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사단법인과 재단법인(미르재단, K 스포츠재단)

FERRIMAN 2016. 11. 8. 21:01

[틴틴 경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재단이 뭔가요?

입력 2016-11-01 01:00:00
수정 2016-11-0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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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재단(財團)은 어떤 조직이고 어떻게 만들어지기에 이렇게 문제가 되는 지 궁금합니다.
돈벌이 말고 좋은 일 하겠다며 재산 모아 만든 법인이죠
A. 틴틴 여러분은 2010년 3월 해군 장병들이 서해 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다 쓰러진 ‘천안함 침몰 사건’ 을 기억하시죠. 전국경제인연합회·해군 등은 같은 해 12월 천안함 희생자 46명을 추모하기 위해 국민 성금 146억원을 모아 ‘천안함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국가보훈처가 설립을 허가했습니다. 설립 당시 재단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자발적인 기부와 후원으로만 운영한다”고 공지했습니다. “후원금은 나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고 안보의식과 나라사랑 마음을 고취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에 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천안함 유족회가 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지난해 6월 청와대·국가보훈처에 제출했습니다. 유족들은 “재단 임원진이 예산을 남용하고 독단적으로 운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단은 예산 2000만원을 들여 이사장의 자서전을 구입해 군부대에 기증하고, 예산으로 한 방송국 사장의 퇴임 선물로 300만원에 달하는 황금 열쇠를 선물했다고 합니다. 또 재단 이사장이 군부대 특강을 돌면서 예산으로 100만~200만원씩 위로금을 각 군부대에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재단 설립 후 5년간 보훈처로부터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좋은 취지에서 만든 재단이더라도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재단을 이해하려면 뿌리인 법인(法人)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법인은 자연인이 아니면서 법률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받은 이입니다. 자연인으로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람의 모임이나 특정 재산에 대해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지위를 인정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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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은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법인과 학술·종교·자선·기예·사교 등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으로 나뉩니다. 주주·사원의 이익을 추구하며 사업에 따른 이익을 구성원에게 나눠주는 곳이 영리법인입니다. 영리법인을 설립하려면 등기 신청을 해야 합니다. 주무 관청의 허가는 필요 없습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이 상법의 적용을 받는 각종 ‘회사’가 전형적인 영리법인입니다.

민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비영리법인에는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이 있습니다. 일정한 목적을 위해 사람들이 구성한 단체로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한 단체를 사단법인이라고 합니다. 사단법인을 세우려면 2명 이상의 사람이 법인 규칙을 정한 뒤 이를 정관에 넣어야 합니다. 주무 관청의 허가를 받고 법인 등기를 하는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법인이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주관하는 관청이 주무 관청입니다. 만약 법인 목적이 두 개 이상이라면 해당하는 행정 관청이 모두 주무 관청이 됩니다. 그중 어느 한 관청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법인을 만들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학술·자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교육부·보건복지부 허가를 모두 받아야 합니다.

사단법인은 사람 즉 ‘구성원’이 필수요소입니다. 사단법인은 사원(구성원) 총회를 통해 주요 사항을 결정합니다. 총회 결의에 따라 임의로 해산할 수도 있습니다. 사단법인이 정관을 바꾸려면 사원 총회 결의와 주무관청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재향군인회·한국기자협회 등이 대표적인 사단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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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말고 좋은 일 하겠다며 재산을 모아 주무관청 허가를 받아 설립한 재단을 재단법인이라고 합니다. 재단법인은 ‘재산’이 필수요소입니다. 재단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일정한 목적·조직을 가진 법인을 설립하고 일정 재산을 출연(出捐)한다는 의사를 정관에 적어야 합니다. 역시 주무관청 허가를 받고 법인 등기를 마쳐야 합니다. 국회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문체부가 허가한 12개 재단 법인이 설립 신청을 하고 허가받기까지 평균 27.9일이 걸렸습니다. 단 하루 만에 재단법인 설립 허가를 내준 건 미르·K스포츠재단 뿐이었습니다.

재단법인은 사원(구성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재단법인의 의사는 설립자가 정한 정관에 따릅니다. 임의로 해산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존립 기간이 만료했거나 법인 목적을 달성하기 불가능해지거나, 그 밖에 정관에 따른 해산 사유가 발생하면 해산할 수 있습니다. 파산 또는 설립 허가가 취소돼도 해산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재단법인은 비영리법인입니다. 천안함재단·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이 대표적인 재단법인입니다. 미르·K스포츠재단도 여기 속합니다.

민법 외에 사립학교법에 따르는 학교법인, 의료법에 따르는 의료법인,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는 사회복지법인 등이 있습니다. 각각 연세대(학교법인)·삼성의료원(의료법인)·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회복지법인)이 대표적입니다.

재단은 결산 서류와 출연 재산에 대한 보고서를 사업연도가 끝나는 날부터 3개월 내에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합니다. 자산 100억원 이상 재단은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 내용을 국세청 홈페이지에도 공시해야 하고요. 홈페이지 등에 회계 내역을 공개해야 하지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공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익법인 연구기관인 한국가이드스타가 지난해 자산 100억원 이상 재단 214곳의 국세청 공시 자료를 조사한 결과 143곳(67%)이 외부 회계감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당 정진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립대 학교법인의 45%가 설립한 뒤 한 번도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민법은 ‘재단법인의 사무는 주무관청이 검사 감독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법상 감사 기준을 어겼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습니다. 미국은 설립은 쉽지만 철저하게 감독합니다. 한국은 허가받기는 까다롭지만 이후론 사실상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단을 세우면 상속·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습니다. 원천징수한 이자소득세도 환급해 줍니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재단을 운영한다고 해놓고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금 혜택은 받으면서 사업 목적을 이루려고 노력하기보다 친인척을 재단 직원으로 임명하고 높은 급여를 주는 등 문제가 불거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재단은 사회 발전을 위해 국가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재단을 만들면 일회성으로 끝나는 단순 기부가 아니라 목적에 따른 나눔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며 설립자의 평소 신념·철학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최근 개인 재산 3000억원을 들여 순수과학을 지원하는 ‘서경배과학재단’을 설립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재단을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하느냐는 결국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