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개발에 박차 가하는 미국
연방정부 법안 마련, 민간기업 상용화 박차
미국 과학기술계가 최근 양자컴퓨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같은 흐름은 올해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양자컴퓨터란 말 그대로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하여 자료를 처리하는 컴퓨터다. 이론적으로 현존 최고의 슈퍼 컴퓨터가 수백 년이 걸려도 풀기 어려운 문제를 단 몇 초 내에 풀 수 있다.
허드슨 연구소의 아더 허만(Arthur Herman)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지난 2018년이 양자컴퓨터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해였다면, 2019년은 양자 네트워크와 양자안전 IT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QAI(the Quantum Alliance Initiative) 의 책임자이기도 한 허만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Fobes)에 기고한 글에서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한 초고속컴퓨터가 IT에 이용되는 것을 경험한 많은 미국인들은 ‘양자혁명’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QAI는 미국과 우방국들의 양자기술분야 관련 정책을 개발하는 전문기관이다.
허만 선임연구원은 “양자기술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21세기의 주도권이 결정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따라서 미 연방정부나 대기업들은 이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터 선점을 위한 국가양자주도법 발효
허만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양자컴퓨터 선점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우선 연방상원은 지난 12월 초 국가양자주도법(the 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 NQI)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앞으로 5년간 12억 달러를 양자정보과학연구에 투입하는 것을 그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연방 에너지성(Department of Energy), 국가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그리고 상무성 산하 국가표준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 NIST)가 공동으로 주관하게 된다.
물론 이 금액은 후발주자인 중국이 100억 달러 이상 투자하는 것에 비하면 적은 액수다. 하지만 투자 금액이 곧 연구의 질, 가치와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현재 미국의 민간기업들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 법안에 이어 조만간 후속조치가 마련된다면, 미국이 충분히 중국과의 격차를 벌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의지다. 트럼프 정부는 첨단양자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QIS(National Strategic Overview for Quantum Information Science)라는 기구다. 이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담당인 제이콥 테일러(Jacob Taylor) 박사와 릭 페리(Rick Perry) 에너지성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양자주도법은 양자기술을 개발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기초모델은 1980년대 말 진행됐던 초전도산업 부흥 전략을 참조했다.
미 정부는 이를 통해 각 대학과 연구소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연구를 단일 센터, 혹은 허브로 통합하고자 한다. 해당 허브에는 연방에너지성(Department of Energy)과 미 국가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 정부는 또한 해당 분야에 관심있는 외부인들의 참여도 열어놓았다. 여기서 외부인이란 벤처자본가, 공무원, 기업임원 등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것이 정부측의 입장이다.
민간벤처기업, 상용화 앞장
민간업체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BM을 선두로 구글, 인텔같은 대형기업들이 양자컴퓨터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벤처기업들도 최근 상용화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이른바 양자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가장 대표적인 양자기술 벤처기업인 리제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은 현재 양자컴퓨터에 사용되는 양자직접회로를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벤처기업 이온큐(lonQ)는 ‘트랩 이온(trapped ion)’ 양자 컴퓨터를 개발, 79-큐비트(qubit : 물질의 최소단위인 양자 정보의 단위) 배열 계산에 성공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모든 과학기술에는 동전의 양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양자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4일 미국과학한림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개 키 암호화(public-keycrystography)를 안전하게 시현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출현하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보고서는 그 이유로 ‘복잡한 기술은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그 상용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의 오작동은 모든 산업에 걸쳐 심각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에, 그 안전성을 확실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최근까지도 미국의 과학기술계의 주요 이슈는 AI의 문제점 해결이었다. 연방정부가 양자컴퓨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건 불과 1년도 채 안된다.
때문에 양자컴퓨터와 함께 할 미래는 아직까진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미국의 과학기술계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양자 시대는 우리가 인지하기도 전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 (미국=애틀란타) 권영일 특파원
- 저작권자 2019.01.0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