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가재에서 영감 얻은 초강력 소재
충격에 엄청나게 강한 집게발에 힌트
“생체모방은 자연이 가져다 준 혁신”
생체모방(biomimetics)은 생명을 뜻하는 ‘bios’와 모방이나 흉내를 의미하는 ‘mimesis’ 이 두 개의 그리스 단어에서 따온 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생체모방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적 요소들이나 생물체의 특성들의 연구 및 모방을 통해 인류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학문으로서의 생체모방이 정립된 것은 최근이지만,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원시시대에 사용하였던 칼과 화살촉 등의 사냥 무기들은 짐승의 날카로운 발톱을 보고 만들었다. 비행기가 새들이 나는 것에 힌트를 얻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생체모방이라는 말을 처음 썼으며 이를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한 재닌 베니어스(Janine Benyus)는 생체모방을 ‘자연이 가져다 준 혁신’이라 정의하기도 하였다. 현재의 생체모방학은 새로운 생체물질을 만들고, 새로운 지능 시스템을 설계하며, 생체구조를 그대로 모방하여 새로운 기구를 만들고, 새로운 광학 시스템을 디자인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생체모방 디자이너들은 게, 가재, 그리고 새우 등과 같은 갑각류 동물에서 보다 강력한 소재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놀라운 영감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그들은 가재의 등 껍질에서 다당류의 일종인 키틴(chitin)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키틴은 아주 강력하면서도 금형이 가능한(moldable)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할 수 있다.
갯가재 집게발에서 초강력 소재 만든다
특이한 갑각류인 갯가재(mantis shrimp, smasher라고도 함)가 최근 생체모방 연구자들의 중요한 관심사로 등장했다.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UCR)와 퍼듀 대학의 공동 연구팀은 이 가재의 지절(指節 dactyl club, 또는 dactylopodite: 갑각류의 관절 가운데 앞 부분)의 구조를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사마귀의 다리처럼 크고 강하게 생긴 소위 집게발을 말한다. 포각(捕脚)이라고도 한다.
이 가재의 지절은 아주 특이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갯가재는 이를 이용해 먹이를 아주 쏜살같이 공격한다. 그런데 다른 먹이를 공격해 부딪히는데도 끄덕 없다. 충격에 아주 강하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 소재를 이용하면 장갑용 방탄복이나 자동차, 그리고 비행기를 만드는데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UCR(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에너지 혁신과의 데이비드 키사일러스(David Kisailus)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8년 동안 차세대의 혁명적인 소재가 될 이 갯가재의 지절 연구에 매달려 왔다. 키사일러스 교수는 현재 대학 내에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갯가재는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특별하게 진화했다. 그래서 이토록 아주 강하고 충격 저항성이 큰 지절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많은 관절 구조를 지닌 이 작은 생물에서 배울 것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특이한 관절구조가 비행기, 자동차, 스포츠 장비, 그리고 장갑차 생산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연구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강하면서도 충격에 엄청난 저항성 가져
연구팀이 중점을 둔 곳은 구각목(stomatopod)에 속하는 이 갯가재가 먹이를 사냥할 때의 모습이었다. 이 가재는 아주 강한 힘과 속도를 내 다른 가재나 달팽이를 공격해 한방에 죽이고 만다.
연구팀은 갯가재가 펀치처럼 생긴 지절을 이용해 22 구경 탄환이 발사될 때만큼 빠른 속도로 공격하는데도 전혀 손상을 입지 않는 것에 주목했다. 가속도로 인해 이 지절이 받는 충격은 최고 1 만g 에 달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현재 진행중인 연구는 지절 외부에 있는 능삼무늬(또는 헤링본 무늬, herringbone) 구조를 밝혀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충격을 강하게 받는 부분으로, 왜 먹이를 쏜살같이 공격해 충격을 일으켜도 멀쩡한지에 대한 이유를 규명하는 작업이다.
연구원들은 능삼무늬가 사람의 뼈에서도 발견되는 수정 같은 인산칼슘(calcium phosphate)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키틴 섬유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 키틴 섬유는 지절의 충격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가속도를 내도록 한다고 키살리우스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부분은 갯가재의 어떤 다른 신체 부위보다 강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러한 능삼무늬 구조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키살리우스 교수는 합성물질과 3D프린트를 이용해 연구를 더 계속하면 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형근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6.07.12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