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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멘토링 자료, 세대 갈등, 세대차, 구세대, 신세대

FERRIMAN 2019. 8. 1. 18:12

[송인한의 퍼스펙티브] 구세대 지혜와 신세대 잠재력, 만나야 꽃 핀다

입력 2019-07-29 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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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갈등 줄이는 살 만한 세상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듯 집단 사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긴박하게 경험하는 남북 관계나 한·일 관계에서 당사국인 남과 북 사이, 우리와 일본 사이의 거리보다 더 멀리 체감되는 것이 우리 내부의 거리인지도 모른다. 

민주국가에서 의견이 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의견 차이에 의한 갈등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갈등이 표출되지 않는 것은 개개인에 완벽한 억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기에 지나친 사회통합은 건강하지 않다. 문제는 갈등의 존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있다. 우리 시대의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그 갈등을 잘 다루지 못하고 있음이 문제이다. 

갈등이 표면에 드러남으로써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지며, 갈등을 에너지 삼아 해결하며 다음 단계로 발전이 가능해지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갈등을 잘 다루지 못하면 물리적·심리적 폭력으로 자기 파괴적 사회분열 상태로 귀결되기도 한다. 

우리 시대에 공감·소통·통합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단어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오용될 때가 많다. 공감은 "당신은 내 마음을 알아줘야 해"로, 소통은 "내 말을 제대로 잘 들어"로, 통합은 "나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야 해"로 사용되곤 한다. 자신만 옳다는 아집 위에서 서로의 차이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지금 갈등의 순기능과 역기능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집단주의 구세대 vs 개인주의 신세대 

이념·계층·젠더·지역 갈등의 여러 이슈가 산재해 있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로 청년층과 고령층 사이의 세대 갈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빠른 변화는 세대 차이를 더 크게 만들어 왔다. 완만한 변화의 사회에서는 다른 세대 간에 공통분모가 크고 중간 세대가 양쪽의 완충작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빠른 변화 속도는 한 세대 차이만으로도 공통분모를 가질 수 없을 만큼 큰 차이를 만들었다. 

우리의 세대 갈등은 이념·젠더 갈등과 중첩되어 포함하고 있다. 세대의 구분은 복잡하지만 대략 이전 세대의 가진 집단주의적 성향 속에서의 권위와 차별에 비해, 새로운 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충돌하고 이념과 젠더와 연결되어 갈등을 유발한다. 

필자가 참여했던 연세대 사회치유연구팀에서 2015년 실시한 심층조사에 응한 21명의 전문가 중 43%는 우리 사회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57%도 약간 심각하다고 답해 사실상 전원이 심각하다는 데 동의했다. 함께 진행된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서도 약 90%가 사회 갈등이 매우 혹은 약간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우리 사회 내부 갈등의 원인으로 국내 정치에 의해 조장된 이념 갈등, 대북 인식의 차이, 신구 가치관 충돌 등으로 인식함이 발견되었다. 결과를 요약하면 갈등을 심화시키는 영역이 언론과 정치라고 우리 국민은 인식했고, 동시에 갈등 해결의 중요한 역할을 언론과 정치(대통령·정부·정당·국회 등)가 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전문가와 국민 조사 모두 성공적 사회 치유를 위해서 언론이 균형 잡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제도가 마련되고, 사회 통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접촉해야 갈등 줄어 

언론과 정치 영역 외에 사회적 노력이 가능한 영역을 살펴보자. 서구에서는 20세기 중반 이래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가 제시한 접촉이론이 집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원칙으로 세워져 왔다. 이 이론은 개인이 자신의 집단 밖 외집단에 면대면 접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한다. 그러나 모든 접촉이 긍정적은 아니고,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고,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협력 관계에 있고, 제도적인 지원을 받는 조건에서 효과적이다. 외집단과 만나 새롭게 알게 됨으로써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며,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서로 공감함으로써 편견과 위협감이 줄어들고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세대 간 소통의 권위자인 심리학자 샐리뉴먼는 가족 바깥의 노인 세대와 직접 접촉하는 것이 노인 세대에 대한 태도를 바뀐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의 사람을 직접 만남으로써 이해가 확장되고 편견이 없어지며 태도에 변화가 생겨 세대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의 교육과 행동의 실행이라는 두 측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적 접근으로는 스웨덴 정부가 초등학교 교과 과정 중에 노화와 치매 등 노년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것이라든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회통합프로그램이 세대 통합 교육과 연구 정보를 체계화해 정보를 제공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해외선 청년 주거와 노인 고독 동시 해결 

네덜란드의 신·구세대 공동 거주시설인 후마니타스요양원에서 대학생이 할머니에게 신문을 읽어주고 있다. [사진 후마니타스요양원]

네덜란드의 신·구세대 공동 거주시설인 후마니타스요양원에서 대학생이 할머니에게 신문을 읽어주고 있다. [사진 후마니타스요양원]

행동적 프로그램들은 밀접한 접촉을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팀에꼴레트협회는 2004년부터 리옹에서 누군가 자신을 방문해 주기를 바라는 노년층과 집을 구하는 청년층을 연결해 세대 간 소통과 신뢰감을 증진하는 매개 역할을 진행해 왔다. 

유사한 공동 거주 프로그램으로 네덜란드의 후마니타스요양원이 알려져 있다. 2012년 네덜란드 정부가 중증이 아닌 80세 이상 노인의 케어 서비스 예산을 삭감하여 요양원 서비스가 어려움에 봉착했다. 한편 대학생들은 비싼 주거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이에 후마니타스요양원은 거주 노인과의 월 30시간의 대화와 교류를 할 대학생을 모집하여 무료로 거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청년 주거와 노인 고독을 동시에 해결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참여한 양쪽 모두 큰 만족을 경험한 성공 사례였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부터 서울시 기초지자체와 SH공사가 연합하여 ‘홈 셰어’ 독거노인-대학생 거주 사업이 진행됐다. 대학생이 월세 30만원에 독거노인 집에 입주하여 교류하는 프로그램이다. 여전히 학생의 경제적 부담이 있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확대되어야 하며 공동거주자 간의 깊은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방안이 체계적으로 보완되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청년 주거와 독거노인 문제가 동시에 심각한 우리의 상황에 대한 해법일 뿐만 아니라 세대 간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세대 간 협력이 살길 

지금까지 우리는 생물학적 수명 연장에 집중하며 사회적 수명 연장에 대한 대비는 간과해 왔다. 늘어난 기대수명에 따라 노년의 정의·역할· 정체감도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시스템 기준으로 너무 빨리 사회의 장에서 역할을 은퇴하도록 떠밀리고, 평생을 헌신해 왔던 존재의 가치가 구시대의 것으로 무시당할 때, 정체감의 생존을 위해 더 극단적인 반작용의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다음 세대 역시 급속히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과거의 가치와 기준으로 억압받을 때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달으며 세대 갈등은 깊어갈 것이다. 

서로 다른 표면의 모습을 무조건 거부하지 말고 그 근저에 있는 다름의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진심으로 접촉해야 한다. 사소해 보일지언정 모든 것은 만남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전 세대가 가진 경험과 지혜, 그리고 새 세대가 가진 기술과 잠재력은 우리 사회의 큰 재산이다. 둘 사이의 협력 없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객원과학자·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