1937년 1월 그가 평소에 아꼈던 여동생 이소벨(Isobel)이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우울증은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됐다.

그를 치료하고 있던 담당 의사는 그가 자살할지도 모를 위험에 처해 있다고 캐러더스 친구에게 말하곤 했다. 1937년 4월 28일 캐러더스는 근무하기 위해 폴리머 연구소로 향했다. 그 다음날 그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필라델피아의 한 호텔 룸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유서는 없었다.

  • 김형근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6.05.24 ⓒ ScienceTimes

Copyright © 2014 Sciencetime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