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교육과 정책

[중앙일보] Z 세대, 연도별 출생율, 한국의 세대별 특징, 미국의 세대별 특징

FERRIMAN 2019. 2. 4. 14:01

VIB로 자란 밀레니엄 키드…집중 시간 8초, 이미지에 익숙

입력 2019-02-02 00:02:07
수정 2019-02-02 00:30:58
[SPECIAL REPORT] 2000년 전후 출생 Z세대
"예서 정도는 아니지만 자기 표현하는 친구들이 많아진 건 맞아요.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당당히 말하는 게 우리 세대 특징인 것 같아요."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황수빈(20)씨의 말이다. 그가 말한 예서는 JTBC 인기드라마 ‘SKY캐슬’의 고3 수험생 캐릭터다. 드라마 속 예서는 어른 말에 수긍하지 않는다. ‘할 말 하는’ 고등학생이다. 예서와 라이벌인 혜나 역시 수업시간에 인터넷 강의를 트는 선생님에게 ‘팩폭(입바른 소리)’을 날린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황씨의 목소리에서도 비슷한 당당함이 느껴졌다. 황씨가 말한 "우리 세대"가 바로 2000년을 전후해 태어난 밀레니엄 키드들이다.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 Y세대) 다음이라는 뜻에서 Z세대라고도 부른다. 올 들어 일부가 성인이 된 그들의 등장은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이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개성이 훨씬 강하다"며 "여러 얼굴을 가진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진정한 모바일 세대

[그래픽=이은영 lee.eunyoung4@joins.co.kr]

[그래픽=이은영 lee.eunyoung4@joins.co.kr]

밀레니엄 키드는 모바일 원주민으로 불린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랐다. IBM기업가치연구소의 ‘유일무일 Z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의 74%가 온라인 활동을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친구와 어울린다는 응답은 44%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선호하는 전자기기로는 응답자 75%가 스마트폰을 골랐다.

벤처기업 OGQ의 신철호 의장은 밀레니엄 키드를 이해할 키워드로 스마트폰을 꼽았다. "이전 세대가 주로 활용한 PC는 공용성이 강하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과 공유한다. 화장실까지 들고 갈 수도 없는 도구다. 반면 스마트폰은 개인성이 아주 강하다."

밀레니엄 키드는 이 모바일 기기로 거의 모든 인터넷 사이트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접속한다. 계정수가 이전 PC 세대보다 몇 배 많다. 신 의장은 "이들은 계정마다 서로 다른 자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얌전한 학생, 게임 전문가, 공격적인 독설가 등 계정마다 서로 다른 자아를 설정한다는 얘기다. 물론 어릴 적에 학대당한 상처받은 영혼이란 얘기는 아니다.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시각적 이미지를 중요시한다. 박혜숙 평택대 교수는 ‘신세대 특성과 라이프 스타일 연구’ 논문에서 이들을 "평균 집중 시간은 8초로 점점 더 짧아지고 텍스트 대신 이모티콘과 이미지 파일에 익숙하다"고 정의했다. 2025년쯤부터 본격적인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단번에 각인시키는 이미지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영어유치원, 전용 미용실 성업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밀레니엄 키드는 대부분 ‘VIB(Very Important Baby)’였다. 귀한 그들을 위한 먹거리는 유기농이었다. 기저귀는 수입산인 경우도 많았다. 이런 어린이 대상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에인절 비즈니스’가 다양화·고급화했다. 부모들은 밀레니엄 키드의 교육을 위해 지갑을 여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영어유치원이다. 연간 교육비가 의대 등록금을 넘어가는 영어유치원이 현재 전국적으로 1000개 가까이 성업 중이다. 서울 청담동에 어린이 전용 미용실이 생기고 어린이 전용 스킨케어 시장도 확장 중이다. 유한양행이 2017년 론칭한 첫 스킨케어 브랜드 ‘리틀마마’가 유아동 시장을 목표로 오스트리아에서 생산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은 것이 상징적이다.

