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의료에서 우주까지 진화하는 중
미래 유망기술 ⑥ 3D프린팅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이 과연 인류의 불로장생 시대를 열게 될까.
2013년 세계경제포럼은 10가지 떠오르는 기술 중 하나로 3D 프린팅 기술을 선정했다. 그 후 빠른 기술의 발전과 변화로 2017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12가지 떠오르는 기술 대부분이 새롭게 교체됐지만, 3D 프린팅 기술은 여전히 유망기술로 꼽혔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미래 유망 융합 이슈 10선’ 중 하나로 3D 프린팅 기반 인공장기 제조 기술을 선정했다. 이제 3D 프린팅 기술이 의료·바이오 분야와 접목되고 있는 것이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
의료·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은 원래 수술 시뮬레이션용 모형이나 보청기, 치아교정기 등 비침습형 의료기기로 시작됐다. 그 후 손상된 조직의 재건과 재생을 위한 써지컬 임플란트(Surgical Implants), 장기유사체(오가노이드), 인간 근육조직까지 3D 프린팅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미국 재생의학 업체 ‘오가노보(Organovo)’는 최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이들은 바이오잉크 구상체들을 한 겹씩 프린트하고, 그 위에 바이오겔을 겹겹이 쌓아서 입체형 구조를 만들었다. 이후 사이사이에 있던 바이오겔이 용해되어 없어지면서 겔 위의 세포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살아있는 조직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간 조직은 무려 42일 동안 생존했다.
미국 애스펙트 바이오시스템즈(Aspect Biosystems)도 RX1이라는 바이오 3D 프린터로 과민반응 생체조직을 만들었다. 다양한 세포 유형을 필요에 맞게 층층이 쌓아 만들어진 이 생체조직은 생물체의 민감한 수축 반응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일본의 사이퓨즈(CyFuse)도 세포 덩어리를 쌓고 배양해서 장기유사체를 프린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티앤알바이오팹은 다양한 생체재료를 프린팅하고 본연의 조직이 갖고 있는 특수한 미세환경을 모사하여 피부, 심장, 간 등 인공장기를 만들어 냈다. 이들은 손상된 연골을 3D 프린팅으로 출력하여 이식하는데도 성공했다.
또 로킷헬스케어는 CES2019에서 3D프린터 ‘인비보’를 활용해 줄기세포 출력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인공장기 출력에 슈퍼인간까지 ‘무한가능성’
3D 프린팅은 맞춤형 신약개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동물실험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조직유사체를 만들어 신약 임상실험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티앤알바이오팹 대표인 윤원수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생체 세포에서 줄기 세포로 응용 재료가 확대되면서 뼈와 피부, 연골 등에서 간과 심장, 인공혈관 등으로 3D 프린팅의 적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자체에서 재생치료제로 작용 기전 역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의 발전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이뿐만 아니라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의 발달로 보통의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슈퍼인간 출현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미국 드라마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소머즈는 오른쪽 귀를 생체공학 수술로 이식받아 뛰어난 청각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인체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한 포스트 휴먼의 탄생도 멀지 않아 보인다.
미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생체조직과 전자부품을 결합한 바이오닉 귀를 3D 바이오 프린터로 찍어내는 데 성공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눈 조직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다 자란 쥐의 망막에서 채취한 신경교세포와 신경절세포를 산 채로 인쇄하기도 했다.
3D 프린팅 기술, 우주까지 응용분야 확대
이밖에도 3D 프린팅의 활용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3D 프린팅은 출력 시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 사용처가 크게 달라진다. 초창기에는 상대적으로 저온을 요구하는 플라스틱 계열의 재료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콘크리트와 금속 등 프린팅 재료가 다양해지면서 항공, 건축 등으로 응용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3D 프린팅의 적층제조기술은 한두 개 시제품을 만드는 데는 더 없이 효과적이었으나, 대량으로 생산할 때는 오히려 전체 공정이 더 복잡해지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그런데 최근에 개발된 3D 금속 프린팅 기술은 다양한 금속 재료를 가공해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3D 프린팅 기술은 또한 우주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인류가 달 표면에 첫발을 딛은지 50주년이 된다. 그래서 유럽우주국(ESA)은 이미 2016년에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문빌리지(Moon Village)’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한 중국도 달 표면에 소형 무인 우주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달에는 콘크리트나 철골, 물 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건축물을 짓기가 어렵다. 그래서 달의 토양을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NASA 존슨우주센터와 함께 달을 모방한 대형 챔버를 건설하기 위해, 달의 복제토를 녹여 3D프린터로 원하는 구조물을 찍어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늙고 병든 장기를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장기로 자유롭게 교체하고, 3D프린터로 출력한 부품으로 지어진 문빌리지에서 사람들이 정착해서 살게 되는 시대가 점차 오고 있다.
바이오, 항공, 우주 등 여러 분여와 접목되고 융합하면서 날로 진화하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이 그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된다.
- 김순강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9.01.0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