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

[중앙일보] 직류와 교류, 커런트 워, 에디슨, 테슬러, 전류

FERRIMAN 2020. 7. 11. 18:26

[분수대] 커런트 워

입력 2020-06-26 00:18:29

 

 

영화 ‘커런트 워(The Current War·2017)’는 현대 전기 기술의 선구자인 토머스 에디슨(1847~1931)과 니콜라 테슬라(1856~1943)의 전기 전송 방식을 둘러싼 경쟁을 그린 작품이다. 

직류 방식을 신봉했던 에디슨과 교류 방식의 효율성을 주장했던 테슬라는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는데 교류 방식을 채택한 웨스팅하우스가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전기사업권을 따내면서 테슬라의 승리로 끝났다. 1895년 나이아가라 폭포 수력발전소의 전송 역시 교류 방식이 선정됐다. 

하지만 ‘타고난 사업가’였던 에디슨은 수백 개의 특허를 보유하면서 백만장자로 여생을 마친 반면, ‘괴짜 과학자’로 여겨진 테슬라는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같은 명언을 남긴 에디슨은 테슬라의 교류 전기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사형 집행용 전기의자를 만들거나 코끼리를 교류 전기로 감전사시키는 실험도 서슴지 않았다. 

에디슨이 만든 회사는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 이어져 아직도 미국을 대표하는 회사다. 뢴트겐보다 X선을 먼저 발견했고, 마르코니보다 먼저 무선통신을 발명한 테슬라는 특허권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데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에디슨과 테슬라 모두 천재 발명가였지만, 에디슨은 사업에서도 천재였다는 점이 둘의 운명을 갈랐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테슬라의 이름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만큼이나 괴짜지만, 에디슨 못지않은 사업 수완을 가진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회사 이름을 테슬라로 지은 건 아이러니다. 사기꾼 취급을 받던 머스크는 전기차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 테슬라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테슬라의 ‘퍼스트 네임’은 또 다른 자동차 회사 이름이 됐다. 수소전기트럭 스타트업인 니콜라모터스는 이달 초 나스닥에 상장해 미국 자동차 ‘빅3’로 불리는 포드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넘어버렸다. 

100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사가 종언을 고하고 미래 차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 같은 사람의 성(姓)과 이름을 따온 두 회사가 미래 차 표준을 놓고 수소전기차와 순수전기차 기술 경쟁을 하는 것도 흥미롭다. 제2의 ‘커런트 워’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