사교육도 고급화 추세다. 2000년대 초반 유명 입시학원들이 강남에 거점을 마련하면서 대입 관련 사교육을 주도하게 되자 초등 고학년부터 강남구와 서초구로 이주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교육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대치동에는 1인 기업 형태의 스타강사, 고소득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자녀의 학습과 생활을 관리해 주는 공부관리 전담집사 같은 신종 직업도 등장했다.

드라마 ‘SKY캐슬’처럼 고액을 받는 입시 코디네이터도 실제로 있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홍주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영유아들은 점점 이른 시기부터 사교육에 노출되고 있고, 대상연령이 어릴수록 고급화·세분화로 차별성을 강조하는 추세"라며 "정부의 유아 공교육 확대 정책과는 별도로 차별화를 앞세운 사교육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르페 디엠

밀레니엄 키드는 ‘현재’를 중시한다. ‘미래’와 ‘이상’을 추구했던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이다. 단국대 1학년 박진아(21)씨는 매달 20만원씩 저축한다. 결혼비용이나 재산을 형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몇 달 뒤 해외 여행을 가기 위해서다. 이미 그는 300만원을 모아 미국 여행도 다녀왔다. 그는 "아르바이트 소득(알바비)을 지금부터 모아도 10년 뒤 결혼자금으로는 택도 없다"며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육대 1학년 박정민(21)씨는 겨울 방학을 맞아 스키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수입의 절반은 스키 장비와 옷에 지출한다. 나머지 20%는 해외 여행을 위해 아껴 둔다. 박씨 역시 취업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하지만 지금에 충실한다. 그는 "지금은 경험하고 해보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중앙대 신광영 교수(사회학)는 "1997년 외환위기는 X세대의 삶을 확 뒤바꾸어 놓았다"며 "이들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밀레니엄 키드는 불확실한 먼 미래를 대비해 설계를 하거나 저축하는 행위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른 듯하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키드는 모바일 혁명 때문에 여러 가지 자아를 갖게 됐다. 한정된 시간에 다양한 자아를 분할해 표시하고 즐겨야 한다. 그만큼 시간 관리에 철저하다. 불필요한 에너지와 시간 투입을 기피한다. 한끼 식사를 위해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패스트 푸드를 마구 먹지 않는다. 이런 성향에 맞춰 한국야쿠르트는 2017년도부터 밀키트(Meal Kit) 사업을 시작했다. 밀레니엄 키드가 어린이였을 때 즐겨 먹던 상품을 낱개로 소포장해 내놨다.

밀레니엄 키드는 자신만의 체험을 중시한다. 가이드의 깃발 아래 무리 지어 이리저리 이동하는 여행은 딱 질색이다. 나만의 취향을 무시한 천편일률적인 쇼핑센터도 성에 차지 않는다. 이들을 겨냥해 에어BNB는 2016년 트립서비스를 선보였다. 에어BNB는 "집 주인이 가이드가 돼 여행자 두서너 명의 현지 투어를 안내하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김예슬(21)씨는 지난해 12월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집주인의 안내에 따라 감귤캔들을 만드는 트립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는 "상업적이지도 않고 판에 박힌 것도 아닌 아주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밀레니엄 키드를 겨냥해 리뉴얼 열풍이 불고 있다. 이들은 아직 직접 소비할 경제적 능력은 없지만 다양한 상품과 낮은 가격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모들의 의사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12월에 새롭게 연 롯데백화점 안산점은 매장 1층부터 파격적이다. 기존 명품 화장품 매장들 대신 음료와 주류를 판매하는 펍(pub)이 자리했다. 옆에는 명품 의류 대신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무인양품이 들어섰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고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엄 키드의 취향을 유통회사들이 더는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개성 강한 만큼 세분화한 전문영역 찾아야

입력 2019-02-02 00:22:00
수정 2019-02-02 00:31:28
[SPECIAL REPORT] 2000년 전후 출생 Z세대
데이비드스틸먼

데이비드스틸먼

"밀레니엄 키드는 시차가 없는 세대다."

