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

[한국경제신문]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 제조 3사

FERRIMAN 2020. 8. 3. 10:25

전기차 K배터리의 위엄…또 하나의 제조업 신화

지난달 31일 LG화학의 실적 발표를 보면서 ‘한국은 정말 복 받은 나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본격적인 흑자궤도에 올랐다는 소식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국 배터리가 반도체에 이어 세계 시장에서 또 한번의 장기집권 채비를 갖출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습니다. 그 낙수 효과는 척박한 한국 제조업에 단비처럼 뿌려질 겁니다. 

전기자동차는 제조업종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산업입니다. 현재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2% 남짓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10년 뒤에는 2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판매물량 기준으로 올해 420만대에서 2030년에 4800만대로 불어난다는 것입니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이 배터리입니다. 말이 부품이지, 자동차 전체 가격의 40% 정도를 차지합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배터리 업체들의 매출과 이익도 늘어날게 분명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각각 1,4,7위를 각각 달리고 있습니다. 세계 제조업의 판도를 뒤흔들 주요 산업 태동기에 한국업체들이 선두권에 포진한 것은 유사 이래 처음입니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은 모두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일군 것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과점적 이윤을 산업 초기부터 누릴 수 있습니다.

더욱이 전기차배터리는 반도체 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입니다. 기술력과 적정 수율을 확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R&D 비용도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고인이 되신 구본무 LG회장 이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게 1998년입니다. 매년 적자를 내면서도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LG화학의 배터리 수주잔고는 무려 150조원에 달합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정의현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이 국내 3개 배터리회사를 방문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과 협력을 다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더 잘 이해가 됩니다. 정 수석 부회장을 바라보는 해외 자동차 회사들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많이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을 겁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모두 한국에 몰려있으니까요. 

세계 반도체산업을 삼성과 SK가 이끌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사업의 주도권은 현대차와 LG가 장악할 것이라는 기대가 ‘즐거운 상상’ 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 제조업의 위대한 진격을 기원합니다. 지난 토요일자 최만수 기자가 쓴 A4면 ‘전기차 배터리, 제2 반도체 궤도 올라탔다’와 오늘 아침자 A1,8면에 도병욱 고재연 기자가 쓴 ‘현대차-LG전자 미래차 손잡았다’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