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스마트 워치

FERRIMAN 2016. 11. 8. 21:00

스마트 워치의 눈물

입력 2016-11-01 01:00:00
수정 2016-11-01 07:19:44
스마트워치가 ‘비싼 만보계’를 넘어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의 스마트워치 출하량이 급감하며 스마트워치 카테고리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31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세계에 팔린 스마트워치는 270만대로 1년 전(560만대)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업계는 스마트워치 4분기 판매량이 향후 시장을 전망하는 주요 잣대가 될 걸로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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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2(左), 삼성 기어S3(右)

스마트워치 전체 시장이 흔들리는 주요 원인은 ‘애플워치’의 초라한 성적표다. 애플워치는 한때 전체 스마트워치 시장의 3분의 2(지난해 3분기 시장점유율 70.2%)를 차지한 메가톤급 브랜드다. 지난해 2월 처음 출시된 이후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어 4분기에만 510만대가 팔렸다. 이런 애플워치의 판매량이 올해 들어 급락했다. 올 1분기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반토막도 안 되는 220만대로 떨어지더니 올 3분기엔 다시 반토막(110만대)이 났다.

‘갤럭시기어’ 브랜드로 다양한 스마트워치를 선보인 삼성전자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지난해 3분기 40만대의 갤럭시기어를 팔아 세계 시장 2위에 올랐지만, 올 3분기까지 출하량이 제자리 걸음을 하며 미국의 스포츠 IT 기기 브랜드 가민에 2위 자리를 뺏겼다. 올 초 출시된 갤럭시기어핏2은 갤럭시노트7 사전 예약 고객에게 무료 사은품으로 증정되기도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무료로 지급된 기어핏2가 온라인 중고 시장에 대거 풀리며 신제품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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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 시장이 급등·급락세를 타는 건 이 제품군이 IT 기기로서 차별화된 기능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마트워치의 주요 기능은 ‘알림(Notification)’이다. 스마트폰을 휴대하지 못하는 상황에 스마트워치만 차고 있으면 전화·문자가 온 것을 소리나 진동으로 알려준단 얘기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처가 확대되며 소비자들은 사실상 잠든 시간을 제외하곤 스마트폰을 지니고 다니는 상황이다. 굳이 스마트워치로 통화·문자 알림을 받을 일이 거의 없어진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두번째 핵심 기능인 ‘헬스케어(Health Care)’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워치들이 운동량 측정을 넘어 방수 기능이나 심박동 등 생체 신호 측정 기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수요를 반영해서다. 문제는 기본적인 헬스케어 기능을 반영한 저가의 ‘스마트밴드’들이 쏟아지며 스마트워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 중국 샤오미가 출시한 미밴드의 경우 50달러가 채 되지 않는 가격에 시간을 알려주고 운동량을 측정하며 수면 상태와 심박동 등을 분석해준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스마트워치가 스마트밴드 수준의 헬스케어 기능을 넘어서지 못하면 IT 기기로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어렵다”며 “일부 제품이 대형 병원과 연계해 건강검진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긴 하지만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이라 지금의 스마트워치는 패션 아이템과 스마트기기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박민우 청강문화산업대 모바일스쿨 교수는 “태블릿PC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보기 힘든 고화질 동영상이나 문서 등을 보는 용도로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했지만 화면이 작고 배터리도 약한 스마트워치는 아직까지 패션 액세서리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모바일 결제, 즉 핀테크(Fintech) 기능을 강화하는 식으로 편의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자체적인 시장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과 삼성의 신제품이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는 4분기 실적이 스마트워치 시장의 가능성을 가늠할 것으로 본다.

애플이 지난달 신제품 애플워치 시리즈2를 내놓은 데 이어 삼성은 이달 중으로 기어S3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원 현대증권 기업분석부장은 “얼리어답터들이 스마트워치를 한 번씩 써본 상황에서 혁신적인 기능이 없는 이상 신제품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스마트워치가 대중화되려면 패션 브랜드와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감성적 측면을 강조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