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교육과 정책

[이비뉴스] 유영민 신임과기정통부 장관과 면담

FERRIMAN 2017. 7. 25. 23:15

유영민 장관 "AI 발전 위해 빅데이터 상용화 필요…전향적 추진"

유영민 장관, 첫 정책 현장 방문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찾아
"과학기술계와 격의 없는 소통 행보 시작"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l 2017-07-25 19:03


▲ 유영민 미래부 장관이 2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현장을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EBN

"AI(인공지능)에 필요한 빅데이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데이터 상용화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상용화를 가로막고 있는데, 개개인의 정보를 보호하되 개인의 트래킹(Tracking)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선 상용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도 전향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상용화하는 것도 관심사로 면밀히 보겠습니다."

25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유영민 장관은 취임 후 첫 정책현장 방문으로 과학기술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을 찾아 가진 과학기술인들과의 현장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 빅데이터 산업이 낮은 개방성으로 지적받는 데 대응해 데이터 폐쇄성을 극복하고 빅데이터 활용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양한 데이터와의 융합 분석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이나 이종 업계 간 데이터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글로벌 IT기업들은 빅데이터나 AI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3사는 데이터센터 건립 등 데이터 수집에만 315억 달러(약 36조원)를 투자했다.

한국은 공공데이터의 보유량이 세계 선두권에 속하지만 개방도는 낮다는 지적이다. 최근 월드와이드웹 재단에서 발표한 세계 공공데이터 평가(ODB)에서 한국은 세계 5위를 차지했지만 개방도 점수는 59점으로 세계 14위에 그쳤다.

특히 빅데이터의 척도인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트래픽이 OCED 주요 국가들은 80%대인데 비해 한국은 2% 미만으로 매우 상이한 수준이다. 법체계 자체가 허가된 것 외에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는 '포지티브(positive)' 시스템이기 때문에 데이터 활용은 난점이 많다는 것이 ICT 업계의 지적이다.

미국은 데이터에 대한 자유로운 분석과 이용을 허용하는 대신 데이터 오·남용 사례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사용자 동의하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법제도와 프로세스 정비에 나서고 있다.

유 장관은 "앞으로 연구개발(R&D) 과정에서 나온 성과물들을 종합적으로 공유하고 융합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고 활용하는 정부 차원의 빅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이 직접 제안한 이번 현장 간담회는 지난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5개년 국정계획에 담긴 과학기술분야 정책 방향을 현장 연구자들과 공유하는 한편 연구현장의 새 정부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기대를 가감 없이 듣고 연구현장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

유 장관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과학기술혁신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통한 '연구자 중심'의 연구 환경 조성 등 새 정부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과학기술혁신 컨트롤타워 설치 및 기능 강화 △자율과 창의, '연구자 중심'으로 정부 R&D 패러다임 대전환 △과학기술이 경제 사회 혁신의 구심점 역할 수행 등이다.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예산 2배 확대 등 기초 원천 R&D 투자를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기술개발, 규제 정비, 인프라 구축, 인력양성 등을 패키지형으로 지원하는 것 등이 구체적인 정책 실행 방안이다.

유 장관은 새 정부 과학기술정책이 현장에 뿌리 내리기 위해 미래부와 연구현장의 변화, 혁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치열하게 토론하는 업무 문화를 정착하고, 더 많이 현장을 찾아 소통하는 한편 과학기술-ICT 융합이 화학적 융합으로 거듭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질적 성과 창출로 이어지는데도 역점을 둘 것이라고 유 장관은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새 정부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제언과 함께 그동안 과학기술정책과 연구개발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허원도 카이스트 교수는 리시트 전문연구위원은 "인건비 비중에서 연구장비 도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구장비가 대부분 국산화돼 있지 않기 때문으로, 엄청나게 큰 자금들이 해외로 흘러가고 있다"며 "왜 연구장비를 국산화하는 데는 정부에서 관심을 안 가질까. 물론 국내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안 되는 것은 알지만 그럴수록 정부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지언 서울대학교 신소재공동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현장에서 연구하는 대부분은 학생연구원이나 박사후연구원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비정규직이다"라며 "계약이 되는 순간부터 연단위로 계약되기 때문에 나의 다음 직장은 어디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돼 있다. 불안정하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거기 대해서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석사에 대한 지원이 장기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자들의 창의적 연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들이 이야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행정에서 가장 연구력이 크게 낭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도영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일단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연구비를 따야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상향식 연구나 자유 공모 과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연구비 공포에서 해방된다면 성공에 목매지 않고 하고픈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같은 의견들을 청취한 유 장관은 "연구자들이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면서 정부의 간섭은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도 미래부는 장·차관은 물론 일선 업무 담당자까지 문서 작업에 매몰되는 대신 새 정부 국정과제가 현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현장을 세밀히 살피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