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위험성 소통’ 시급”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도입 필요
하지만 전문기관에서 측정한 결과, 태양광 발전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에 전혀 무해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파는 전류가 흐르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존재하기 때문에 태양광발전에서도 나오지만 그 양은 극히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처럼 전자파는 잘못 알려져 있거나 과장된 채 보도되어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오해를 풀고 올바른 지식을 알려 주기 위한 ‘2017 전자파 안전포럼’이 지난 29일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립전파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전자파가 실제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여, 전자파가 갖고 있는 오해와 진실을 규명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진실보다는 괴담이 전자파에 대한 이슈 부추겨
‘생활 속 전자파 노출과 인체영향’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충북대의 김남 교수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한동안 유행했던 ‘전자레인지 괴담’을 소개했다.
‘식품이나 물을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진동으로 분자배열이 바뀌어 건강에 해롭고 발암물질이 만들어진다’나 ‘유용한 영양분이 파괴되고 나쁜 콜레스테롤이 증가하여 인체 면역력이 약화된다’ 같은 괴담이었다.
김 교수는 “이런 괴담은 모두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루머일 뿐”이라고 언급하며 “전자레인지는 ‘적외선’과 ‘음파’의 중간 정도가 되는 ‘마이크로파(microwave)’를 이용하기 때문에 물과 음식의 성질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근거 없는 괴담이 퍼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지난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를 한 이후부터 보이지 않는 전자파에 대한 공포가 더욱 커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자파에 노출됐을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는 상황이다. 기껏해야 WHO가 일부 가전제품 또는 고압선에 대해서만 사전적 예방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김 교수는 “알고 보면 태양도 전자파를 발생시킨다”라고 설명하며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도 사실은 전자파의 한 작은 주파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구는 전자파에 의해 온도가 유지되고 있으며,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자파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강조했다.
전자파와 관련된 괴담을 부채질하는 요인에는 ‘전자파 과민증(EHS)’도 한몫을 하고 있다. EHS란 일반 사람은 허용할 수 있는 정도의 전자파에도 불구하고 두통 및 불안감 등 다양한 과민증상을 호소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들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만 가도 두통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연 친화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전자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실제 전자파 영향 때문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자파가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과도하게 믿는 ‘노시보 효과’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자파의 위험성에 대한 소통 강화가 더 시급
전자파에 대한 최신 연구동향을 살펴보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동물실험과 세포실험에서는 영향이 있다는 주장과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동향에 대해 김 교수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가 완전히 결론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전망하며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를 논의하는 것보다는 ‘위험성에 대한 소통(Risk Communication)’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파와 관련된 위험성을 받아들이는 입장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일단 소통의 활성화를 통해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동의 중지(衆智)를 모으는 것이 더 시급하고,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위험 소통의 측면에서 볼 때 전자파는 굉장히 큰 사회적 이슈였지만, 그에 비해 홍보는 미약했다”라고 지적하며 “괜히 밝혀냈다가 국민들이 더 걱정하면 안 된다 해서 정책발표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끝장 토론을 하는 등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험성에 대한 소통의 일환으로 탄생한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면 ‘전자파 등급제’를 꼽을 수 있다. 전자파 등급제란 휴대폰 같은 무선 통신 기기의 전자파 인체 흡수율을 구분한 체계로서, 전자파의 인체 흡수 정도에 따라 단계가 나뉘어져 있다.
전자파 흡수율은 인체 조직에 미치는 ‘킬로그램당 와트(W/kg)’로 표시하는데,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휴대폰의 전자파 흡수율이 ‘1.6W/kg’을 넘어서면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할 수 없다. ‘0.8/kg 이하’면 1등급, ‘0.8/kg~1.6W/kg’ 이면 2등급이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전자파와 관련된 논란의 해법은 체험관이나 홍보관 등의 운영, 그리고 전자파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는 DB 구축 등 ‘위험성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7.06.30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