미국의 대표적인 세대(generation)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틸먼의 일성이다. 그의 공저인 『직장에서의 Z세대(Gen Z @work)』는 밀레니엄 키드를 가장 먼저 체계적으로 규명한 책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 마케팅 회사들이 그의 책을 바탕으로 기업들에 전략을 짜 주고 있다. 그는 중앙SUNDAY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X세대나 Y세대는 나라별로 시간차를 두고 등장한 반면 밀레니엄 키드(Z세대)는 시간차 없이 동시에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왜 동시에 등장했을까.

"그들은 2000년을 전후해 태어났다. 그들이 처음 접한 디지털 장비가 바로 모바일 기기다. 그들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고 같은 사건을 ‘동시에’ 경험했다. 이는 X세대와 Y세대 등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화한 세대다. 남북한 밀레니엄 키드 사이에도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웃음)."

이들이 동시에 경험한 가운데 어떤 사건이 가장 큰 영향을 줬을까.

"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세상으로 눈길을 주기 시작한 청소년기에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X세대 등 이전 세대가 10대에 마주한 세계는 호황이거나 희망으로 가득했다. 반면 밀레니엄 키드는 살림살이가 불안정한 세계를 겪었다."

2008년 위기가 어떤 상흔을 남겼나.

"단순하게 말해 그들은 ‘내가 너무 운이 좋아 취직했어!’라고 생각한다. 이전 세대는 몇 곳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세대였다. 반면 밀레니엄 키드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엄청하게 노력해야 겨우 채용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치열하다."

치열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경쟁이 생활의 일부가 된 세대가 바로 밀레니엄 키드다. 취직하기 위해 또래들과 치열하게 경쟁한다. 상대적으로 말해 이전 세대는 경쟁보다 협력에 익숙하다."

밀레니엄 키드의 또 다른 특징은 무엇일까.

"몇몇 전문가들은 모바일 기기 영향이라고도 하는데, 아직 인과관계를 살펴 보진 않았다. 다만 이전 세대와 견줘 훨씬 다양하다. X세대 등은 교사가 만든 판에 박힌 교과과정 속에서 훈련됐다. 반면 밀레니엄 키드는 교육과 경험이 훨씬 다양하다."

스틸먼 책의 부제가 ‘다음 세대가 일터를 어떻게 바꿔놓을까’이다. 그들이 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담고 있다.

[그래픽=이은영 lee.eunyoung4@joins.co.kr]

[그래픽=이은영 lee.eunyoung4@joins.co.kr]

밀레니엄 키드가 아직 일터에 등장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한국에선 그런가? 미국에서는 20세 이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23세 정도면 대학을 졸업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 여러 일터에 밀레니엄 키드가 진입하기 시작했다. 미국 비즈니스 리더들이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밀레니엄 키드들이 아주 특화된 재능을 보여서다."

무슨 말인가.

"X세대 등은 회사가 맡기면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한다. 반면 밀레니엄 키드는 아주 구체적인 분야의 일을 잘 한다. 그들의 경험과 교육이 아주 세분화돼 있다. 회사가 밀레니엄 키드의 재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주 세분화한 업무를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어느 정도 세분화돼 있기에 그런가.

"우리가 익숙한 고등학교-대학교로 이어지는 교육은 그들에겐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경영자는 대학 졸업장 같은 타이틀을 보고 그들을 뽑지 말아야 한다. 그가 학업 외에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는지를 살피는 게 좋다."

그들의 소비나 경제 행위는 어떨까.

"예를 들어 신발만 파는 전문점 모델로는 밀레니엄 키드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듯하다. 한 곳에 가능한 한 많은 상품이나 상점을 넣어야 그들을 붙잡아 둘 수 있다. 이는 기업이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이다."

■ 데이비드 스틸먼「 위스콘신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그는 세대 간 문화차이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로

뽑히는『세대가 충돌할 때』를 썼다. 최근 저서인 『직장에서 Z세대』는 밀레니엄 키드인 아들 조나와 함께 썼다.



김창우·유주현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