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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민연금, 건강보험, 베이비붐 세대 은퇴

FERRIMAN 2017. 3. 8. 18:11

베이비붐 세대 은퇴 폭탄 … 건보 적립금 고갈 2년 빨라져

입력 2017-03-08 01:55:38
수정 2017-03-08 10:15:09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비롯한 8대 사회보험 지출액이 2025년에 220조원에 이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106조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건강보험 재정은 당장 내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적립금은 2023년 바닥을 드러낸다.

기획재정부는 7일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에서 이런 내용의 8대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2025년 4대 연금(국민·사학·공무원·군인)과 4대 보험(건강·장기요양·고용·산재) 재정구조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예측한 10년 치 전망이다.

지출 증가 규모나 속도로는 국민연금이 압도적이다. 지난해(17조7000억원)부터 매해 평균 10.7% 늘어 2025년에는 44조4000억원으로 불어난다. 8대 사회보험 가운데 증가 속도 1위다. 711만 명으로 추산되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 출생)의 대규모 은퇴 행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다. 2025년이면 국민연금 가입자 4명 중 1명(25.5%)이 수급자(연금을 더는 내지 않고 받는 사람)가 된다. 아직 국민연금은 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많은 구조다. 그러나 지출 증가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2060년에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란 기존 전망은 변함이 없다.

발등의 불은 건강보험이다. 건강보험 지출은 매년 평균 8.7%씩 늘어나 2024년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령 인구 증가와 이로 인한 의료비 상승 때문이다. 바로 내년이면 건강보험 재정이 가입자로부터 받는 돈(총수입)보다 나가는 돈(총지출)이 더 많은 적자구조로 돌아선다. 기재부는 2023년이면 건강보험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예상했던 시기(2025년)보다 2년 빨라졌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 장기요양·고용보험도 수준만 조금씩 다를 뿐 지출 급증, 재정 악화란 점에서 국민연금·건강보험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이 단기보험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추계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은 매년 적정 적립금 규모 등을 감안해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도록 보험료율을 조정한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중장기 추계에서 적자는 단기보험 성격상 큰 의미가 없고, 진료수요에 따른 급여비와 국민부담 규모가 핵심"이라며 "이번 재정추계에서 사용된 가정은 재정상황이 가장 좋았던 최근 3년간 낮은 보험료 인상률과 높은 수가인상률이 반영돼 추계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기재부는 ‘병이 이렇게 깊다’고만 밝혔을 뿐 ‘어떻게 수술하겠다’는 세부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한국 특성에 맞는 적정·부담 체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국민적 합의를 모색하겠다"(송언석 기재부 제2차관)는 모호한 방향만 제시했다. 송 차관은 "해당 기금 관리기관별로 보다 면밀한 중기 재정추계 보완작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재정 안전화 방안을 수립하겠다"고만 말했다. 사실상 차기 정부에 공을 넘긴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느긋하게 대처할 여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리스·스페인 같은 유럽 사례에서 드러나듯 사회보험 재정 문제는 국가 신용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현안이다. 최용옥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건강보험이 제일 위험하다"며 "늘어나는 지출을 정부·국민이 어떻게 분담해야 할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정치적 부담 때문인지 정부가 논의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율 인상 이외에도 부과소득 상한과 급여 최고액 조정, 종합소득자 등 부과 대상 확대같이 사회보험 재정 개선을 뒷받침할 다양한 대안은 분명히 있다"며 "정부는 대책 없이 ‘적립금이 고갈된다’며 국민을 대상으로 공포감만 조성할 게 아니라 여러 구체적 방안을 찾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도 개편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 늘 과소 추계 논란에 휩싸이는 전망 체계를 개편하고 개편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숙·추인영 기자, 세종=하남현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