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주요국의 대외 의존도, 수출 의존도, 경제 의존도

FERRIMAN 2020. 7. 11. 18:37

[김정식의 이코노믹스] 케인스 정책 불가피하지만 ‘정부 비효율’ 막아야 한다

입력 2020-07-07 00:35:00

 

코로나19는 정치·경제·사회·교육 등 우리 생활의 모든 부문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먼저 포스트 코로나에서는 큰 정부가 선호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벌써부터 그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인가, 정부인가는 경제학의 오랜 과제였다. 경제학의 역사는 정부개입 여부와 연관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상주의는 보호무역을 중심으로 정부개입을 선호했지만, 애덤 스미스 이후 고전학파는 정부개입을 반대했다. 

이 논쟁은 산업화 이후 부(富)의 불평등이 심화하자 본격화했다. 19세기에는 사유재산에 대한 강한 정부규제를 주장하는 마르크스가 등장했고, 20세기 들어서는 세계 대공황으로 실업이 증가하자 케인스가 등장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세계 경제가 안정적 흐름을 보인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는 시장을 중요시하는 합리적 기대학파가 주류경제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돌고 돌던 정부와 시장의 선택 흐름에서 최근 코로나 사태는 다시 큰 정부의 시대를 불러오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 국민이 큰 정부를 선호하는 이유는 대면 소비가 줄면서 실업이 증가하고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정부개입이 늘어난 시기를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시기에 대량실업이 발생하자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재정정책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고 실업보험과 연금보험 등 사회보장정책을 실시해 국민의 호응을 얻어 미국 역사상 최초로 4선 대통령에 선출됐다. 

감염위험이 높은 코로나19의 특성도 정부개입을 확대하는 배경이다. 경제학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외부성’이 있게 되면 시장은 실패하고 정부개입이 늘어나게 된다. 코로나19는 감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이러한 외부성 때문에 감염확산을 우려한 국민은 강력한 정부통제를 원한다. 이는 정부의 집합제한 명령이나 개인의 동선파악, 그리고 공적 마스크 판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보다 열악한 의료시설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대만·그리스는 정부개입을 늘려서 코로나를 효과적으로 안정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재정은 일자리 창출에 써야 

그래픽=최종윤

포퓰리즘도 정부개입을 증가시킨다. 선심성 복지를 늘리고 과도하게 임금을 높이는 포퓰리즘은 실업자가 늘어나거나 부의 불평등이 심화할 경우, 그리고 집권층의 도덕적 타락이 심할 때 그 수요가 커진다.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으나 연금체제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노후소득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도 포퓰리즘 수요는 늘어나게 된다. 코로나 사태는 실업을 늘리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켜 포퓰리즘 수요를 증가시킨다. 그렇지 않아도 큰 정부가 선호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데 포퓰리즘까지 가세하면서 정부개입은 더욱 커질 것이 예상된다. 

다음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돼 일자리가 많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정보통신산업의 발달로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화는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물거래에 있어서 비대면 거래는 물론 금융거래에서도 인터넷 뱅킹의 확산으로 기존의 대면 거래 관행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서비스업 역시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비대면 거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발달까지 겹쳐지면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디지털화는 일자리를 줄이고 실업을 많이 증가시키게 된다. 일찍이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이 경제를 발전시키지만, 일자리를 줄여 정부개입에 대한 수요를 늘어나게 하고 결국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가게 한다고 예언했다. 

그러나 큰 정부는 정부 실패를 초래해 경제의 효율성을 낮추고, 포퓰리즘을 수반한 과도한 재정지출 확대는 결국 통화증발과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국가 신뢰도가 하락해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 그렇다면 큰 정부와 포퓰리즘 추세, 그리고 급속한 디지털화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재정지출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확대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포퓰리즘에 의한 지나친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관 효과가 커서 경기를 효과적으로 부양시킬 수 있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 재정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재정의 낭비는 금물이다. 



‘집값 격차’ 변두리 개발로 해소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

부의 불평등도 완화해야 한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국민이 큰 정부와 포퓰리즘을 선호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가계자산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로 통화량이 늘어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부의 불평등이 정부 개입을 늘리고 다시 불평등이 심화하는 악순환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주택가격은 인프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저소득층 거주지역에 교통·유통·교육·육아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구축해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주택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과세를 통해 주택 수요를 줄이는 것보다는 변두리 교통인프라를 구축해 도심 주택 수요를 줄이는 해법을 사용해야 한다. 

포퓰리즘에 대응할 수 있는 올바른 대책 수립도 중요하다. 한국경제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으나 연금체제의 미비로 노후소득이 마련돼 있지 않다. 큰 정부와 포퓰리즘에 대한 국민의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게 돼 있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대 카스 무데 교수는 포퓰리즘에 무조건 반대할 경우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의 불평등과 실업증가, 그리고 노후소득 부족 등 국민이 포퓰리즘을 필요로 하는 원인을 해결해 주지 못하면 정치전략의 일환인 포퓰리즘 공급이 늘어나면서 결국 그 나라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급속한 디지털화에 대응해 실물과 금융 거래에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실물 및 금융의 국내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유통과 결제에서 온라인 거래를 확대시켜 수출을 늘리면 국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실업을 줄이기 위해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대학교육체제를 개편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 한국에 불리한 보호무역 흐름에도 대비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반세계화 추세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대 이후 남미의 경기침체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워싱턴 컨센서스’는 정부개입을 반대하고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신자유주의를 강화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으로 보호무역이 성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글로벌 공급 체인이 붕괴하자 부품 및 전략산업의 국내생산도 필요하게 됐다. 각국은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제조업의 국내복귀(리쇼어링)에 정책지원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감염병 확산이 세계화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 반세계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개방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내수 비중이 작고 수출 비중이 크다. 이러한 경제구조는 내수시장이 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는 반대 구조다. 코로나 사태는 먼저 대면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을 받은 국가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 등 내수비중이 큰 선진국이다. 한국은 내수 비중이 작아 초기에는 성장률에 주는 충격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작았지만, 수출 감소 충격이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반세계화 경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서 과도한 수출감소와 이로 인한 성장률 둔화를 막아야 한다. 또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침체에 대응해 수출지역 다변화를 통해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반세계화로 글로벌 공급 체인이 붕괴할 위험에 대비해서 제조업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금융과 세제 지원을 늘리고 투자환경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노사분규를 줄여야 하며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여 제조업의 국내복귀를 촉진해 공급 체인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그동안 지속해 오던 신자유주의 경향과 작은 정부 추세는 반세계화와 큰 정부 추세, 그리고 포퓰리즘 확대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인지안의 부활과 신자유주의의 종언이 예상되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양극화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경제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경제와 정치의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