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 42,998개 ! 우주 쓰레기의 역습..톈궁1호 서울에 떨어지는 날엔
원호섭,김윤진 입력 2017.11.03 15:51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로 마무리된 셈이지만 섬뜩한 것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매년 100여 차례나 제2, 제3의 스카이랩이 지구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확률은 희박하지만 만에 하나 도심에라도 떨어지면 인명 피해까지 걱정해야 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도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시야가 미치지 않는 우주공간에 4만2998개의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가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지구로 추락할 수도 있는 수많은 우주 물체를 머리 위에 지고 사는 셈인데, 당장 수명을 다한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1호'가 올해 말이나 내년 3월 사이에 지구로 추락할 것이라고 한다.무게 8.5t, 길이 10.5m의 톈궁1호는 약 300㎞ 상공에서 중력에 이끌려 매일 1~2㎞씩 고도가 낮아지고 있다. 추락 예상 지역은 아시아, 북미, 유럽 등지를 포함하는 남위 43도~북위 43도 범위로 추정된다. 한반도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강경인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실장은 "인공위성 추락으로 인한 인명 피해 사례는 보고된 바 없고 지구 표면적의 3분의 2가 바다라는 점에서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질 확률은 희박하다"며 과도한 우려는 삼갈 것을 주문했다. 조성기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책임연구원도 "지구로 추락하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 부품이 사람과 충돌할 확률은 1조분에 1로 극히 낮다"면서도 "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톈궁1호 추락 궤도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떨어질 인공위성 수가 점점 많아진다는 점에서 확률은 낮더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다. 비영리 조직인 '참여과학자 모임(UCS)'에 따르면 현재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1459개에 달한다. 전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위성을 쏘아올리면서 2011년 974개 수준이던 상업·군사용 위성이 매년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주 공간을 떠도는 발사체 부품(우주 쓰레기)도 엄청나다. 인공위성 추적 사이트인 미국 '세레스트랙'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수명을 다한 위성까지 포함해 4637개, 우주 쓰레기까지 합치면 4만2998개나 된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은 지구 중력에 이끌려 고도가 낮아지다가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자유낙하하며 불타 사라진다. 고도 1000㎞ 아래에 있는 저궤도 위성은 대기권에 진입하기까지 1년 정도 걸린다. 3만6000㎞에 위치한 정지궤도 위성은 대부분 임무가 종료되면 스스로 추락해 자폭하도록 설계돼 있다. 지구로 추락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낼 때 이처럼 추락에 대비한 자폭장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지름 약 10m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게 될 경우 충돌 충격은 0.1MT(메가톤·1MT은 TNT 폭약 100만t 위력)에 달한다. 인공위성이나 우주 쓰레기 중 10m에 달하는 큰 부품이 대기권에서 타지 않고 지구로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가속도 때문에 작은 부품이라도 도심에 떨어지면 커다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2011년 10월 2.5t에 달하는 독일 연구용 위성 '로사트' 일부가 대기권에서 소실되지 않고 인구 2000만명의 베이징 인근으로 돌진하다가 7분여 분 전에 간신히 바다로 비켜가는 상황이 연출돼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당시 유럽항공우주국(ESA)은 소실되지 않은 로사트 일부가 시속 480㎞ 속도로 베이징을 강타했다면 대참사를 빚을 뻔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13년 11월에는 유럽우주청 인공위성 '고체'가 추락 10분 전 지상 100㎞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까지 한반도를 향하면서 국내 연구진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 우주 쓰레기는 다행히 한반도 상공을 지나 호주 서쪽 인도양과 남극, 남미 인근 해상에 추락했다.
인공위성을 운영하는 국가들은 '우주 물체로 인한 법적 책임에 관한 국제협정'에 의거해 만약 우주 물체 낙하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위성 운영국이 피해 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1978년 1월 러시아 정찰위성 '코스모스 954'가 지구로 추락하면서 일부 잔해가 캐나다 그레이트슬레이브호수와 베이커호수 인근에 떨어졌다. 재산·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핵원자로를 탑재한 인공위성이었던 만큼 방사능 누출 위험 때문에 캐나다와 미국 등이 즉각 잔해 분석에 나섰다.
현장 조사 결과 약 60개 지역이 방사능에 일부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자 캐나다는 국제법에 근거해 러시아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3년여의 협의 끝에 러시아는 캐나다에 300만캐나다달러를 지급한 바 있다. 다만 피해 보상이 강제 조항은 아니기 때문에 과거 NASA의 경우 에스퍼란스 마을 주민들이 요구한 400달러 청구서를 무시한 바 있다.
우주 물체 추락이라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 우주 환경 감시기관들은 광학시스템과 레이더 관측기구를 활용해 우주 잔해 위치·고도·방향·속도 등을 추적한다. 우리나라는 천문연이 미국 합동우주작전본부(JSPoc)로부터 우주 물체 궤도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특히 고도 2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 우주 물체 궤도와 추락 정보를 활용해 경로를 정밀 분석한다. 위성 운용 기관인 한국한공우주연구원과 KAIST 등은 위성의 최근접 거리와 충돌 확률 등을 계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주 잔해가 대기권에 진입한 후 궤도가 수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낙하 지점과 시점을 예측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최소한 추락 12시간 전은 돼야 잔해가 한반도로 떨어질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추락할지 대략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고, 정확한 추락 장소와 시각은 지표면에 닿기 1~3시간 전에야 파악할 수 있다.
강경인 실장은 "대형 위성의 경우 가급적 바다로 추락하도록 경로를 조정하지만 만에 하나 위성이 제어 불능 상태가 될 경우에 대비해 끝까지 위치를 추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호섭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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