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의 추진기관 종합연소시험이 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5일, 옛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 굉음과 함께 다시 불길이 올랐다. 센터가 위치한 ‘외나로도’는 종일 해무(海霧)로 휩싸여 있었지만, 불길은 선명했고 흰 연기는 수십 미터 상공으로 솟아올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첫 독자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KSLV-Ⅱ’의 추진기관 종합연소시험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종합연소시험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시험 발사체의 비행시험 전 치러지는 마지막 테스트다. 이로써 한국은 독자적 우주발사체 발사 성공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이날 치러진 종합연소시험은 KSLV-Ⅱ의 본 발사를 대비한 ‘시험발사체’의 발사 테스트를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었다. 본 시험을 앞두고 모의고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하는 셈. 항우연 오승협 발사체 추진기관개발단장은 "5월과 6월 시험에서는 각각 30초, 60초간 추진기관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이번 3차 시험에서는 실제 비행시간인 140초를 넘어서는 154초간 엔진을 가동했다"며 "이를 통해 연소성능뿐 아니라 발사체의 방향을 제어하는 등 연계된 기술도 종합적으로 검증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 때 위기도 있었다. 발사의 전 과정이 컴퓨터로 자동 검증되는 ‘자동 시퀀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만큼 작은 문제라도 발견되면 테스트 과정이 자동 종료되는 것. 이 때문에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던 시험이 오후 5시경으로 지연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연소시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됨에 따라 오는 10월에는 오늘 시험한 75t급 엔진 1기를 장착하고 시험 비행체가 하늘을 날게 됐다. 만약 이마저 성공할 경우 75t급 엔진 4기를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개발해 총 300t급 엔진으로 한국형 발사체가 최종 발사될 예정이다. 2021년 2월과 10월 총 두 차례 발사가 목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러시아가 대부분의 기술을 제공한 나로호와 달리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되는 한국형 발사체 KSLV-Ⅱ의 최종 목표는 1.5t급 아리랑 인공위성을 지상 600~800㎞의 지구 저궤도에 안착시키는 것. 기존 나로호가 100㎏ 중량의 위성을 300㎞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성능임을 고려하면 KSLV-Ⅱ는 더 무거운 인공위성을 더 높이 실어나르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순수 국내 기술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1957년 러시아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지 62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국은 독자적 기술로 발사에 성공한 적이 없다. 2009년~13년 세 차례 시도 끝에 쏘아 올린 나로호 역시 러시아의 흐루니체프사가 개발한 ‘앙가라 1.1’ 로켓을 완제품에 가까운 형태로 제공 받은 것. 2단으로 구성된 나로호의 1단 전체를 러시아 기술로 제공받은 것이다.
한국형발사체는 총 3단계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총 1조9572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중 5008억 원이 투입된 1단계 사업은 이미 완성됐다. 3단 분리되는 비행체의 마지막 분리 단계이자 인공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최종 역할을 하게 될 7t급 액체엔진 개발 및 연소시험을 통과한 것.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75t급 액체엔진도 5월17일과 6월7일, 그리고 이달 5일까지 세 번에 걸친 시험을 모두 통과함에 따라 마지막 3단계 사업인 클러스터링 기술 개발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오 단장은 "이번 테스트는 시험발사체 비행테스트 단계 전 마지막 시험이라 비행자세 제어, 전자장비, 연료 등 모든 조건이 시험 발사체와 동일한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외나로도=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