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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줄 알았는데…"대만 침공할 판" 중국의 D램 집착
[중앙일보] 입력 2020.07.24 05:00 수정 2020.07.24 09:16
중국 반도체를 읽다 ⑤ : 집요한 중국, D램 자립 꿈 안 버렸다
중국이 D램을 만든다고?
지난해 9월 한국 반도체 업계가 술렁였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D램 반도체를 양산해 판매하겠다고 선언해서다. 주이밍 CXMT 회장은 “8GB DDR4와 LPDDR4를 연내에 12만 개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DDR4는 PC나 노트북용, LPDDR4는 스마트폰용 반도체다. 이게 진짜면 중국 반도체 굴기(崛起) 야망은 한 걸음 실현된 거다. 중국이 상업용 D램 대량생산을 해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CXMT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DDR4 반도체. [사진 CXMT]
1년 가까이 흐른 지금 CXMT의 말, 아직은 ‘허언(?)’에 가깝다. 시장 판매 실적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라 볼 수는 없다. 중국과 대만 매체에 관련 보도가 이어진다. 2월 중국 IT 매체인 테크웹은 “CXMT가 D램 반도체 양산ㆍ판매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5월 대만 디지타임스도 CXMT가 올해 안에 17나노(㎚) D램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최근엔 중국 현지 납품업체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래도 공식 납품 계약 소식은 안 들린다.
이를 두고 ▶중국 특유의 허세(블러핑), ▶제조 공정 불안정, ▶수율 등 생산품질 저하, ▶제품 테스트 중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국 업계의 현재 결론은 대략 이렇다.
중국 수준으론 아무리 빨라도 올해 안에 D램 생산은 힘들다. 생산해도 기술력은 한국에 한참 뒤진다.
[사진 셔터스톡]
오만한 게 아니다. D램은 한국 반도체의 텃밭, 핵심 먹거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70%를 넘는다. 기술력이 압도적이란 거다.
그에 비해 중국에 D램은 난공불락 분야다. 오죽하면 중국이 D램을 양산한다는 게 뉴스가 될까. 기술 수준을 떠나 시장에 내놓을 D램을 만드는 일조차 중국엔 어려운 일이란 얘기다.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 속도·최대 용량을 구현한 '16GB LPDDR5 모바일 D램'을 세계 최초로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사진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특성을 알면 이해가 간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양대 산맥은 D램과 낸드플래시다. D램(RAM)은 ‘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의 약자다. 데이터를 임시로 기억한다. 낸드플래시와 달리 내부 구조가 복잡하다. 그래서 조그마한 D램 칩에 고용량의 저장 구조를 만들려면 낸드보다 훨씬 어렵다. 중국이 낸드플래시 반도체는 만들어 팔아도 D램 대량생산은 어려워하는 이유다.
마이크론.[마이크론 홈페이지 캡처]
그래도 중국은 D램에 집착했다. 자체 기술이 안되면, 돈으로 회사를 사는 ‘특유의 방법’을 썼다. 2015년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 견제로 무산됐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은 3위 D램 생산업체다.
푸젠진화 본사. [푸젠진화 홈페이지 캡처]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UMC와 함께 D램 생산을 준비해 온 푸젠진화도 미국 정부가 ‘기술 탈취’ 문제를 제기하며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차단하면서 생산 길이 막혔다. 여기에 UMC도 미국 압박으로 관련 조직을 해체했다. 이에 업계에선 갖은 좌절을 겪은 중국이 D램보다 기술발전 가능성이 큰 시스템반도체와 낸드플래시에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하지만 중국, 집요하다.
푸젠진화 홈페이지.[차이신 캡처]
미련을 안 버렸다. CXMT만 D램 개발에 나서는 게 아니다. 큰 좌절을 겪은 푸젠진화는 최근 D램 분야 연구개발 인력 채용공고를 내고 반도체 기술 전문 업체와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기가디바이스가 독자 기술 D램 개발에 43억 2400만 위안(약 73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산업의 쌀’, '4차산업혁명'에 필수인 D램
[사진 셔터스톡]
D램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대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D램이 컴퓨팅 메모리(데스크톱, 노트북 등), 모바일 D램(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그래픽 D램(그래픽카드 및 게임기 등에 사용), 서버용 D램, 컨슈머 D램(디지털TV, 셋톱박스, 내비게이션 등), 사물인터넷 등에 쓰이는 이유다. D램이 괜히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제품들, 중국이 군침 흘리는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이 기술 굴기를 위해 내세우는 게 뭔가. 4차 산업혁명이다. 5G 통신망과 틱톡, 위챗, 알리페이 등 디지털 플랫폼을 무기 삼아 세계를 호령하고 싶어 한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D램은 필수다. 중국이 2016년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뒤부터 갖은 실패에도 D램에 집착하는 이유다.
중국 IT 매체인 테크웹이 CXMT가 노트북용 D램 반도체를 개발, 판매를 시작했다며 공개한 사진. [테크웹 캡처]
물론 중국의 기술은 아직 따라오려면 멀었다. CXMT가 생산한다고 발표한 8GB DDR4와 스마트폰용 2·4 GB LPDDR4X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과는 최소 한 세대 이상 차이가 난다.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 예상액 . [자료 : SEMI]
하지만 중국의 집념은 경계 대상이다. 푸젠진화는 지난해 4월 홈페이지에 ‘10년 이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엔지니어 근무 경험자 찾는다’는 공고를 홈페이지에 냈다. 해당 사실이 한국 언론에 보도되자 삭제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전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 예상액 중 중국의 비율은 17.3%와 16.6%로 세계 1위다. 큰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한국은 대만에 이어 3위다.
아시아타임즈 "中, 반도체 때문에 대만 침공할 것"
삼성전자 직원(왼쪽)과 이오테크닉스 직원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아시아타임즈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그 이유를 ‘반도체’라고 볼 정도다.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미국이 입을 가장 큰 피해는 정치·군사·지정학이 아닌 반도체”이고 “중국 공산당이 대만 TSMC에 관리를 파견해 핵심 기술을 다 빼내 갈 거다”라고 예상한다.
중국,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절대 경계를 늦춰선 안 되는 존재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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