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없고 오래 쓰는 ‘종이전지’
휘어지는 형태로도 개발 가능
폭발 위험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차세대 종이전지가 개발되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울산과학기술원과 공동으로 폭발위험성은 현저히 낮은 대신에, 사용기간이 3배 이상 향상된 ‘리튬-황 종이전지’의 핵심 원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리튬-황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의 양극 소재로 사용되는 코발트를 흔히 볼 수 있는 황으로 대체한 전지를 말한다.
기존 이차전지들의 단점 보완하는 차세대 전지
현재 산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이차전지는 리튬이온 전지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배터리 용량 기억 효과가 없으며, 반복적인 충전에도 성능 감소가 거의 없다는 장점 때문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
이런 장점 덕분에 리튬이온 전지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그리고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다양한 디바이스에 적용되면서, 매년 시장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시장에 등장한지 20여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점이다. 리튬이온 전지는 액상의 전해질을 쓰기 때문에 발화 및 폭발의 위험성을 갖고 있고, 충격에도 취약한 약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해결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리튬-황 전지는 반복적인 충전을 위한 매개체로 리튬이온을 쓴다는 점은 리튬이온 전지와 같지만, 양극 소재로 코발트 대신 황을 사용한다는 점이 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3배 이상의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저가인 황을 사용하기 때문에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제조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발트 대신 황을 사용할 경우, 원료 가격을 1/35 정도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리튬-황 전지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황을 전극으로 사용하여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황부산물이 생성되는데, 이는 전지의 용량과 수명을 급격히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한 것이 바로 이번에 국립산림과학원과 울산과학기술원이 공동 개발한 리튬-황 종이전지다. 기존의 리튬-황 전지가 안고 있는 문제 외에 리튬이온 전지의 불안정성까지 해결하는 획기적인 성능을 갖췄다는 것이 산림청의 평가다.
기존의 리튬-황 전지가 안고 있던 황부산물 발생과 관련한 문제를 공동 연구진은 황부산물 발생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리튬-황 전지에 비해 수명을 3배 이상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열에 약해 폭발 위험성이 문제가 되었던 리튬이온 전지의 플라스틱 분리막 사용은 친환경 소재인 나노셀룰로오스(nanocellulose)로 대체하여 해결했다. 이로써 고온과 충격 등 분리막 파괴에 의한 리튬이온 전지의 폭발위험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목재와 종이를 구성하는 성분 중의 하나인 셀룰로오스로 만든다. 셀룰로오스를 기계적으로 처리하여 얻은 수십 나노미터의 초극세 섬유로서, 꿈의 첨단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형태 변형이 가능해 휘어지는 전지 개발 가능
제조비용 절감 및 전지수명 연장 외에도 리튬-황 종이전지의 획기적 성과 중 하나는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굽히고 펴는 반복시험에서 기존의 리튬-황 전지에 대비하여 유연성이 2.5배나 향상됐을 뿐 아니라, 심하게 구겨진 상태에서도 전지 성능이 정상적으로 구현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산림과학원의 관계자는 “향후 몸에 착용해 사용하는 휴대전화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가볍지만 높은 에너지 용량을 가진 리튬-황 종이전지는 활용범위가 넓어 앞으로 우리생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이번 연구의 실무를 담당한 국립산림과학원 목재화학연구과의 이선영 연구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성과의 의미를 간략히 언급해 달라
재생가능한 자원인 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친환경 재료로 전지 원료를 얻은 것이다. 또한 기존 소재로는 달성하기 힘든 휘어지는 전지의 개발 가능성을 검증했다는 점에도 큰 점수를 주고 싶다.
- 리튬-황 종이전지가 만들어갈 미래상에 대해 상상해 본다면?
현재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라 하더라도 1회 충전으로 서울과 부산까지 400km 정도를 편도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차세대 리튬-황 종이전지가 장착된 전기자동차로는 1회 충전만으로 동일 거리를 왕복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 등과 같은 휴대용 전자제품에 적용될 경우 형태 변형이나 고온에 의한 폭발 위험성이 낮아져서 국민안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무게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고용량의 전지를 요구하는 드론과 같은 첨단 품목의 활성화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준래 객원기자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8.11.1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