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읽기] 행복 천재들은 좋아하는 것이 많다
입력 2019-02-13 00:18:46
이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가 최근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각각 1분 동안 자유롭게 적어보도록 했다. 무엇을 적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 뒤에 각 참가자가 현재 느끼는 행복의 정도를 별도의 방법으로 측정한 다음, 그들이 주어진 시간 내에 얼마나 많이 적었는지, 얼마다 독특한 것들을 적었는지, 또 얼마나 구체적으로 적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적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도 물었다.
결과가 매우 흥미로웠다. 행복감이 높은 참가자들일수록 좋아하는 것을 많이 적었을 뿐 아니라, 범주도 다양했다. 또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아주 구체적이었다. 예를 들어 행복감이 낮은 참가자들이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고 적는다면, 행복감이 높은 참가자들은 ‘한적한 버스나 기차에서 노래 들으며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적는 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행복한 참가자들은 좋아하는 것을 적어내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보고했다. 반면 행복감이 낮은 참가자들은 좋아하는 것을 적어내는 일을 매우 어려워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적게 했는데도 말이다.
혹시 적어낼 범주를 정해주지 않고 ‘아무거나’ 쓰라고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가 싶어서, 후속 연구에서는 ‘좋아하는(싫어하는) 사람’ ‘좋아하는(싫어하는) 장소’처럼 구체적인 범주들을 제시하고 적어내게 했다. 그래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행복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과 장소를 쉽게 많이 적어냈지만, 행복감이 낮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것들을 어려워하며 적게 적어냈다.
반면 싫어하는 사람과 장소를 적어내게 했을 때는 결과가 역전됐다. 행복한 사람들은 싫어하는 것을 많이 적지 못했지만, 행복감이 낮은 사람들은 더 많이 적어냈다. 행복한 사람들의 머릿속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면, 행복감이 낮은 사람들의 머릿속은 싫어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행복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또한 좋아하는 것을 ‘빨리’ 고르기도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어떤 범주에서 10개의 항목을 제시하고(예를 들면 색깔에서 노랑, 빨강, 초록 등), 이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고르게 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기까지의 반응시간을 컴퓨터로 측정했다. 그 결과 행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반응시간이 훨씬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지능이 뛰어난 천재들만 길러낼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의 천재들을 길러내야 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한 선호는 선천적이기도 하지만 다분히 후천적이다.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살면 좋아하는 것들이 명확해진다. 우리가 서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자식의 학벌이나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 ‘과연 당신은 좋아하는 것이 많이 있습니까?’이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