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섬유·염색에 신기술 ‘바람’
전통과학 섬유분야 미니워크숍 개최
2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 2회의실에서는 ‘전통문화와 과학기술의 만남’이란 주제로 전통 섬유 분야 미니 워크숍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천연 섬유와 천연 염색에 대한 국내 기술의 현황을 짚어 보면서, 새로운 융복합 기술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돼 관심을 끌었다.
한지로 베지터블 가죽 가방 제조
경북테크노파크 천연소재융합연구소 천연염색팀 안인용 팀장은 이날 ‘천연염색 산업과 기업 애로 사항 및 기술 개발’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전통 소재를 새로운 제품으로 개발하거나 기존 기술을 발전시킨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지로 만든 가죽 가방. 한지를 종이로만 쓰는 게 아니라 천연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베지터블 가죽(가죽 가공시 중금속 염료인 크롬이 아니라, 식물성 염료인 탄닌으로 무두질을 한 가죽)으로 변모시켜 가방을 생산하는 기술 개발 사례를 소개했다.
여기에는 한지 소재 생산과 천연 염색 가공 기술뿐만 아니라 한지가 가죽가방으로서의 물성을 갖게 하는 등 복합 기술이 적용된다. 한지를 바로 염색하지 않고 주름을 주는 방식인 줌치가공을 통해 가죽 느낌이 나도록 가공한 뒤 염색을 하고 코팅과 발수 가공이라는 후가공을 통해 한지 가죽 가방을 만든다. 만지면 가죽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2년에 걸친 기술 개발 결과 두께 밀도 인장강도 인열강도 파열강도 내마모성 등 주요 물성 검사 항목에서 모두 목표치를 넘어 가방 생산이 가능했고, 현재는 시중에서 30만~50만원 선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인식 부족으로 홍보용으로 쓰이고 일반 수요는 대단하지 않다. 이 기술로 가죽 물성이 나게 해서 한지로 신발도 만들고 있다.
안 팀장은 또 천연염료를 추출해 분말화하는 연구 성과도 소개했다. 천연염료는 효소로 숙성시키면 염색이 잘 될 뿐만 아니라 기간을 짧게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염재별로 추출온도, 농축온도, 효소 처리 방식, 교반 속도, 보조 첨가제 등에 대한 기술 지식이 확립됐다고 밝혔다.
20가지 이상을 테스트해 실제 염료 분말이 상업화 생산에 들어갔고 좋은 반응이 있을 줄 알았지만. 현장에서는 천연 염재를 직접 사서 끓여 사용하는 방식을 여전히 선호해 산업적으로는 아직 미흡한 상태라고 말했다. 푸른 색 염색을 하는 쪽의 경우 이렇게 생산하면 1kg에 20만원 정도인데, 수입품은 15만~18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는 것도 보급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안 팀장은 이밖에 △감물 염색의 발색성 향상을 위한 고농축 발효감물 염료화 기술 개발 △인견(레이온) 제품의 천연염색 견뢰도(염색물이 외부의 물리, 화학, 생물학적 작용에 견디는 정도) 향상 연구 결과 섬유 원재료 염색 기술 개발 △탄닌 성분의 한약자원 염료화를 통한 피부 건조증에 따른 가려움증 완화 효과 확인 △화장품용 식물성 적색계 색소의 안정성과 안전성 확인 등 기술 개발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전통 섬유 기술 데이터 수집 축적 필요”
이날 ‘제5의 산업물결, 그린 웨이브(Green Wave)의 핵심가치 전통섬유’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박현주 (사)한복기술진흥원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모시 삼베 무명 실크 등 전통섬유는 1970년대 방직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이전까지는 의류 및 생활섬유 전체를 차지하였지만 현재는 화학섬유 및 재생섬유가 이를 대체하고, 전통섬유의 생산은 거의 단절되었다.”고 진단했다.
세계 섬유 산업을 살펴보아도 2015년을 기준으로 화학섬유 대 천연섬유의 비율이 53%로 절반 이상이 화학섬유로 넘어갔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박 원장은 “최근 전통문화산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자연친화적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자연섬유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미래섬유산업은 초경량화 고기능성 섬유, 스마트 섬유, 친환경 섬유, 첨단의료용 섬유 등이 중점적으로 연구 개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원장은 이에 따라 전통섬유 소재가 가진 고유한 기능성을 추출해 신기술과 융복합하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전통직조기술을 IT 기술과 융복합해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청도의 삼베인 황지포는 굉장히 부드럽다. 청국장 띄우듯이 발효를 시켜 생산하기 때문에 원단의 질감이 우수하여 전통 기술의 전수와 융복합 개발로 제품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우수 전통 섬유는 찾아내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 기술적인 데이터를 발로 뛰어서 모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 성하운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8.05.3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